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전, 실리콘밸리보다 10배 싸고 10배 빠르다
[2017 08-03]
中 선전, 실리콘밸리보다 10배 싸고 10배 빠르다
시제품 제작, 3~4일이면 가능해… 美·인도 등 청년 창업가들 몰려
중국 선전(深圳)의 전자상가 밀집 지역 화창베이(華强北)는 요즘 외국인들로 북적인다. 전 세계에서 창업을 위해 찾아온 젊은이들이다.
지난 5월 9일 미국의 벤처펀드가 화창베이에 설립한 창업 지원 기관 핵스(HAX) 사무실에서는 스페인·영국·미국·이집트·인도 등에서 온 젊은이들이 중국인들과 함께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각종 전자회로 기판이 놓여 있고 공용 공간에는 각종 절삭기와 용접기를 비롯해 3차원(3D) 프린터까지 구비돼 있었다.
런던의 의사 출신인 윌 파텔(Patel)씨는 "인근 전자상가에서 회로용 부품을 구해 오는 길"이라며 "자가 진단용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 중인데, 이곳에선 원하는 부품을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 건물 8층에 있는 스타트업 육성기관 핵스(HAX) 사무실에서 개발자들이 로봇에 연결된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있다.
핵스는 201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몰려든 134개 스타트업 600여 명을 지원했다.
▲ 중국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 건물 8층에 있는 스타트업 육성기관 핵스(HAX) 사무실에서 개발자들이 로봇에 연결된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있다.
핵스는 201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몰려든 134개 스타트업 600여 명을 지원했다. /핵스
중국의 대표적인 제조 기지였던 선전이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스타트업들의 창업 기지로 바뀌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스페인·인도·한국 등 전 세계에서 몰려든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영국 유력 매체인 이코노미스트가 "실리콘밸리의 혁신이 선전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선전은 한때 산자이(山寨·중국산 모조품)의 본산으로 통했지만 막강한 부품 조달 능력과 제조업 기반으로 스타트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 소재 바이오 장비 제조업체 오픈트론스의 아티욤 아스타프로프(Astafurov) 부사장은 "선전은 제품 개발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미국보다 10배 빠른 시간 안에 10배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면서 "아이디어가 생기면 사나흘 만에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전자제품용 회로기판(PCB) 제작비의 경우 미국이 1000달러인 반면 선전은 30달러에 불과하다는 것. 또 시 외곽 바오안(寶安)과 둥관(東莞)에는 시제품을 제작해주는 소형 공장들이 즐비하다.
벤저민 조프 HAX 총괄 책임자는 "수십년간 축적된 선전의 모방 능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점으로 부상했다"며 "화창베이 전자부품 상가에는 없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화창베이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난산(南山)구 스타트업 지원 기관 잉단(硬蛋·'딱딱한 알'이라는 의미)에선 중국 젊은이 100여명이 특허 등록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코고바이라는 전자부품 상거래 사이트에서 만든 이곳은 스타트업과 부품사·제조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리완화(李宛樺) 코고바이 매니저는 "우리 사이트에 1만4000개의 부품 공급사가 들어 와 있다"며 "스타트업은 우리를 통해 제조사와 부품 공급사 모두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잉단의 소개로 미국 인텔 칩을 구매하던 일부 스타트업은 인텔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시안(西安) 출신으로 로봇팔 제조사를 창업한 송쥔이(宋君毅)씨는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이 된 화웨이나 텐센트도 선전의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면서 "선전이 실리콘밸리에 비해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