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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의 원형 복원; 조선족 끌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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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0-03-0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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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민족문제의 이중성
 
한민족에게 있어서 민족문제는 이중적이다. 포용하여 극복해야 할 과제인 동시에 고양하여 해결해야 할 숙원이기 때문이다. 한민족은 21세기 소통의 시대를 맞아 오랜 세월 머리위에 얹어왔던 ‘단일민족국가’라는 왕관을 내려놓고 여타민족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다민족사회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반면 20세기에 겪었던 질곡의 역사를 온전히 치유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재외동포들을 한데 묶어 ‘한민족공동체’를 구현하여야 한다.
 
우리민족은 반만년 역사 속에서 이어온 단일민족국가임을 자랑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이제 한국의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 2007년을 기해 외국인수가 남한인구 5천만 명의 2%에 해당하는 1백만 명을 넘어섰다. 바야흐로 외국인 1백만 명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한국사회도 세계화를 반영하며 빠르게 다민족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를 고집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 차원에서 보면 한민족은 여전히 20세기가 낳은 질곡의 역사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있다. 슬픈 역사의 결과로서 인구비율상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7백만 한민족이 세계 1백50여개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 그리고 일본의 재외동포들은 여전히 역사가 남긴 상흔으로 민족적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21세기 소통의 시대에도 한민족 디아스포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7백만 재외동포 중 4백만 명은 거주국 국민이며 3백만 명은 한국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국민이다.
 
한국사회가 품고 있는 민족문제의 이 같은 이중적 성격은 문제해결을 위해 양자를 분리하여 적용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즉 한편으로는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민족문화를 고양시킴으로써 한민족공동체를 도모하여야 한다.
 
민족문화적 접근의 필요성
 
한민족이 지니고 있는 민족문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한민족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민족문화적 접근을 통해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동포들과의 관계맺기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여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특히 집거지를 중심으로 살아가면서 민족문화를 오롯이 유지하고 있는 중국 조선족동포들을 끌어안는데 유용할 것이다.
 
한민족공동체 형성은 민족문화의 정신적 원형을 복원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세계150여개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는 700만 재외동포들은 민족문화를 통해 민족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족문화란 우리 민족의 사유(思惟), 생활방식에서 대대로 이어온 것을 총칭한다. 민족문화의 원형이란 문화현상으로 나타난 것에서 공통된 유무형의 형질을 추출한 보편성의 원리로서, 세계관과 생활양식상의 원형성(arch-pattern)을 반영한 개념이다.
 
노귀남박사는 한민족문화의 원형을 시골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돌담’에서 찾는다. 그리고 돌담이 지니고 있는 정신적 근원을 불이사상으로 파악한다. 그러면서 돌담을 자연과 집의 경계일 뿐 아니라 민족문화의 시원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노귀남, 2006) 크고 작은 각각의 돌을 모아 다른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낸 돌담에서 부분과 전체, 개성과 집단의 관계를 사고하는 하나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자연 그대로의 돌을 사용하여 하나의 인공물로서 돌담을 만들어낸 행위주체의 마음이다.
 
개체의 특성을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고, 큰 것, 작은 것, 모난 것, 둥근 것을 우열을 가리지 않고 이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완성품으로서 돌담을 만든 그 정신이다. 돌담은 자연과 집의 경계이지만 허물어지면 돌로 돌아가 그냥 자연이 되고 다시 쌓으면 사람의 울이 된다. 돌담은 개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집단과 화합하는 이치를, 유일한 것이 아닌 하나, 즉 불이사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민족융화의 이론으로서 ‘샐러드접시이론(salad boll theory)’의 적실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개별적 문화의 특성을 인정하면서 이를 조화시켜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민족문화의 원형을 복원하고 이를 확대 발전시키는 것은 조선족동포들을 끌어안는데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조선족은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에 의해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한민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적 정체성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족동포들에게 있어서 문화적 정체성은 다민족국가인 중국에서 한민족임을 드러내는 가장 분명한 증거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와 관계맺기를 하는 주된 무기이다.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또한 조선족동포들이 스스로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민족문화의 원형을 복원하고 이를 조선족동포를 끌어안는데 활용하는 것은 한국사회가 조선족동포들과 관계맺기를 하는데 대한 중국의 견제 또는 우려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기도 하다. 연변과 조선족은 중국 현실정치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중국당국의 영향력 하에 있다. 따라서 우리의 일방적 접근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비정치적인 영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문화를 선양하는 것은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에 부합하는 것이다. 민족문화를 매개로 조선족동포들과의 감정적 교감을 꾀하는 것은 중국의 우려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조선족동포와 민족적 동질성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민족문화적 접근을 통해 조선족동포에 다가가는 것은 한국의 민족문화 원형 발굴 사업과도 결합될 수 있다. 문화관광부는 2006년 11월 22일 향후 10년간 ‘민족문화 원형 발굴 및 문화정체성 정립 사업’을 추진해 이를 문화예술 창작의 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한국인의 생활 현장인 '터', 일과 놀이의 개념을 담은 '판', 한국적 공동체 '울' 등 13대 문화원소를 사업 단위로 삼아 원소마다 7-12개씩 모두 120개의 세부과제를 선정해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되어있다.
 
