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韓版·한국산 제품)' 열풍 타고 중국 상인들 동대문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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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11-04-21 09:09본문
30여개의 대형 상가와 3만5000여 도·소매 점포, 15만여명의 종사자들이 모여 한국의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국내 최대의 패션산업단지 동대문 시장. 각종 봉제업체부터 의류 재래시장, 현대식 쇼핑몰이 한곳에 얽혀 있는 이곳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쇼핑객이 몰린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권에서의 '한반(韓版·한국산 제품)' 열풍으로 최근 동대문은 '중국인 관광 특수'를 맞고 있다. 지난해 동대문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190만여명. '관광 특수'뿐이 아니다. 동대문에서 만든 옷은 중국의 의류상가와 백화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중국 현지 소비자들에게 팔려나간다.
동대문 의류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자 직접 동대문에 진출해 영업을 하는 중국 상인도 늘고 있다. 중국 현지의 의류상사가 동대문의 빠른 트렌드 변화를 읽고 그 속도에 맞춰 중국 시장에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 위해 동대문에 직접 도매점을 개설하는 것이다. 이 '안테나숍'을 통해 중국 상인들은 동대문의 새 상품을 수집해 중국 현지로 보낸다. 이 중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물건은 '안테나숍'에서 대량으로 구매해 정식으로 중국 시장에 내놓는다.
MK패션산업발전협회 한경구 사무총장은 "중국 상인들이 보따리 무역상을 통해 소규모로 옷을 사 가는 방법 대신 동대문 현지의 '안테나숍'을 통해 대량으로 구매한다"며 "과거에 비해 중국과 한국의 패션 트렌드의 '시차'가 적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테나숍'은 역시 동대문에 진출해 있는 중국 물류회사를 통해 배송한다.
심지어 동대문 근처에서 직접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중국인도 있다. 중국 다롄(大連)에서 의류회사를 운영하는 중국인 A(50)씨는 봉제공장이 밀집한 신당동에 공장을 열었다. 한국의 디자이너와 디자인 스케치에 따라 의류 기본 모형을 제작하는 한국인 패턴사를 고용해 직접 최신 트렌드를 따라 옷을 생산해 중국에 판매한다. 중국인에 의한 중국인을 위한 동대문 생산·판매·유통 라인인 셈이다. 한 사무총장은 "한국의 최신 브랜드에 중국인들의 기호를 넣을 수 있어 좋고,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란 표가 붙기 때문에 몇배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고 했다.
장기적인 내수침체를 겪고 있는 동대문 패션타운에 '한반' 열풍과 중국 상인 진출은 활력을 주고 있다. 동대문 패션타운 도매상 최모(53)씨는 "외부경쟁자가 유입된다는 자체는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이들을 통해 경기가 활성화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중패션유통연구소 이진환(42) 소장은 동대문이 중국의 '디자인 인큐베이터' 역할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중국 상인의 동대문 진출이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앞으로 확대되면 동대문의 디자인 기술 등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디자인 수준을 단순히 베끼는 수준에서 한 단계 발전해 자체 브랜드를 키워 중국 패션시장 발전의 거름으로 쓰고 동대문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상인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과거 동대문 패션을 들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상인들이 하던 일을 이젠 한국에 진출한 중국 상인들이 대신하기 때문이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이 운영하는 서울패션센터 박찬영(50) 본부장은 "'한반'을 통해 동대문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에서의 주문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내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