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득호도(難得糊塗)’ 와 ‘호행사병(虎行似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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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1-10-29 21:47|본문
'채근담'이라는 책에도 나와 있는 응립여수 호행사병(鷹立如睡 虎行似病)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매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 ‘호랑이는 병든 것처럼 걷는다’고 했다.
이른바 호랑이 걸음은 ‘딛는 것’이 아니라 살살 ‘옮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조신하게 행동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호랑이의 걸음에서 제왕의 권위와 위엄이 묻어난다. 힘만을 앞세워 위세를 요란하게 휘젓고 다녀봐야 실질적인 소득은 없고 위엄만 떨어진다는 것이다.
중국 사자성어에 ‘난득호도(難得糊塗)'란 말이 있다.
잘 알기도 어렵지만 아는 걸 감추기는 더욱 어렵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엉성하게 보이지만 내막은 비수(匕首)로 꽉 차여 있다는 말이다.
옛말에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모여들지 않고, 사람이 너무 깐깐하면 사람이 따르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때로는 조금 멍청한 척하는 것이 지나치게 똑똑한 척 하는 것보다 한결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물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물의 왕’은 호랑이라고 한다. 다른 동물 들은 범접할 수 없는 울음소리를 통하여 포효하는 용맹성과 위엄성을 지니고 있는 자태의 권위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노련한 호랑이들은 아주 ‘의뭉한 전략’을 쓴다. 아무리 약한 들개를 만나도 먼저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고 대부분 달아나는 척 유인 하면서 정확한 상황을 살피면서 상대방의 약점과 허점이 어디에 있는지 간파하면서 역공을 항시 구상한다는 것이다.
매는 ‘매의 눈’이라는 말처럼 날카롭게 노려보아야 정상이고 호랑이는 위풍당당하게 걷는 게 당연한데 왜 매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 호랑이는 병든 듯 걷을까.
뒤집어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역으로 뒤집어 생각하면 실상이 보인다.
만일 매가 예리한 눈초리를 번득이고, 호랑이가 몸에 힘을 주어 걸으면 다른 동물들에게는 위협적인 신호를 주게 된다. 결국 먹이 감을 포획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노련한 매와 호랑이는 조는 듯 앉아 있고 병든 듯 걷는다. 그래야 사냥감들이 경계심을 풀 것이고, 배가 고플 때 쉽게 사냥감을 찾을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산전수전 다 겪은 호랑이들은 힘을 쭉 빼고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세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통해 기만하면서 눈 속의 예리함으로 주변 상황을 전방위로 ‘스캔’ 하는 건 당연지사다.
이렇게 어슬렁거리다가 괜찮은 대상을 발견하면 슬슬 따라간다. 목표물의 행동을 잘 관찰하여 사냥감들의 패턴을 스캔한다. 이른바 상대방의 행동 패턴을 알면 목표 달성이 쉬워진다. 맹수는 멍청한 것처럼 보이면서 조용히 포획의 기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출처 : 중국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