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애애(期期艾艾)`고사성어 리더십] 더듬을지언정 다듬어 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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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0-12-03 16:09|본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어릴 때부터 말을 더듬었다. 학창 시절 별명이 `대시(-)` `ㅂ-ㅂ-ㅂ-바이든` `스텃` `스텃헤드(말더듬꾼)`였다. 그는 "내 약점 덕분에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게 됐다"고 말한다.
말더듬이 출신 리더로는 바이든 외에도 영화 `킹스 스피치`로 잘 알려진 영국 왕 조지 6세,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그리고 미국 기업가인 잭 웰치 전 GE 회장 등 허다하다. 이들은 `말 더듬는 약점`을 `다듬어` 말하는 것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기애애(期期艾艾)`는 말더듬이를 가리키는 고사성어다. 같은 글자가 반복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말을 버벅거리는 것을 뜻한다. 기기(期期)는 유방을 도와 한(漢)나라를 세우는 데 공을 세운 장군인 주창(周昌) 이야기다.
한고조가 여후(呂后)가 낳은 태자를 폐하고 총애하는 척부인 아들인 여의(如意)를 후계자로 삼으려 하자, 주창은 강력하게 반대한다. 말더듬이인 그가 흥분하니 말이 더욱 엉켰다.
"폐하께서는 태자를 폐위시키려고 하시지만 `기필코, 기필코` 신은 명령을 받들지 않겠습니다(陛下雖欲廢太子 臣期期不奉詔)." `기(期)`자를 되풀이해 `기필코, 기필코`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애애(艾艾)는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다. 위나라 장수 등애는 어려서 말을 더듬는 것 때문에 놀림을 받고 한직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다 군사 일에 능통한 점이 눈에 띄어 참모로 발탁될 수 있었다.
그는 늘 "저 애(艾)는, 애는…" 하며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보고를 받던 사마소가 웃으면서 "`애는, 애는`을 연발하는데, 도대체 `등애`가 몇 명이기에 같은 말을 반복하는가"라고 농담 삼아 말한 데서 유래했다. 당시엔 "저는"이라고 대명사로 말하는 대신 이름으로 자신을 칭했다.
즉 "애는, 애는"은 "저는 저는"이라는 뜻이다.
이들과 달리 한비자는 말 더듬는 것이 삶에 결정적 장애로 작용했다. 진시황은 한비자가 쓴 글을 읽고 `이 사람과 교유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할 정도로 존경을 표한다.
막상 만나보니 한비자는 심한 말더듬이였고,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당시 진왕실에는 그와 동문수학한 이사(李斯)가 있었는데 모함을 하는 바람에 결국 감옥에 갇혀 독약을 받아 자살하게 된다.
말하기는 동서고금 리더의 필수 요건이다. 동양에서도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중시한 데서 알 수 있다. 단 말을 잘하는 것과 잘 말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전자가 유창함이라면, 후자는 진정성이 포인트다.
요즘 세태는 말은 잘하는데, 잘 말하는 이는 드물다. 웰치 전 회장이 어렸을 때 말더듬이로 놀림을 받으면 그의 어머니는 "너는 머리가 좋단다.
단지 입이 머리가 돌아가는 속도를 따르지 못할 뿐"이라고 위로해줬다고 한다.
청산유수 속사포급 말을 쏟아내는 이들은 "입이 머리보다 빠르기 때문"일까. 차라리 말을 더듬을망정 `다듬어` 말하는 리더가 아쉽다.
김성회CEO리더십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