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스모그 (北京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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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2-04 08:27본문
요즈음 숨 막히는 스모그(煙霧)로 몸살을 앓고 있는 베이징에서 들리는 기침(咳)소리가 심상치 않다. 저항력이 약한 유아나 노약자들이 있는 주재원 가족들의 일시 귀국도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베이징뿐만이 아니라 화중(華中)지방 등 한반도의 7배에 달하는 중국에 신선한 캔 공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중국 대륙의 북서쪽에 위치한 베이징은 강우량이 적은 사막기후의 영향으로 겨울은 한랭 건조한 곳이다. 산업화가 되기 전에도 이 맘 때가 되면 인근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沙塵暴)로 도시 전체가 뿌옇게 변하곤 하였다. 이러한 날이 3-4일 계속되다가 밤사이 북서풍의 매서운 바람이 불어 아침이 되면 하늘은 새 파랗게 맑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그 많은 황사가 깨끗이 사라지곤 하였다.
베이징의 한국 사람들은 이러한 베이징의 하늘을 삼한사온의 서울 날씨에 비추어 삼사사청(三沙四晴)이라고 하였고 서양 사람들은 황사를 씻어 내는 북서풍을 “베이징 플러시(flush)”라고 불렀다. 마치 양변기의 플러시가 오물을 씻어 내고 맑은 물로 채워 놓는 것에 비유했는지 모른다.베이징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 싸여 있지만 동남으로 트여 있다. 빙하기에 얼음이 베이징을 덮었으나 톈진(天津) 쪽으로 빠져 나가면서 만(灣)처럼 북서쪽에서 동남쪽으로 기울어진(西北高東南低) 베이징 평야가 생겼다고 한다.
“베이징커”(北京咳 베이징 기침)로 알려진 베이징의 스모그는 이번 겨울 유난히 심하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지역의 대기가 따뜻하게 됨에 따라 베이징에 몰려 든 혹한과 잦은 눈으로 시민들이 비교적 구하기 쉬운 석탄으로 난방을 하게 되고 석탄에서 발생한 아황산가스등 매연(smoke)이 안개(fog)와 결합되어 스모그(smog)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수많은 자동차 특히 배기가스가 심한 노후 트럭이며 버스에서 뿜어 나온 질소화합물이 자외선을 만나 발생한 광화학(photochemical) 오염물질이 여기에 가세하여 만들어진 독특한 스모그다. 전문가들은 베이징의 스모그는 1950년대 초 런던의 템즈강 유역의 발전소 제철소등 각종 공장과 가정집에서의 석탄연료에 의한 극심한 스모그 현상(런던 형)과 1980년대 로스앤젤레스의 자동차 배기가스의 광화학 스모그 현상(L.A 형)이 복합된 스모그라고 부른다.
그래도 과거에는 “베이징 플러시”에 기대를 하였는데 이제는 이러한 플러시 기능이 약해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베이징에 고층 빌딩이 드물어 북서풍에 의해 동남으로 플러시가 쉽게 되었지만 지금은 베이징 동남쪽이 비즈니스 중심지구로 발전함에 따라 고층 건물이 즐비하여 플러시 기능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요즈음의 베이징은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처럼 되어 도시의 상하층 기온이 역전되어 창과 지붕이 없는 실내처럼 오염된 공기가 장시간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라고 한다.
서울도 한 때 스모그로 악명이 높았다. 해외여행을 하고 공항에 내리면 매캐한 공기가 코와 목을 자극하여 콜록 콜록 기침을 하였다. 이러한 서울 기침도 지하철 노선확대로 시내버스가 담당하였던 대중교통을 지하로 돌리고 지상의 버스도 화석연료 대신 천연가스로 대체함으로서 서울의 공기가 상당히 깨끗하게 되었다고 한다. 베이징의 스모그는 중국인들이 기다리는 설날 춘지에(春節)폭죽마저 중지할지 모른다는 우울한 소식도 있다. 황사를 막기 위해 고비사막에 식목을 하듯 베이징의 스모그를 막기 위해 한 중 일 3국의 환경협력이 요청된다. 일의대수(一衣帶水)의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스모그가 남의 일이 아니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