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자유와 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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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0-04-12 09:37본문
중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 특유의 장면들을 직접, 또는 언론 등을 통해 자주 목격하게 된다. 연초나 연말, 또 10월 1일 국경절, 국가의 대규모 행사 등을 전후해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일제 단속 기간 동안성매매 업소 등을 단속하면서 현장과 정황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관련 여성 혐의자들을 알몸으로 호송하는 모습도 그 가운데 하나다.
지난 1월 중국 인권 활동가들의 지메일이 해킹을 당했다며 중국 정부와 검열에 대한 논의를 하고 결과에 따라 중국을 떠날 수 있다고 밝힌 구글의 사태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중국 공안이나 사법 당국의 범죄인들에 대한 이같은 혹독함도 인권 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중국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인권 침해는 공안이나 사법 당국에 의해서만 자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광시좡주(廣西壯族)자치구 연초전매국 한 간부가 썼다는 ‘일기’가 인터넷에 올라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하고 있다. 2월28일과 지난 1일 한 네티즌이 ‘한(韓)모 국장이 라이빈(來賓)시 연초전매국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부터 2년에 걸쳐 직접 작성한 것’이라며 두차례에 걸쳐 폭로한 ‘섹스일기’가 그것이다. 이 일기에는 한 국장이 5명의 부하 여직원과 벌여온 부적절한 관계가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으며 금품 수수와 향응을 받은 사례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 국장이 정직조치 상태에서 감찰부문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당국의 1차 조사 결과 한 국장의 섹스 스캔들은 이 사건에 연루된 여성의 남편이 그를 파탄시키기 위해 문제의 일기를 인터넷에 유포시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센즈(含仙子)’라는 아이디를 가진 이 남자는 “아내가 2년전 근무중인 직장 국장과 부적절한 관계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며 뇌물수수와 부패 등을 자행한 한 국장을 파멸로 이끌기 위해 이를 폭로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치·사회 지도자들의 성파문이 한두번이 아닌 상태에서 한 국장의 섹스 스캔들이 논란의 초점이 되는 것은 네티즌들에 의한 네트워크 폭력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이 인터넷으로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한 국장에 대한 비난보다 또다른 네티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위해 일기에 거론된 여성들을 상대로 인육 수색에 나서면서 사진을 공개하는 등 인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 국장의 섹스일기에 지나친 집착을 보이고 있는 네티즌들은 한 국장의 온작 추태에 이어 관련된 여성들의 별명과 실명은 물론 심지어 집주소와 문패 등의 정보까지 공개하는가 하면 일부는 아예 사진까지 공개하는 네트워크 폭력을 마구 자행하고 있다.
한 국장의 일기에 거론된 관련 여성 2명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
네티즌들의 인권 침해에 중국 언론들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중궈칭녠바오(中國靑年報) 등 유력 언론들은 “만약 한 국장의 추문이 사실로 확인되고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던 여성들이 비도덕적이라고 해도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권리가 네티즌들에게는 없다”고 네티즌들의 네트워크 폭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은 양날을 가진 칼이다. 잘 쓰면 공직자들의 권리 남용을 감독하고 예방하는 등 부패 척결의 이기(利器)가 되지만 잘못 쓰면 개인의 미래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이웃 중국에서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세상, 유비쿼터스 환경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는 인터넷 폭력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