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현(중국정법대겸직교수 법학박사)

베이징(北京)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A군은 호방한 성격이라 평소 행동도 활달했다. 중국인 친구와 사소한 마찰이 생기자 남자답게 해결하자고 했다. 맨손으로 둘이 싸워 이긴 사람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 부상을 입을 경우에 치료비 등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기로 서면계약을 하고 서명날인까지 했다.

평소 태권도 단련을 하는 A군은 중국인 친구와 싸우다가 그의 코뼈를 부셔버렸다.

화가 난 중국인 친구의 부모가 A군을 상대로 치료비 등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고 하자. 이때 A군은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기로 한 사전 서면합의서를 근거로 면책될 수 있을까?

중국계약법 제53조에 의하면, 아래 사항의 경우에 해당하는 면책조항은 무효다.

첫째, 상대방에게 신체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

둘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상대방에게 끼친 재산상의 손실에 대해 책임이 있다.

위의 A군의 경우 비록 사전에 면책에 관한 사전합의가 있었다 해도 상대방에게 신체상의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면책조항은 무효이며, 따라서 치료비 등 손해배상에 대해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