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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마을을 찾아서 (6) 통리(同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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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11-10-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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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0대 水鄕으로 명성
15갈래 하천 마을 이어줘

겨울이 가고 새봄에 제비가 박씨를 물고 온다는 강남은 장강(長江)-양자강의 남쪽을 말한다. 이 강남에는 크고 작은 수향(水鄕)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통리다. 내가 통리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거의 10년 전쯤이다. 그 때는 아주 유명한 두어 곳의 수향이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었을 뿐 여타의 작은 마을들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북경에서 항주까지 1700여 킬로미터의 경항대운하(京杭大運河)를 따라 오후 늦게 항주에서 버스를 타고 소주로 가다보면 해가 저문다. 운하에 떠있는 배들이 점점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서로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달고 다니는 작고 붉은 등불만 느리게 움직일 즈음 나는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 어둠 속 저만치 통리의 위치를 가늠하면서 언제 한 번 가봐야지 하던 것이 얼마 전에야 겨우 찾아가 보았다.

통리는 중국 10대 수향 가운데 한 곳이며 강남 수향의 조경건축을 집대성해서 만든 퇴사원(退思園)이 대표 건축물로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열다섯 갈래의 하천이 마을 구석구석을 이어주며 도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니 다리가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쉰 개 가까이 되는 각양각색의 돌다리에는 물가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과 기쁨이 천년 세월을 내려오면서 겹겹이 쌓였다.
 
수년간을 가슴만으로 그리워하던 통리는 이미 생각 속의 통리가 아니었다. 마을 초입에 세워진 최근에 만들어진 석방이며 돌다리가 오랜 세월이 만든 흔적을 깎아내고 있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물가마을을 상상한 내가 잘못이겠다. 십년 가까이 혼자 짝사랑을 하다가 불쑥 나타나서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머물러 있기를 바란 것이 바보 같은 짓이었을까. 마을 입구 한쪽 구석에 자리한 허름한 식당을 찾아 만두 한 그릇을 시켰다. 실내에 들어가지도 않고 바깥에 놓인 나무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식사를 마치고도 마을구경할 생각도 잊은 채 오고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관광객들을 보면서 마을로 들어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여기까지 찾아온 길이 아까워 몸을 일으킨다. 현대화에 밀리고 개발에 망가져도 수향에는 고향의 그리움 같은 것이 곳곳에 배어있기 마련인가보다. 물길을 따라 난 길가로는 기념품 가게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호객하는 목소리가 귀를 시끄럽게 한다.

하지만 한걸음만 뒷골목으로 옮기면 훌쩍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곳이 또한 수향만이 가지는 맛깔난 재미이기도 하다. 어느 고촌이나 사정이 비슷하겠지만 빈번한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은 집을 고쳐서라도 가게를 만들고 뒷집은 그냥 수백 년 동안 내내 같은 생활을 하게 마련이다.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뒷짐을 진 노인네들의 쓸쓸한 뒷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겨우 몇 걸음 들어왔을 뿐인데 거짓말처럼 시끌벅적한 소리가 사라진다. 매캐한 연탄 냄새가 스멀스멀 다가오고 장기 알 놓이는 똑딱거리는 소리만 사람이 있다는 기척을 해온다. 

 
얼마간의 돈을 내면 노를 젓는 작은 목선을 타고 큰 물줄기 한곳은 편하게 돌아 볼 수도 있지만 나는 배를 버리고 계속 걸었다. 걷다가 힘들면 돌난간에 걸터앉아 땀을 들이면 그만이다. 물은 흐름이 막혔는지 빛이 탁하다. 그 탁한 물위로 관광객들을 실은 배가 오고가는데 가마우지를 실은 배가 보인다. 아무것도 살 수가 없을 것 같은 이 물 속에서도 물고기가 사는가 보다. 가만히 지켜보는데 관광객 한 사람과 가마우지의 주인인 듯 한 아주머니 사이에 몇 마디의 말이 오가고 얼마간의 돈을 건네니 배는 물 가운데로 나아간다. 
 
주인이 어떤 신호를 보냈는지 횃대에 앉아있던 가마우지 두어 마리가 물속으로 뛰어들고 그 짧은 시간에도 손바닥보다 큰 붕어들이 줄줄이 잡혀 올라온다. 고기잡이가 생계수단이 아니라 가마우지 쇼가 생계수단이다. 가마우지는 목이 실에 매여 있어 큰 물고기는 삼킬 수가 없어 뱉어 내어 사람들의 몫이 된다. 서글픔이 밀려온다. 가마우지는 줄에 목이 매여 서글프고 사람은 가마우지에 매여 있어 서글프다.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관광객이 아닌 친지와 친구로 찾는 수향을 그려본다. 수백 년 전, 아니 수십 년 전만 해도 낯선 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마우지가 더러운 물속으로 들어가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그네 귀에는 들릴 듯 말 듯 울리는 맑은 물가에서 조용조용 나누는 빨래하는 여인네들의 이야기가 그립다. 

하루 종일을 걸어 다녀도 다보기 힘들만큼 넓은 마을이지만 반나절도 못 보내고 나는 떠밀리듯이 통리를 떠나고 만다. 통리를 벗어나 다급하게 어디를 가야하는 것도 아닌데 왠지 마음이 급하다. 이 시각에도 변해가고 있을 어느 산골 고촌을 생각하면 괜스레 마음이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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