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중장기적인 효과 위해 나아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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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3-24 23:59본문
한중 FTA, 중장기적인 효과 위해 나아갈 때
작년 12월 20일에 발효한 한중 FTA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최근 실망의 목소리도 큰 것 같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2015년 7월부터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한중 FTA 발효 이후인 올해 1, 2월에도 여전히 10% 이상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에 대한 수출이 부진한 것보다 벌써부터 한중 FTA에 대한 실망의 소리가 들리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이다.
우선 한국이 FTA를 체결한 지 10여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FTA 체결에 따른 효과를 상대국과의 수출입 총량의 변화로 가늠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국가간 무역은 관세를 인하, 철폐하는 FTA의 효과 이외에 세계경제, 수요 변화, 유가 및 환율 변동 등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금년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LCD 및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품목들은 대부분 이미 무관세이거나 아직 FTA에 따른 관세 인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한중 FTA는 관세가 즉시 철폐되거나 큰 폭으로 인하되는 품목의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에 발효 즉시 두어 달 내에 총 수출입에 변화가 있기는 더욱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부 품목을 들여다보면 다른 FTA와 마찬가지로 관세 인하 또는 철폐에 힘입어 수출이 늘어나는 품목이 관찰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원동기 및 펌프의 기타 팬에 대한 최혜국대우 실행 관세율은 8%인데 한국에 대한 FTA 특혜 관세는 5년에 걸쳐 철폐될 예정이다. 한중 FTA 발효 이후 관세율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인하되었기 때문에 2016년 현재 한국산 기타 팬에 대한 중국의 관세율은 4.8%까지 인하되었다. 금년 두 달 동안 중국의 수입을 살펴보니, 작년까지 동 품목 수입 시장 점유율 1위 및 2위를 차지했던 독일과 필리핀으로부터의 수입은 각각 3.1%, 4.1% 감소했다. 반면, 점유율 3위였던 한국에 대한 수입은 66.7% 증가해 올해에는 필리핀보다 점유율이 높아졌다.
물론 이를 모두 관세 인하 효과라고 할 수 없겠으나 상당 부분 경쟁국과의 관세 격차가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FTA를 통해 혜택을 받은 품목들의 수출 증가가 총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고 해서 FTA가 무용하다고 평가해서도 안 될 것이다.
한중 FTA는 이제 막 출발선을 넘어섰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인하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그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상대적으로 관세 인하폭이 큰 품목들을 위주로 FTA 특혜 관세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른 품목들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관세 인하가 의미 있는 수준에 도달할 시점에 대비해서 우리 제품의 비가격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발효 후 한 분기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FTA 효과를 운운하기 보다는 FTA에 따른 중장기적인 효과를 위해 걸어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중요한 때이다.
2016.03.24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