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들여다본 여행④ 관광산업 경쟁력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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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09-11-02 10:03본문
인구나 군사력처럼 명확한 잣대가 없는 한, 국가에 점수를 부여하는 일은 어불성설이다. 한 나라의 문화나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계량화에는 오류나 위험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다보스 포럼'이라고도 불리는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발간하는 관광산업 경쟁력 지수는 이러한 인식에 도전장을 던진다.
관광산업을 '규제 체계', '비즈니스 환경과 인프라', '인적ㆍ자연ㆍ문화 자원' 등 세 가지 범주로 나눈 뒤 73개 항목에 걸쳐 최저 1점, 최고 7점의 평점을 매긴다.
예를 들어 문화 자원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운동장, 축제와 전시회 개수 등을 통해 우열을 가린다.
다만 세계 경제 포럼은 '이 순위는 한 국가의 매력이 아니라 관광 분야에서 얼마나 사업을 하기 좋은가를 서열화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광산업 경쟁력 지수 보고서는 2007년 처음으로 발행됐다. 124국이던 조사 대상국은 133개국으로 늘었다.
올해 3월에 나온 '2009 관광산업 경쟁력 지수 보고서'를 보면 만인이 동경하는 나라인 스위스가 1위이다. 2위는 음악과 예술의 나라인 오스트리아, 3위와 4위는 독일과 프랑스, 5위는 캐나다이다.
2008년에는 9위와 10위였던 프랑스와 캐나다가 나란히 다섯 계단을 뛰어오른 점이 눈에 띈다.
20위 안에 든 국가를 보면 유럽이 14개국, 아메리카가 2개국, 오세아니아가 2개국, 아시아가 2개국이다. 대개는 여행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환경오염이 덜하며, 여행에 친숙한 국가들이다.
관광 '산업'에 대한 지표이므로, 선진국의 순위가 좋은 것은 당연지사이다.
73개 항목의 수위는 매우 다양하다.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투명도는 싱가포르, 환경 규제의 엄격함은 스웨덴, 교통사고 발생은 몰타와 아이슬란드, 정부 예산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도미니카공화국, 항공 교통 네트워크는 독일이 각각 1등이다.
또한 호텔 숙박비는 감비아가 가장 싸고, 바베이도스는 외국인을 가장 잘 환대하는 국가이다.
한편 한국의 관광산업 경쟁력 지수는 4.72로 31위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홍콩, 일본 다음으로 높은 순위이다.
한국의 항목별 순위를 보면 인터넷 사용 가능 지역이 3위, 병원의 침대 수가 4위, 철도 교통이 7위로 좋은 데 반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3위, 멸종 위기의 생물종은 111위, 휘발유 가격은 116위로 매우 나쁜 편이다.
동아시아의 중국, 일본과 비교해 보면 더욱 흥미롭다. 종합 순위는 일본, 한국, 중국의 순이지만 두드러지는 점이 다르다.
우선 한국은 정보 통신 강국답게 정보 통신 인프라와 인적 자원에서 우위를 점한다. 반면 일본은 교통 체계와 환경에서 앞서며, 중국은 자연 자원과 가격 경쟁력에서 두 나라를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