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윤의 아시아 문화 기행] 베이징 만리장성 금산령∼사마대 구간 트레킹 > 중국여행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공지사항 2024년 龍의 힘찬 기운…
중국여행

[전명윤의 아시아 문화 기행] 베이징 만리장성 금산령∼사마대 구간 트레킹

페이지 정보

작성자 admin 작성일11-08-15 09:05

본문

 
자박자박 밟으며 오른다… 모진 풍파 견딘 이천년 세월 속으로

새벽 5시. 연례행사보다도 드문 일이다. 이 꼭두새벽에 눈을 뜬 것은. 창문 밖 세상을 보니 아직 세상은 잠들어 있다. 이곳은 베이징. 그것도 시끄럽기로 유명한 베이징역 앞의 작은 숙소다.

오늘은 벼르고 별렸으나 이미 세 차례나 바람을 맞은 당일치기 짧은 여행을 떠나려 한다. 만리장성 트레킹. 베이징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만리장성 구경을 이제야 가느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베이징 근교의 만리장성은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팔달령을 비롯해 금산령, 모전욕, 거용관, 사마대 등 많은 코스가 있다. 팔달령이야 남녀노소 누구나 찾을 수 있고 심지어 자동차까지 달릴 수 있는 넓이를 자랑하지만, 그 외의 코스는 그리 만만한 동네가 아니다. 휘황찬란한 대로변에서 안쪽으로 한 블록만 들어가면 급격히 1960년대 분위기로 바뀌어 버리는 중국에서 외국인이 찾지 않는 구간을 돈을 들여 보수했을 리가 만무하다.

심지어 아직까지 대중 교통수단 조차 정비되지 않아서,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현지 마을 사람들이 타는 ‘빵차’라는 일종의 합승택시를 이용해야만 한다. 서너 번은 말해야 알아 듣게 만드는 ‘나홀로 중국어’를 구사하는 나에게 현지인, 그것도 시골 사람들과 흥정을 할 일이 생긴다는 것은 결코 편안한 일은 아니다.

금산령 장성. 만리장성의 시작인 산해관에서 장성의 서쪽 끝 가욕관까지 모두 둘러본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숙제하는 마음으로 왔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상상 이상이다.

아침 햇살 때문에 더 그랬을까? 황토 고원의 대지를 휘감으며 전진하는 장성의 매혹적인 곡선은 감동적이었다. 갑자기 시간을 뛰어넘어 고대에 도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 그리고 이내 혼자라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잠시 잠깐 상상이 현실을 압도했는데, 나는 진짜로 병사들의 함성과 불타는 금산령 장성을 보았다.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오늘 일정을 취소하고 하루종일 이곳에 앉아 있다 하산할까 하는 충동도 일었다. 하지만 그 놈의 역마살. 여행이 직업이 된 이유는 한곳에 진득하게 앉아 있는 재주가 없어서다. 그냥 묵묵히 걷다보면 더 나은 곳이 나온다는 막연한 기대는 언제나 나에게 길을 재촉한다.

길은 험했다. 아니 험한 정도가 아니라, 인간이 직립보행한다는 사실을 잊게 해 줄 만큼 계단은 가팔랐고, 어떤 곳은 발을 디딜 만한 곳도 없어 ‘네발 보행’을 해야만 했다. 외국인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런 거친 길 때문이다. 이것이 장성의 실제 모습이었을 것이다. 현대 중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이 남아로 태어나 장성에 한번 오르지 못한다면 대장부가 아니라고 했다는데, 사실 장성은 우리가 보는 것처럼 멋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이렇게 길게 쌓은 성은 방어 용도였고, 이는 장성 너머에 강력한 세력이 존재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중국 역사에서 장성이 중요했던 왕조는 늘 약소국이었다. 전국 시대를 통일했지만 기반도 다지기 전에 멸망해 버린 진(秦)이나, 왜구 하나 변변히 막지 못해 해안지대 모든 주민을 소개한 명(明)이 그랬다.

진시황이 쌓은 만리장성은 모두 유실되어 버렸고, 우리가 밟고 있는 모든 장성 구간은 명나라 때 만들어졌다. 명의 뒤를 이은 청나라는 장성 바깥까지 판도를 넓혔던 나라니 장성이 중요하지 않았을 터. 때문에 장성의 적은 바깥의 적군이 아니라 비바람과 세월의 때였다. 아니 그들은 장성을 천천히 갉아 먹었으니 진정한 장성의 적은 만리장성 안쪽에 사는 사람들이었을 게다.

만리장성은 지역에 따라 건설한 자재가 달랐다. 베이징 일대는 벽돌이지만, 서쪽 실크로드 쪽은 짚을 섞은 흙벽돌이고, 그냥 흙반죽을 올려버린 곳도 있다. 장성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던 시절에 장성 안쪽에서 살던 사람들은 벽돌을 파내 자기 집을 짓고, 짚이 섞인 흙벽돌을 부셔 비료로 사용했다. 요즘 들어서는 장성의 골동품적 가치 때문에 벽돌을 빼가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고 하니, 군데군데 길이 끊어지고, 때로는 깜깜 절벽과 조우하는 일은 금산령 장성이 별나서가 아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완벽한 돌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만나는 지점에 돈대(墩臺)라는 건물을 세워 그나마 지친 다리를 쉬게 했고, 이 돈대 20여개를 지나면 완만한 내리막이 되며 금산령 장성은 끝이 나고, 사마대 구간으로 접어든다. 금산령이 둥글게 반원을 그리며 이어지는 코스라면, 사마대는 보다 더 직선적이다.

