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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시인 윤동주 판결문 전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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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0-07-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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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지방검찰청에서 우지시의 ‘윤동주 기념비 건립위원회’ 안자이 이쿠로 대표(교토 평화박물관 관장, 리츠메이칸 대학교 교수)와 곤다니 노부코(紺谷延子) 사무국장, 교토대학교의 미즈노 나오키(水野直樹) 교수와 도쿄 가쿠게이대학 이수경 교수는 지난 8일,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일본 검찰이 공개를 꺼리던 시인 윤동주의 재판 판결문 전문을 열람하고 원문복사본을 공개했다.

이 자료는 과거 이부키 고(伊吹鄕)씨가 열람 후 전문을 옮겨서 알린 터라 한국에서도 그 내용은 알려져 있고, 독립기념관 등에도 그 번역본 내용을 간단히 볼 수 있다. 번역과정에서의 고유명사 표기가 몇 군데 잘못되어 있긴 하지만 비교적 정확한 번역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윤동주 재판 판결문은 현재까지 일제의 ‘치안유지법’ 판결문 자체의 공개를 주저하던 일본 검찰청 측이 시민들의 요구에 응하는 이례적인 성의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비록 학문적 이용을 위한 열람이라는 조건을 붙이기는 했지만 일제 강점기의 치안유지법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던 문학가 등의 재판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았던 기존 상황을 생각한다면 과거사 정리를 위한 하나의 물꼬가 트인 작지만 큰 사건인 것이다.

향후, 송몽규(연희전문학교 문과를 나와 교토 유학중 동갑인 윤동주와 만나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검거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같은 해 옥사한 윤동주의 고종사촌형)의 관련 자료는 물론,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 판결을 받았던 당시의 많은 사람들의 자료 공개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재판판결문 공개요구는 「윤동주 시비건립위원회(2005년 결성)」의 곤다니 노부코 사무국장의 기획으로 지난 4월 8일에 일본인 및 재일교포 교수・변호사 등 11명이 윤동주 관련 재판 소송문 및 관련 기록 공개 요구서를 교토 지검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일본 형사 소송법 53조 1항의 “누구나 피고 사건의 종결 후, 소송 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 단, 소송 기록의 보존 또는 재판소 혹은 검찰청의 사무에 지장이 있는 경우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조항과 형사 확정 소송 기록법 2조 3항의 “보관 검찰관은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을 때는 보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항목에 의거하여 윤동주의 ‘예심 종결 결정서(문)’ 라는 자료의 행방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또 기념비 건립위원회는 필자와 더불어 도우노시마(塔の島)에 세울 윤동주 기념비 설립을 위한 실천적 행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6월 10일, 필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교토 지검으로부터 윤동주 재판 판결 전문에 대한 공개 연락을 받고 재판판결문 총7장을 확인했다. 윤동주 시대보다 훨씬 오래전의 단체사건을 취급한 4가지 서류를 제외하고는 학술적 사료가 될 수 있는 다른 서류들과 윤동주의 시집 및 송몽규 관련 자료 등은 지난 65년 동안 많은 자료들이 폐기처분 된 상태로 파악됐다.

필자는 윤동주의 판결문을 직접 손으로 눈으로 확인하자니 가슴이 벅찼다. 연구자가 1차 원문 자료를 손에 쥐었을 때의 그 감격이야 말할 수 없지만, 한일 근대사를 가르치는 한국인 입장에서 왠지 그 재판에서 어처구니없이 엉터리 죄명으로 형을 선고받아야했을 젊은이의 아픔이 밀려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윤동주의 판결 내용을 확인하면서 민족 문화 고취를 위해 그토록 애를 썼던 게 일본인이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일본에선 영웅이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판결문에는 윤동주는 항소도 하지 않고 판결문에 게재된 형을 전부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43년 7월14일에 송몽규와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교토 시모가모경찰서에 검거된 이후, 1944년 3월 31일 교토 지방 재판소 제2형사부 이시이 히라오 재판장과 와다나베 츠네죠, 가와라다니 스에오 판사 명의로 판결이 내려지고 다음 날인 4월 1일에 판결 확정이 지어졌다.

또 윤동주에 대한 치안유지법 위반 피고 사건에 대하여 당 재판소는 검사 에지마 다카시가 참여하여 심리를 한 결과 징역 2년의 판결을 내리고, 구류되었던 120일은 징역일수에 산입(넣어서) 처리한다고 밝히고 있다. 징역형의 이유에 대해 “윤동주가 어릴 때부터 민족 학교 교육을 받고 사상적 문화적으로 심독했으며 친구감화 등에 의해 치열한 민족의식을 갖고 내선(일본과 조선)의 차별 문제에 대하여 깊은 원망의 뜻을 갖고 있었으며, 일본의 제국통치권에서 조선을 이탈시키기 위한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일반 대중의 문화 앙양으로 민족의식 유발에 노력하며 특히 대동아전쟁 발발에 직면해 열세한 일본의 패배를 몽상하고 그 기회를 틈타 조선 독립의 야망을 실현시키려 하는 망동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어 “피고인은 만주국 간도성에서 반도 출신 중농의 가정에 태어나 같은 지역의 중학교를 거쳐 경성 소재 사립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고 쇼와 17년(1942년) 3월 일본에 건너와서, 일시적으로 도쿄 릿교대 문학부 선과에 재학했지만 10월 교토 도시샤대학 문학부 선과에 옮겨와 현재 이른다”고 돼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독립기념관 사이트 등에서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이 판결문 열람은 일제 과거를 청산하고 일본과의 미래지향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양심이 이룬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미 12000명이 넘는 서명을 비롯해 평화 인권 도시라 표방하는 ‘우지강’ 가운데의 공원에 국경을 초월한 평화적 상징으로서의 윤동주 기념비를 세우려고 준비를 해온 시비 건립위원회의 안자이 대표나 곤다니 사무국장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수반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들의 열정과 휴머니즘에 기인한 과거사 규명에 대한 노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기념비 건립 장소인 도우노시마 맞은편에는 바로 치안유지법 반대로 암살당한 야마모토 센지의 집이 있고, 우지시에는 일본인으로서 처음으로 일제 강점기에 착취당하고 학대받는 조선 농민의 실태를 소설로 고발한 나카니시 이노스케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지나가면 그만인 시간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삶의 풍요로움은 달라진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교토 평화박물관과 우지시의 아름다운 자연, 윤동주와 송몽규를 사랑하는 이들의 공간 을 느껴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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