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에 열광하는 이유 학문적으로 연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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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3-02-26 16:00|본문
“한류에 열광하는 이유 학문적으로 연구할 것”
2002년 KBS 2TV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한류’가 시작된 지 1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류는 케이팝(K-pop), 패션, 의료, 한식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일본, 중국, 동남아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기도 하다.
이 흐름을 타고 모든 한류 영역을 아우르는 연구자 모임 ‘세계한류학회’가 1월 28일 정식 출범했다. 창립총회와 국제학술대회를 겸한 이날 행사에는 이스라엘, 스웨덴, 미국, 캐나다,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 결성된 해외지부 회원들도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세계한류학회 결성을 주도하고 초대회장에 취임한 박길성(56)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임사에서 “한류를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드라마나 가요 등 대중문화에 대한 편향을 넘어서야 한다. 한류를 관통하는 문화적 DNA나 확산 요소를 종합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학회 출범 취지를 밝혔다. 그동안 드라마나 케이팝을 연구하는 모임은 있었지만, 모든 한류 영역을 아우르는 정식 학회가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 한류 열풍에 비하면 학회 결성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학회를 구성하려면 연구영역이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 한류는 문화현상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학자들이 연구 범위로 설정하기에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더구나 가요, 드라마, 패션 외에 ‘케이메디컬(K-medical)’ ‘케이폴리시(K-policy·정책한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류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하나로 딱 정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셈이다.”
학회 해외지부가 벌써 10곳
▼ 그동안 한류 관련 논문이나 저서를 낸 적이 없는 걸로 안다. 학회를 만들 만큼 한류에 주목한 계기가 있나.
“전공이 사회발전론이다. 1996년 ‘세계화-자본과 문화의 구조변동’이라는 연구총서를 냈고, 이후에도 세계화에 관한 연구와 논문 발표를 계속해왔다. 세계화 맥락에서 들여다보니 2000년대 들어 한국 문화가 세계 사회로부터 호응받는 흐름이 보였다. ‘호(好)한류’라고 할까. 각각의 사회가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은 다 다를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 한류문화가 세계와 소통하는 데 중요한 기제로 작동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본격적으로 한류에 관한 논문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케이팝 스타를 키우는 SM엔터테인먼트(SM)의 창의성에 주목하면서부터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국내외 많은 사람이 호응하는 창의성을 만들어내는지 궁금했다. 작년에 ‘창의성 생산(Manufacturing Creativity)’을 연구과제로 삼아 영문 책을 냈고, 이후 한류 관련 연구자들과 폭넓게 교류하면서 학회 창립을 구상했다.”
▼ 창립 멤버 면면이 궁금하다.
“현재 학회 해외지부가 10곳이다. 창립 멤버 70명 가운데 우리나라 학자는 주천기(가톨릭대 의과대학), 최창용(KDI 국제정책대학원), 이해영(이화여대), 김은기(고려대), 김경묵(덕성여대), 김중효(계명대), 정홍익(가톨릭대 한류대학원), 오인규(한신대) 교수 등이다. 송향근 누리-세종학당 이사장도 포함됐다. 해외 학자로는 니심 오트마진(이스라엘 히브루대), 밀리 크레이튼(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가 참여하며, 미국 영화감독 크리스틴 유,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 등 관련 분야 전문가도 우리 멤버다. 김영민 SM 대표는 ‘학회’라는 명칭 때문에 정식 멤버로 가입하기는 부담스럽지만 한류 관련 연구나 포럼 등에 필요한 부분은 지원하고 전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광의의 학회원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노희찬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 양일선 재단법인 한식재단 이사장 등과도 연계해 학회를 개방적으로 꾸려가려고 한다. 이들과 협력해 한류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도 있을 것이다.”
1월 28일 열린 세계한류학회 창립 총회 및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한 국내외 한류 연구자들.
▼ 해외지부가 10곳이나 된다는 게 놀랍다.
“이스라엘에는 우리 학회가 출범하기 전 이미 ‘중동한류학회’가 결성돼 있었다. 나도 놀랐다. 중동한류학회는 5월 1박2일 일정으로 학술대회도 연다고 한다. 현재 해외지부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은 중동과 인도지부고, 스웨덴 학회도 활성화된 편이다.”
▼ 학회 창립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나.
