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폭' 스무잔 마시고 기절하며 ‘관시’ 쌓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8-03 08:50본문
'고폭' 스무잔 마시고 기절하며 ‘관시’ 쌓아
광고모델 전문 에이전시 레디엔터테인먼트의 중국 법인을 책임지는 배경렬(사진) 대표의 중국 공략의 시작은 ‘맨땅에 헤딩’이었다. 배용준, 송승헌, 송혜교, 이다해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매니지먼트를 맡던 배 대표가 중국으로 눈을 돌린 건 지난 2011년. 중국어도 할 줄 모르지만 배우들과 함께 중국 시장에 수차례 다녀온 후 ‘유망한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15년간 해온 매니저 일을 뒤로하고 중국 에이전트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그는 이민호, 장동건, 박해진 등의 광고 촬영과 프로모션 등을 진행했고 이다해, 박하선, 손태영 등 배우 10여 명에게 중국 작품 출연 기회를 열어줬다. 최근에는 한·중 합작영화 ‘비연’의 프로듀서를 맡았고, 오는 6월에는 걸그룹 EXID의 대만 팬미팅도 진행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배경렬을 통하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13억 인구를 대상으로 한 무궁무진한 시장이지만 폐쇄적이고 의심 많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문 에이전시를 거쳐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가 인정하는 공식 중국 에이전트로 임명된 이유다.
―왜 중국과 일할 때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하나.
“검증되지 않은 브로커가 많기 때문이다. 한번은 ‘김수현을 중국 드라마에 캐스팅하겠다’며 판공비 명목으로 10만 위안(한화 약 1752만 원)을 요구하는 조선족 브로커를 만난 적이 있다. 해당 업체가 이 사람의 진위를 확인해달라 해서 만난 자리에서 김수현의 소속사와 직접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내빼더라. 이런 어이없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아직 중국 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탓이다.”
―에이전트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인가.
“양쪽을 다 만족시키는 거다. 한국과 중국이 같은 아시아 국가지만 문화적 차이와 견해차가 있다. 이런 부분을 잡음 없이 좁혀주며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에이전트가 할 일이다. 양쪽 문화뿐만 아니라 업계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국내 대부분 연예기획사가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규제가 심한데도 중국은 유망한 곳인가.
“물론이다. 중국은 한국의 인력과 콘텐츠를 원한다. 문제는 중국에 불신을 심어주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를 만나면 “한국 업체는 까다로워서 일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합리적인 거래가 아니라 ‘중국=돈’이라는 생각을 갖고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지갑을 여는 일이 더욱 힘들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국 사업의 시작이다. 중국도 합리적인 제안에는 충분히 응할 준비가 돼 있다.”
―‘관시(關係)’가 없으면 중국에서 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인가.
“맞다. 그런 걸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서로에 대한 신뢰 쌓기 정도로 생각해도 된다. 통역 한 명만 데리고 베이징 영화 박람회에 갔을 때 명함 2000장을 뿌렸다. 2000명을 만났다는 거다. 그 중 200군데서 관심을 보였고 실제 미팅은 50군데와 했다. 회사로 직접 찾아갔는데 식사를 극진히 대접하더라. ‘함께 밥을 푸짐하고 맛있게 먹는 것’이 관시의 첫 단추다.”
―중국인과 함께 술 마시기 힘들다고 하던데, 술 없이는 비즈니스가 안 되는 것인가.
“중국에서 친구가 되려면 함께 술을 마시면 된다고 하더라. 중국 제작사 대표가 나와 ‘고폭(고량주+맥주)’을 스무 잔씩 나눠 마시고 그 대표가 기절을 했다. 다음 날 깨어나더니 정말 ‘친구’라고 부르더라. 물론 이건 하나의 사례일 뿐 절대적인 건 아니다. 하지만 술을 즐기는 중국인과는 함께 술자리는 갖는 것이 관계를 맺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중국 내 한류의 현주소를 알려달라.
“스타를 수출하는 1단계를 지나 감독과 작가 등 제작 인력을 수출하는 2단계, 그리고 중국 자본과 유통망에 한국의 콘텐츠를 결합하는 3단계까지 진행돼왔다. 이제는 한·중 공동 기획과 합작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4단계에 돌입하는 시점이다. 주의할 점은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 아래로 한국의 인력과 기술이 모두 잠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의 몫을 분명히 사수하기 위해 좋은 파트너를 고르고 계약 단계부터 꼼꼼히 살펴야 한다. 전문 에이전트를 거치는 것이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이다.”
