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궈펑·자오쯔양이 드라마에 … 금기 깬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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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8-11 12:07본문

드라마 ‘역사 전환기의 덩샤오핑’에서 덩샤오핑(鄧小平)으로 분한 배우 마사오화(오른쪽)와 후야오방(胡耀邦)으로 분한 리광푸(李光復). 아래 사진은 1981년 덩샤오핑(왼쪽) 당시 중앙군사위원회 서기와 후야오방 총서기. [CC - TV 웹사이트·중앙포토]
1976년 1월 8일 저우언라이(周恩來) 사망. 7월 6일 주더(朱德) 사망. 7월 28일 탕산대지진으로 24만 명 사망. 9월 9일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자막이 긴박하게 이어지면서 카메라 렌즈는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걸린 한밤의 천안문과 자금성을 조감한다. 지난 8일 중국 중앙방송(CC-TV)을 통해 첫 방영된 48부작 역사드라마 ‘역사 전환기의 덩샤오핑(鄧小平, 이하 덩샤오핑)’ 1회 도입 장면이다.
드라마는 가택 연금 중이던 덩샤오핑이 부인 줘린(卓琳) 여사와 함께 장남 덩푸팡(鄧樸方)을 씻기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덩푸팡은 문혁의 박해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마오 사망 27일째 문혁 4인방을 체포한 날이다. 마오쩌둥이 생전에 후계자로 지명한 화궈펑(華國鋒) 주석이 예젠잉(葉劍英) 당시 국방부장과 작전 성공을 보고받는다. 이어 겅뱌오(耿飇) 당시 대외연락부장이 군을 이끌고 CC-TV를 장악하는 장면이 비춰진다. 시진핑(習近平) 현 국가주석은 79년부터 겅뱌오 국방부장의 비서로 일했다. 이 장면은 당내 권력투쟁은 노출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처음으로 깬 것이다. 화궈펑의 드라마 등장도 처음이다.
오는 22일 탄생 110주기를 맞아 중국이 덩샤오핑 띄우기에 나섰다. 덩샤오핑의 권위를 빌어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당내 좌파와 부패 세력의 반발을 누르려는 노림수다. 중국 매체들은 드라마 방영에 맞춰 시진핑 주석이 인용한 덩샤오핑 발언을 중점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드라마가 금기를 다루는 만큼 준비는 철저했다.
당 중앙문헌연구실이 60만 자에 이르는 드라마 각본을 확정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지난해 9월 크랭크인한 뒤 112일간 촬영했다. 후반 작업만 7개월이 걸렸다. 영상 CD 1만 장을 만들어 각계 원로에게 심사를 요청했다. 심사에 4개월이 소요됐다. 총 제작비 1억2000만 위안(202억원)이 투입됐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소재를 다뤘다. 정치 소재 드라마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홍콩 언론이 전하는 당 내부의 평가다.
드라마는 84년 건국 35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사열하는 덩샤오핑의 모습까지 다룬다. 초미의 관심사는 1989년 천안문 사건 당시 “동란과 당 분열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퇴출당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등장 여부다. 검열에서 삭제되지 않는다면 중국 제작 영상물에서 자오 전 총서기가 등장하는 첫 사례가 된다.
왜곡 논란도 나왔다. 1회에서 화궈펑이 임시 정치국회의에서 “4인방 분쇄는 마오 주석의 생전 지시였다”고 외치는 장면을 놓고서다. 장밍(張鳴) 인민대 정치학과 교수는 “완전 헛소리다. 4인방과 분리시켜 마오쩌둥을 미화하려는 장치”라고 폄하했다.
신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