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재채기에 전 세계 감기?…중국발 채무위기 경고등
중국 GDP(국내총생산) 대비 총부채 비율 추이(단위: %)/자료=블룸버그"중국이 재채기 하면 전 세계가 감기에 걸린다."중국이 세계 경제의 위협으로 부상했다고 블룸버그가 30일 경고했다. 중국 당국의 채무 리스크 차단 움직임이 세계 경제에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제19차 당대회에서 2020년에는 중국인 모두가 풍족한 삶을 누리는 샤오캉 사회를 이루고 2035년에는 선진국, 2050년에는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요 몇 년 새 성장세가 부쩍 둔화했지만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GDP(국내총생산)를 31배나 늘리는 성장을 이뤘다.
문제는 급격한 신용팽창이 초고속 성장을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채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했다. 전 세계가 경기부양을 위한 돈 풀기에 나서면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중국의 총부채는 2008년 GDP의 162%에서 지난해 260%로 높아졌다. 2021년에는 320%에 이를 전망이다.
톰 올릭 BI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전반에 걸친 중국의 부채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려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과도한 부채를 둘러싼 우려는 새로운 게 아니다.
퇴임을 앞둔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최근 부채로 흥청망청한 뒤에는 자산가격이 급락하는 '민스키모멘트'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단일 국가로 세계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가장 높은 만큼 이 나라의 채무 문제는 국경을 초월한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세에 3분의 1 넘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눈덩이 부채는 그 자체도 위협적이지만 중국 정부가 채무 리스크를 차단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채무 리스크 단속 방향을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며 정책당국에는 모두 도전이 될 것으로 봤다.
우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것이다. 시 주석은 제19차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국 부동산가격은 최근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도시에선 여전히 주택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중국 산시성 시안의 주택가격은 지난 9월 전년동기대비 15%에 이르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지난 30년간 미국, 일본, 영국 등지에서 불거진 주택가격 폭락 없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대출환경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대출해줄 때 정부와의 관계보다 상환능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규제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중국은행들은 그동안 국유기업이나 정부 정책에 연관된 기업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로 자금을 빌려줬다.
이는 대출금 상환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부추겨 부실대출이 늘고 한계기업(좀비기업)이 속출하는 배경이 됐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일부 기업, 심지어 국유기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용인하는 등 그간의 무차별적인 지원 관행에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케네스 호 골드만삭스 홍콩 주재 아시아 신용전략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이런 추세가 너무 빨라지면 금융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며 중국에서 디폴트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가 그동안 채무위기나 주택시장 붕괴 경고를 잘 견뎌왔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고삐를 죄면서도 필요한 곳에는 조심스럽게 돈을 풀며 신용경색을 막았다는 설명이다.
독일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는 적어도 향후 5년간은 중국 내부에서 위기가 촉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빅터 시 미국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 교수도 중국 내부 문제보다 자본이탈이나 외부신용의 갑작스러운 이탈에서 문제가 비롯될 공산이 더 크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중국의 부채 증가 속도가 유례없을 정도로 빠른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만만히 볼 게 아니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2015년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위안화 평가절하 사태를 상기시켰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루크 스패직 핌코 아시아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엔) 부채축소라고 할 만한 게 없다"며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내려가기보단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