광고모델 전문 에이전시 레디엔터테인먼트의 중국 법인을 책임지는 배경렬(사진) 대표의 중국 공략의 시작은 ‘맨땅에 헤딩’이었다. 배용준, 송승헌, 송혜교, 이다해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매니지먼트를 맡던 배 대표가 중국으로 눈을 돌린 건 지난 2011년. 중국어도 할 줄 모르지만 배우들과 함께 중국 시장에 수차례 다녀온 후 ‘유망한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15년간 해온 매니저 일을 뒤로하고 중국 에이전트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그는 이민호, 장동건, 박해진 등의 광고 촬영과 프로모션 등을 진행했고 이다해, 박하선, 손태영 등 배우 10여 명에게 중국 작품 출연 기회를 열어줬다. 최근에는 한·중 합작영화 ‘비연’의 프로듀서를 맡았고, 오는 6월에는 걸그룹 EXID의 대만 팬미팅도 진행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배경렬을 통하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13억 인구를 대상으로 한 무궁무진한 시장이지만 폐쇄적이고 의심 많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문 에이전시를 거쳐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가 인정하는 공식 중국 에이전트로 임명된 이유다.
―왜 중국과 일할 때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하나.
“검증되지 않은 브로커가 많기 때문이다. 한번은 ‘김수현을 중국 드라마에 캐스팅하겠다’며 판공비 명목으로 10만 위안(한화 약 1752만 원)을 요구하는 조선족 브로커를 만난 적이 있다. 해당 업체가 이 사람의 진위를 확인해달라 해서 만난 자리에서 김수현의 소속사와 직접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내빼더라. 이런 어이없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아직 중국 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탓이다.”
―에이전트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인가.
“양쪽을 다 만족시키는 거다. 한국과 중국이 같은 아시아 국가지만 문화적 차이와 견해차가 있다. 이런 부분을 잡음 없이 좁혀주며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에이전트가 할 일이다. 양쪽 문화뿐만 아니라 업계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국내 대부분 연예기획사가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규제가 심한데도 중국은 유망한 곳인가.
“물론이다. 중국은 한국의 인력과 콘텐츠를 원한다. 문제는 중국에 불신을 심어주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를 만나면 “한국 업체는 까다로워서 일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합리적인 거래가 아니라 ‘중국=돈’이라는 생각을 갖고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지갑을 여는 일이 더욱 힘들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국 사업의 시작이다. 중국도 합리적인 제안에는 충분히 응할 준비가 돼 있다.”
―‘관시(關係)’가 없으면 중국에서 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인가.
“맞다. 그런 걸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서로에 대한 신뢰 쌓기 정도로 생각해도 된다. 통역 한 명만 데리고 베이징 영화 박람회에 갔을 때 명함 2000장을 뿌렸다. 2000명을 만났다는 거다. 그 중 200군데서 관심을 보였고 실제 미팅은 50군데와 했다. 회사로 직접 찾아갔는데 식사를 극진히 대접하더라. ‘함께 밥을 푸짐하고 맛있게 먹는 것’이 관시의 첫 단추다.”
―중국인과 함께 술 마시기 힘들다고 하던데, 술 없이는 비즈니스가 안 되는 것인가.
“중국에서 친구가 되려면 함께 술을 마시면 된다고 하더라. 중국 제작사 대표가 나와 ‘고폭(고량주+맥주)’을 스무 잔씩 나눠 마시고 그 대표가 기절을 했다. 다음 날 깨어나더니 정말 ‘친구’라고 부르더라. 물론 이건 하나의 사례일 뿐 절대적인 건 아니다. 하지만 술을 즐기는 중국인과는 함께 술자리는 갖는 것이 관계를 맺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중국 내 한류의 현주소를 알려달라.
“스타를 수출하는 1단계를 지나 감독과 작가 등 제작 인력을 수출하는 2단계, 그리고 중국 자본과 유통망에 한국의 콘텐츠를 결합하는 3단계까지 진행돼왔다. 이제는 한·중 공동 기획과 합작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4단계에 돌입하는 시점이다. 주의할 점은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 아래로 한국의 인력과 기술이 모두 잠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의 몫을 분명히 사수하기 위해 좋은 파트너를 고르고 계약 단계부터 꼼꼼히 살펴야 한다. 전문 에이전트를 거치는 것이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