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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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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9-04-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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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조선족 인구는 28만6,846명 … 0.35% 증가
 
많은 조선족 동포들이 “농촌에는 사람이 없다” 또는 “모두 한국에 나갔다”라고 단언하는 것과는 달리, 연변 떠나기를 꺼리는 이들과 지속적으로 연길로 유입되는 인구들로 인하여, 연길의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연길시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길시 호적 인구는 49만 5130명으로 집계되었는데, 그중 한족이 19만 6673명(연변 전체 인구 중 39.7%)으로 전년 대비 0.27% 감소한 반면, 조선족 인구는 28만 6846명(57.95%)으로 0.35% 증가했다.
 
또한, 날로 확장 연장되는 도로들, 빠르게 올라가는 고층아파트(띠엔티로우-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들), 세련된 내부 장식을 자랑하며 개업하는 식당들, 모든 물품들을 한곳에 모아 두어 쇼핑의 편리함을 도모하는 대형 쇼핑몰(백화점)이 증가하면서, 연길은 “편리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고 연길의 조선족들은 입을 모은다(한 조선족 영도 간부는 한국 사람들이 한번 연길에 오면 너무 좋아서 안돌아가려고 한다고 내게 귀띔했다). 그렇다면 “모두 모두 한국에 갔다”는 단언과는 달리, 누가 연변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며, 누가 연길로 이동하는가?
 
다음의 대조적인 두 사례는 이동의 동기와 이유에 대한 적절한 시사점을 준다.
연길행 비행기에서 내 옆자리에 앉았던 김아주머니는 일본에서 유학중인 딸을 방문하고, 인천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연길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김아주머니는 연변 정부기관에서 2년 전 퇴직한 후(내부퇴직: 젊은이들의 고용창출을 위해 고참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면서 퇴직하게 하는 제도) 매달 퇴직금 3000원(현재 환율 대비 68만원 정도)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비슷한 수준의 퇴직금을 받는 남편의 월급과 합치면, 연변에서 이 가족의 소득은 상위에 속한다고 했다.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이 아주머니는 연변사람들은 다 가봤다는 한국에 가본 적도 없고, 굳이 가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나는 일(문맥상 육체노동)해 본 적이 없어서 한국 가서 일 할 엄두가 안 나지. 한국가면 죽도록 일만 해야 하지”.
 
김아주머니는 유학생 부모로 “다니러(놀러/여행하러)” 일본에 간 것이지, 타지에서 외국인이 쉽게 할 수 있는 육체노동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 간 것은 아니었다. 부모님이 함경북도에서 이주해온 연변출신 김아주머니에게, 한국은 친척관계도 연고도 없는 돈벌기 위한 수단의 공간일 뿐이지, 편안하게 여행할 만한 곳은 못되었다.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을 해 왔고, 넉넉한 퇴직금을 지급받고 있는 김아주머니는 연변을 떠날 이유를 찾지 못한다고 했다.
 
연변의 수도 연길은 
어떤 이에게는  작고 갑갑한 변경도시 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민족고향”이며, 
어떤 이에게는  “귀향”의 공간이자 
어떤 이에게는  농촌 집거지를 벗어나
도시민으로서 자유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의 공간이다
 
연길은 “편리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받게 되는 안정적인 퇴직금이 중국에 있는 인민들에게 모두 동등하게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연길에서 만나게 된 김아주머니의 사촌동생은 연변의 한 변경 마을인 개산툰 출신으로 연길로 이사 온지 10년이 되었다.
 
개산툰은 북한과 통하는 교두보가 있고, 철도가 통과하고, 꽤 규모가 큰 제지공장이 있는 곳으로 한때 번성했던 변경도시이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국영 제지공장은 감원에 감원을 거듭하면서, 공인들을 해고하였다.  그 결과, 이 사촌동생은 20년 이상 다니던 제지공장을 그만두고, 살길이 막막하게 되자, 연길로 이사를 나오게 되었다. 개산툰에 비하면, 연길은 규모도 크고,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하고, 교육환경도 좋지만, 높은 소비수준에 만만치 않은 생활비로 적잖은 고생을 해왔다. 하지만, 연길에서 경제 생활은 더 빠듯해졌어도, 사촌동생은 연길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개산툰에만 있었으면 새로운 거 많이 못 배우제. 여기 나와서 수평 높은 사람들도 만나고, 춤도 배우러 다니고, 애들도 공부시키고. 10년 동안 연길에 있어서, 난 이제 연길사람 다 됐어. 예전에는 사람들이 길 물어보면 겁부터 났는데, 이제는 다 가르쳐 줄 수 있제. 연길 지리에 다 훤해졌제”
 
개혁개방과 “한국바람”을 경험하면서 연변의 수도 연길은 괄목한 만한 발전과 변화를 경험했다. 어떤 이에게 연길은 작고 갑갑한 소수민족 지구의 변경도시이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안정적이고, 안락하게, 넉넉한 퇴직금을 가지고,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민족고향”이다. 어떤 이에게 연길은 대도시나 외국에서 일하다가 돌아올 수 있는 “귀향”의 공간이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농촌 집거지를 벗어나, 도시민으로서의 자유와 다층적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렇듯 연변의 수도 연길은 노무송출로 텅 비어가기 보다는, 서로 다른 이동의 조건과 이유를 가진 유동인구들이 교차하면서 새로운 질서들로 채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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