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상 '진상'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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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3-30 13:19본문
중국의 춘추시대 진(晉) 나라에 '계연'(計然)이라는 상인이 있었다. 그는 장사를 해서 큰 돈을 벌고 '적저지리'(積著之理: 재산을 모으는 이치)라는 장사 이론을 만들었다. 계연은 오나라에 패해 와신상담하던 월나라 왕 구천에게 경제를 살리는 비법을 자문했고 구천의 책사인 범려도 가르쳐 큰 부자로 만들었다.
계연의 후손은 중국의 10대 상방(商幇)의 하나인 '진상'이자 당시 진나라 지역인 중국 산시성의 산시 상인이 된다.
중국의 경제학자 량샤오민은 '중국 거상에게 배우는 부의 전략'(김영사 펴냄)를 통해 계연 때부터 수천년간 이어져 온 '진상'의 역사 속에서 '부(富)의 비밀'을 탐구한다.
중국 최초의 상인으로도 불리는 진상은 소금과 곡물, 비단, 철기에서 일상잡화와 차, 반찬 등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다뤘고 중국 뿐 아니라 지금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일본 오사카까지 세계를 누비며 무역을 했다.
재산도 엄청났을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청나라 때 산시 상인들의 재산이 1천만냥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1천만냥은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2천800억원 정도다.
량샤오민은 "19세기에 '포브스'의 갑부 순위가 있었다면 진상이 당연히 1위를 차지했을 것"이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진상이 오늘날까지 부자의 유효한 사례로 남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재산의 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진상 중 최고의 가문으로 평가받는 상씨 가문의 상씨는 1838년 팔순 생일을 맞아 아들이 잔치를 열려 하자 '흉년을 만나 곡물가격이 급등하지 않았느냐'며 '손님을 초대해 하루 잔치를 벌이느니 겨울 석 달 동안 가난한 이웃을 도와 주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며 마다했다.
상씨 가문은 또 무료 교육기관과 학교를 세우고 수리 시설을 확충하는 등 공익사업에 앞장서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도 했다.
진상은 이미 300여 년 전에 현대적인 경영기법에 뒤지지 않는 탁월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고 주식제도를 도입했다. 친인척 채용을 금하고 견습생조차 시험을 통해 채용하는 등 인사관리도 철저했다.
량샤오민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가 되돌아 봤을 때도 그들은 거인이요, 찬란한 빛"이라며 찬양하며 진상의 '몰락의 아픔'에서도 배울 것이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