지난 4∼5년간, 그나마 여행자들의 관심을 받아온 탓인지 금산령보다는 훨씬 정돈된 길을 자랑하고 있었다. 심지어 로프를 타고 장성의 이쪽과 저쪽을 넘나드는 플라잉 폭스(Flying Fox)라는 탈거리를 비롯해, 자그마한 유원지를 꾸며 유람선도 운영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며 이곳 또한 불편했던 소박함이 영악한 편리함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금산령에서 느꼈던 감흥이 싸늘하게 식어간다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개발이 진행 중이라는 말은 언제나 김을 빠지게 한다.

내가 본 곳을 남도 보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여행이 너무 쉬워지면 감동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죽어라 내달려 하루에 하나만 보는 것은 비효율이지만, 하루에 열댓 군데씩 찍고 와서 어디가 어딘지조차 모르는 불경을 저지르지는 않게 한다. 이런 편안함이 싫어서 오지를 찾는 여행자는 더 떠돌게 된다. 다시 갔을 때, 왜 그때의 향기는 사라져 버리는 걸까? 

중국여행 목록

이미지 제목
사막보다 더 뜨거운 개발 열기 인기글 1 실크로드의 영화를 찾아서인천은 21세기 글로벌시대를 맞이하여 新실크로…(2011-09-19 12:17:41)
천년의 보고 둔황 인기글 1-1 낙원을 찾아가는 길지난 7월16일 20시 45분. 탐사단을 태운 …(2011-09-19 12:13:55)
통째로 뜯기고… 비참하게 훼손당한… 인기글 투르판시 화염산에 인근에 위치한 베제크닉 천불동 석굴도 돈황 막고굴과 함…(2011-09-13 09:43:09)
가도가도 끝없는 망망 사해 인기글 낙원은 어디에 있는가 바람의 나라에 모래는 친구다. 사막에 부는 바람은 모래를 품어 올린다. 여기저기 벌판을 날아오르는 모래바람. 그 바람의 정수(精髓)가 쌓여 금빛 모래산이 되었다 모래는 태양의 이글…(2011-09-13 09:40:03)
중국의 나시족, 현대를 사는 인류… 인기글 나시족은 중국 윈난성 서북부 리쟝을 중심으로, 쓰촨성, 티벳자치…(2011-09-06 08:50:30)
신 실크로드 중국 신장성을 가다 인기글 1-6 진리는 항상 힘의 중심에 서있다화염산(火焰山, 훠엔산)은…(2011-09-06 08:46:15)
폐허뿐인 고성에 '현장&… 인기글 1-7 우연과 필연의 사이에서삶은 우연인가 아니면 필연인가. 뉴…(2011-09-01 08:48:37)
Travel for CEO-중국 … 인기글 유구한 역사와 드넓은 영토를 가진 만큼 세계문화유산도 대거 보유…(2011-09-01 08:46:19)
위구르인의 애절함 담긴 향비의 墓 인기글 사실은 이 순간도 무수히 탄생한다. 무수히 많은 사실 만큼 종류 또한 무수하다. 그러나 사실이라고 다 사실일 수 없다. 제일 먼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실이 밀려난다. 그리고 특별한 사실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특…(2011-08-25 08:51:48)
중국-세상에 이런 호수가! 항저우… 인기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을 갖고 있는 ‘호수’는 어디일까요? 바로…(2011-08-25 08:49:41)
하늘 문은 어디메뇨 인기글 짙은 구름… 첩첩산중… 천산천지…인간은 항상 꿈을 꾼다. 이루고…(2011-08-22 09:06:54)
마카오 심천, ‘볼거리 반, 놀거… 인기글 홍콩여행길 또다른 매력 코스아시아에 유럽을 옮겨놓은 듯중국민속촌 색다른 재미 선사 홍콩을 자주 드나드는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홍콩의 또 다른 매력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마카오와 심천은 그런 이들…(2011-08-22 09:04:35)
수묵화 같은 물의 도시‥실크로드 … 인기글 중국이 여행지로서 좋은 점은 아직도 가 볼 곳이 많이 남아 있다…(2011-08-18 08:49:28)
[상하이 리포트]‘작은 유럽’ 와… 인기글 국민소득이 점차 높아지고 중산층 비중이 커짐에 따라 중국의 ‘럭…(2011-08-18 08:44:24)
[전명윤의 아시아 문화 기행] 베… 인기글 자박자박 밟으며 오른다… 모진 풍파 견딘 이천년 세월 속으로새벽…(2011-08-15 09:05:41)
게시물 검색

PC 버전으로 보기

延邊聖山本草商貿有限公司

연변성산본초상무유한회사

Copyright © 2006 吉ICP备2020005010号

住所 :延吉市北大新城2号楼3010

企业法人注册号(법인사업자 등록번호):222400000012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