연변에 살고 있는 조선족동포는 부분적으로 중국문화를 수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문화를 기본으로 하여 생활하고 있다. 따라서 조선족사회는 민족문화의 원형을 찾는데 있어서 중요한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족문화의 복원사업은 또한 조선족동포들의 참여를 높일 뿐 아니라 민족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고양시킴으로써 한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21세기 소통의 시대에 감정을 교류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또한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가 문화적 측면에서의 갈등을 줄이는데 용이할 것이다. 최근 조선족사회에서는 연변말의 정체성과 관련해 진통을 겪고 있다. 대체로 한국말을 지향하려는 분위기가 우세한 가운데 일부에서 연변 고유의 말을 유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통적 관습과 관련해서도 조선족사회는 한국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민족문화의 원형을 복원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사회와 연변사회가 연대감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중국 조선족사회는 한국사회와 문화적으로는 동질성이 강한 반면 정치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이완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의 소수민족정책과 중국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가져온 결과이다. 물론 조선족사회가 형성되어 온 역사적 배경도 중요한 이유이다. 따라서 조선족동포들과의 관계맺기를 위한 방법은 조선족동포들의 성향과 중국당국의 우려 등을 고려할 때 민족문화적 접근이 가장 유용할 것이다.
 
미래공간 만들기; 중국과의 파트너쉽
미래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변지역은 근현대에 이르러 충돌의 공간이었다. 근대이후 지역적 패권을 잡기 위한 제국주의적 갈등과 경쟁이 빚은 결과였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점에서 충돌의 공간으로서 연변의 역사는 언제 다시 재현될지 모른다. 따라서 연변지역을 평화지대로 만드는 것은 연변은 물론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연변지역을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과제가 있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이 지역을 동북아시아 지역의 미래를 위한 교류와 공존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야만 20세기 역사상 가장 첨예한 갈등의 현장이었던 동북아시아를 항구적인 평화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 즉 연변의 미래가 곧 동북아시아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연변을 미래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는 근본이유이다.
 
그 방법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으로 하여금 연변지역을 미래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국가이익에 부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중국이 연변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연변과 동북아시아의 미래는 연변을 미래공간으로 만드는데 있어서 중국과의 파트너쉽을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중국이 연변을 동북아시아의 미래공간으로 만듦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 중국과의 파트너쉽을 형성하는 관건이다. 중국의 기대이익이 크면 클수록 동참할 가능성은 그만큼 클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에게 있어서 연변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동북공정과 동북진흥계획은 이 지역의 중요성을 반영한 국가전략이다. 동북공정에서 엿볼 수 있듯이 중국은 연변지역을 포함한 동북지역에 대한 전략을 한반도의 미래와 연계하고 있다. 남북한통일시대가 도래하면 역사성과 인접성 그리고 조선족동포들의 문화적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이 지역이 통일한국에 경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따라서 연변과 조선족의 미래는 반드시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중국을 자극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한국과 연변과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면 통일과정에서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도 어렵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연변의 미래와 관련해 어느 한나라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로섬적인 논리가 아니라 보편적이고 상생적인 가치를 지닌,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이라는 논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하나의 방안으로 연변을 경제적 문화적 중간지대로 만드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중국에 속해 있지만 지경학 및 지문화적 측면에서 연변이 갖고 있는 특성을 십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동북아시아공동체 형성을 염두에 둔 장기적 포석으로도 의미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연변을 중간지대로 만드는 것은 한반도 통일시대에도 유용할 것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국경을 맞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어떤 면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중국의 그러한 생각을 충족시켜주는 완충지대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에게 한반도 통일은 달갑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연변을 중간지대로 만들면 이 지역이 힘의 완충지대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연변지역은 이미 봉금지대로서 청나라와 조선 간의 힘의 균형을 잡는 완충지대로 기능한 바 있다.
 
중국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민족공동체와 동북아시아공동체 구상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중국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의 화교정책과 동북아시아전략에 비추어보면 중국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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