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망(欺罔) 당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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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작성일20-12-27 17:49본문
언론에 기망(欺罔) 행위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허위사실로 상대방을 속인다는 의미지만 기(欺)와 망(罔)은 차이가 있다.
`기`가 논리적인 속임수라면 `망`은 허무맹랑한 속임수다. 공자의 제자 재아가 "누가 거짓말로 어진 이에게 우물 속에 사람이 빠졌다고 하면 어진 이는 빠진 사람을 구하려 우물에 들어갑니까?"라고 묻는다. 공자의 답이 절묘하다. "군자를 우물가까지 가게 할 수는 있어도 (속임수로) 빠지게 할 수는 없다. 사리에 맞는 일로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상식에 벗어나는 일로는 속일 수 없다(可欺也 不可罔也)."(논어, 옹야편)
내로라하는 인물들조차 `기`는커녕 터무니없는 `망`의 사기에 넘어가는 일을 종종 본다. 진시황이 불로초 사기극의 피해자가 된 것은 아이러니다. 진시황은 과도한 신경과민증을 갖고 있었고, 방사들은 이것을 파고들었다. 더 불안하게 하고, 그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기만했다. 노생과 후생은 불로초를 찾지 못해 화가 미칠 것이 두려워지자 진시황의 독단성을 비난하며 도망갔다.
일각에선 방사들의 사기 행각으로 인한 배신감이 분서갱유의 실마리가 됐다고 지적한다. 서양에선 프랑스 루이 16세 때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이 대표적이다. 재상직을 노리던 경박한 야심가 루이 드 로앙 추기경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눈 밖에 나자 노심초사했다. 이때 라모트 백작부인이 접근해 관계를 회복시켜 주겠다며 거짓으로 왕비와 친필 서신을 교환한다. 또 왕비를 닮은 창녀를 고용해 심야에 극비 미팅까지 주선하고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왕비에게 화해 선물로 상납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결국 돈과 목걸이 모두를 갖고 잠적하며 배달 사고를 일으킨다. 보석상이 왕비에게 대금결제 요청 서한을 보냄으로써 사기극 전말이 세상에 드러난다. 이 사건은 프랑스 대혁명의 단초가 됐다.
만일 진시황이 죽음 트라우마, 로앙 추기경이 왕비 눈에 들어야겠다는 절박한 목표를 좇지 않았다면? 어설픈 속임수 신호를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 흔히 인간이 이성적이라고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감정에 휘둘린다. 터널에서 주변 시야가 보이지 않고 좁아지는 것처럼, 눈앞의 상황과 목표에만 집중하면 주변 현상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터널 시야를 갖게 된다.
심리학자 마리아 코니코바는 "잘못된 판단의 요인은 압박(시간·감정·상황)과 권력이다. 압박을 느끼면 논리적 추론력이 떨어지고,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뻔한 신호들을 무시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뒤통수를 맞기 싫은가. 압박받는 상황에선 판단을 유보하라. 하나 더 필요한 것. 목에 힘을 빼라. 더 세다고, 더 많이 안다고 자처할수록 뒤통수 맞을 확률은 높아진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