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봉황의 뜻을 어찌 알랴." (燕雀安知鴻鵠之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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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2-04-18 14:49|본문
"참새가 봉황의 뜻을 어찌 알랴." (燕雀安知鴻鵠之志). 내 뜻을 상대가 몰라줄 때 하는 우스갯소리다.
보통 사람이 지도자의 고매한 의도를 어떻게 헤아리겠냐는 의미다. 원전인 '사기'의 '진섭세가'엔 참새는 연작(제비와 참새), 봉황은 홍곡(기러기와 고니)으로 표현된다(燕雀安知鴻鵠之志).
진나라 말기, 진승(陳勝·?~BC 209)이 소작농으로 일하며 "부귀해져도 잊지 말자"고 말했다. 모두 "머슴 처지에 부귀가 가당찮다"며 허풍이라고 비웃자, "참새, 제비가 기러기, 고니의 뜻을 어찌 알랴"고 한 데서 비롯됐다.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참새만 봉황의 뜻을 알아야 하고, 봉황은 참새의 마음을 읽을 필요가 없을까? 참새들 마음을 읽고 이해할수록 봉황이 가까워지고, 잃을수록 멀어지는 것은 봉황의 역설이다. 농민혁명가 진승의 삶엔 '봉황의 역설'이 담겨 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가(王侯將相寧有種乎)'. 고려시대 만적의 난에도 영향을 준 이 한 줄은 진승이 내건 혁명 구호다.
오늘날에도 울림과 떨림을 주지 않는가. 과연 인간 욕망의 마그마를 들끓게 했고, 움츠러든 '참새가슴'을 떨치고 일어나게 했다. 요즘 말로 공정사회 구현이다.
이 한 줄로 게임은 끝났다. 농민들은 막대와 호미로 봉기해 진나라의 날카로운 무기에 항거해 승리했다.
일개 소작농 진승은 장초제국의 왕이 됐다. 진승은 자신의 공약을 지키지 않았고, 더 좋은 황실과 더 폼나는 의전을 받으며 구체제로 돌아갔다. 어려웠던 시절의 옛 친구가 찾아와 "너에게 오늘 같은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다!"며 옛날과 다름없이 대했다. 위엄이 손상당했다고 생각한 진승은 옛 친구를 처형한다.
초심을 잃었다는 신호였다. 가혹한 사찰과 전횡을 일삼던 진승은 수행마부에게 암살당함으로써 6개월 천하의 막을 내리게 된다.
"백성은 시키기만 할 뿐이지, 일일이 알게 할 수는 없다(民可使由之 不可使知之)." '논어'에서 논쟁적 부분이다.
시대의 한계를 인정해도 공자의 기조와는 맞지 않아 설이 분분하다. "여론이 좋다고 하면 실행하고, 불가하다고 하면 이해시킨다" 또는 "백성이 옳다고 하면 실행하고, 옳지 못하다고 하면 (설명해) 알게끔 한다" 등등.
참새가 봉황의 뜻을 모르는 것은 참새의 잘못만은 아니다.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한 봉황의 잘못도 있다. 리더십은 의도가 아니라 영향력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