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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 못 간 中 노총각, "한국 여자 찾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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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1-3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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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 못 간 中 노총각, "한국 여자 찾아봐"
 
 지난해 한중 양국 간에 두 건의 경사가 있었습니다. 애로틱과 청순이 묘하게 공존하는 '색계'의 헤로인 탕웨이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 '만추'를 연출한 한국의 김태용 감독과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여배우가 한국 남자에게 시집간다는 소식에 많은 중국인들은 한-중 커플에 축하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수많은 중국 남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탕웨이가 중국 부호나 톱스타가 아닌 한국 남자를 반려자로 선택한 것을 두고 시기어린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국의 여신을 소국에 빼앗겼다" 뭐 이런 식의 투정들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채림과 중국의 가오쯔치가 또 한 쌍의 한중 스타 커플로 거듭났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각국의 전통혼례를 올린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중국 네티즌들 가운데 일부는 "이제 1대1이다", "무너졌던 중국의 자존심이 겨우 되살아났다"며 자국 남성의 한국 여배우 쟁취를 자축했습니다.
사실 이들 스타 출신 한중 커플 말고도 매년 국경을 장벽을 넘어 부부의 연을 맺는 한국과 중국의 선남선녀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지리적으로도 가장 가까이 있고 같은 유교, 한자문화권에 속해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유사해 다른 어떤 국적 조합보다 유리한 측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공산국가 중공과 자본주의 진영의 한국 사이의 넘을 수 없는 벽을 사랑 하나로 건넜던 안재형-자오즈민 커플 탄생 이후 마치 동화처럼 한중 수교가 이뤄졌고 이제 양국 간에 막혔던 장벽은 사라졌습니다. 199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에 따른 그림자의 하나로 한국의 농촌에는 결혼 못하는 총각들이 늘어갔고 그 돌파구를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찾는 경우가 빈번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중국 색시(많은 경우 '조선족'으로 불리는 재중 교포들)'에게 장가간다는 말에는 적잖은 편견이 끼어들곤 했습니다. 반면 한국 여성- 중국 남성의 조합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당시 중국 언론들은 이를 꼬집어 한국의 중국 비하 현상의 주된 배경으로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바야흐로 2015년. 30여 년간 두 자릿수, 혹은 7,8% 이상의 경제성장률로 쉼없이 성장해온 중국은 어느새 GDP 규모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습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비롯한 연안 대도시지역은 1인당 GDP가 1만 5천 달러 수준으로 이미 우리나라와 별반 다름없는 경제력을 갖춘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 사이 한중 양국의 인적 교류의 폭도 광범위해져 상대국에서 공부하고 직장을 얻고 수시로 양쪽을 오가는 시대가 됐습니다. 자연스레 서로 호감을 갖고 교제하다 결혼을 결심하는 커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멋있고 능력 있는 중국 남자 친구를 사귀는 한국 여성들도 많아졌고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 남자보다 중국 남자가 배우자감으로 낫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중국에서도 결혼 못하는 남자들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 자녀 정책과 지독한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한 자녀 정책으로 출산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초음파검사를 통한 성별 감별이 발달하면서 여아를 임신하면 낙태시키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남성 인구는 7억 명을 넘어선 반면 여성 인구는 6억6천7백만 명으로 남성의 숫자가 3천3백만 명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의 여성 100명당 남성의 비율인 성비는 115명으로 세계 평균인 105명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중국 남자들이 국내에서 배우자 찾기가 어려워 진겁니다. 경제력이 낮거나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아무래도 더 불리할 겁니다.
'중국 노총각 장가 보내기'가 사회 현안이 된 가운데 '베이징 신원'이라는 현지매체가 "짝 못찾은 중국 남자들은 한국 여자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며 중국 남자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면서 2012년 외국인 남편을 맞은 한국 여자들의 26%가 중국 남성과 결혼했다는 통계를 들었습니다. 서로 간의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한 결혼 문제를 두고 기계적인 수치를 앞세워 마치 싼 물건 파는 시장 소개하 듯 다루는 이 매체의 접근방식이 제겐 왠지 가벼워 보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왠지 20년 전 중국 아가씨랑 맞선 보러 중국 가던 한국 노총각들이 모습이 데자뷰처럼 떠오르시나요? 격세지감과 함께 묘하게 자존심을 상한 느낌이신가요?
얼마 전 또 다른 중국 매체에 중국 남자와 한국 여자가 결합한 부부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지난 10년 간 중국인 신랑- 한국인 신부의 숫자는 10배 이상 증가했는데 그들이 행복한 지는 모르겠다며 제시한 통계자료는 이렇습니다. 2009년의 경우 2천617쌍의 한(여)-중(남) 커플이 혼인했고, 1천67쌍이 이혼했는데 다른 국제 커플에 비해 이혼률이 놀랄 만큼 높다는 겁니다. 이혼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한중간 축구 경기를 보다가 서로 자국을 응원하다 싸움이 생겨 이혼까지 갔다는 다소 황당한 경우를 포함해 한중 간의 보이지 않는 민족적 갈등, 감정적인 앙금 등이 결혼 생활을 해나가는데 있어 상당한 불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2009년 통계를 든 것이라 최근 경향까지 아우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결정인 결혼 상대자 선택에 있어 국적이 장벽이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엔 대부분 동의하시리라 사료됩니다. 한국과 중국 사이도 물론 예외가 아닐 겁니다. 양국이 서로에 대해 쉽게 버리지 못하는 편견과 이를 조장하는 일부 언론의 구태의연함이 어렵사리 자신의 반쪽을 찾은 많은 한중 남녀들의 행복한 앞날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임상범 기자doong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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