“사람 모으고 재원 마련하는 데 8개월 정도 걸렸다. 뭐든 새로 시작하면 힘든 부분이 있게 마련이니 특별히 어려웠다고 내세울 만한 건 없다. 다만 학자로서 한류 연구 학회를 만드는 데 대한 약간의 부담은 있었다.”
‘흥’과 ‘한’ 그 이상의 것 진단
▼ 무슨 뜻인가.
“그동안 사회갈등 같은 구조적이고 딱딱한 주제를 연구해왔다. 그래서 학계에선 ‘한류? 박길성 이미지하고 안 맞네’ 하는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시대 한국의 세계화에 있어 ‘한류’는 매우 중요한 주제고, 학자로서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 학회 창립을 추진했다.”
▼ 앞으로 세계한류학회에서는 무엇을 연구하나.
“먼저 한류 현상을 학술적, 이론적으로 정리할 생각이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이 왜 한류에 열광하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흔히 한국적 정서의 바탕으로 ‘흥’이나 ‘한’을 꼽는데 그것만으로는 한류가 세계인의 정서를 사로잡은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이 연구의 연장선에서 특정 지역의 혐(嫌)한류나 반(反)한류에 대한 학술적 진단도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로 할 일은 한류가 우리 산업과 경제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영토를 넓히는 데 한류가 기여할 부분이 있다. 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류를 통해 세계인이 소통하고 연결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한류는 한국과 세계, 장기적으로는 남한과 북한이 교류하는 좋은 도구 구실을 할 수 있다.”
▼ 초대회장으로서 목표가 있나.
“한류를 학문 분야로 정립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기간행물, 이른바 저널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 열심히 준비해 내년쯤 영문 저널을 만들 생각이다. 국제학술세미나도 개최할 것이다. 나아가 세계 많은 사람이 한류를 즐기고, 그걸 통해 편안함과 위로를 얻는 데 우리 학회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겠다. 내가 청년 시절 엘비스 프레슬리나 비틀스 노래를 듣고 행복해했던 것처럼, 한류가 세계인에게 그런 여유와 추억을 만들어주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
박 회장은 “현재 한류 다큐멘터리 제작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학회 정회원인 크리스틴 유 감독이 제작과 배급을 맡을 계획이다.
“BBC 다큐멘터리 수준으로 만들기로 했다. 우리 학회는 한류에 관한 콘텐츠를 채워야 한다. 일회성 기획으로 그치지 않고 분야별 시리즈를 만들 수도 있다. 아직 기획 단계인데, 밑그림이 그려지면 내가 어디든 찾아가 지원을 모색할 생각이다.”
“한류에 열광하는 이유 학문적으로 연구할 것”
2002년 KBS 2TV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한류’가 시작된 지 1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류는 케이팝(K-pop), 패션, 의료, 한식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일본, 중국, 동남아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기도 하다.
이 흐름을 타고 모든 한류 영역을 아우르는 연구자 모임 ‘세계한류학회’가 1월 28일 정식 출범했다. 창립총회와 국제학술대회를 겸한 이날 행사에는 이스라엘, 스웨덴, 미국, 캐나다,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 결성된 해외지부 회원들도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세계한류학회 결성을 주도하고 초대회장에 취임한 박길성(56)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임사에서 “한류를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드라마나 가요 등 대중문화에 대한 편향을 넘어서야 한다. 한류를 관통하는 문화적 DNA나 확산 요소를 종합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학회 출범 취지를 밝혔다. 그동안 드라마나 케이팝을 연구하는 모임은 있었지만, 모든 한류 영역을 아우르는 정식 학회가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 한류 열풍에 비하면 학회 결성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학회를 구성하려면 연구영역이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 한류는 문화현상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학자들이 연구 범위로 설정하기에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더구나 가요, 드라마, 패션 외에 ‘케이메디컬(K-medical)’ ‘케이폴리시(K-policy·정책한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류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하나로 딱 정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셈이다.”
학회 해외지부가 벌써 10곳
▼ 그동안 한류 관련 논문이나 저서를 낸 적이 없는 걸로 안다. 학회를 만들 만큼 한류에 주목한 계기가 있나.
“전공이 사회발전론이다. 1996년 ‘세계화-자본과 문화의 구조변동’이라는 연구총서를 냈고, 이후에도 세계화에 관한 연구와 논문 발표를 계속해왔다. 세계화 맥락에서 들여다보니 2000년대 들어 한국 문화가 세계 사회로부터 호응받는 흐름이 보였다. ‘호(好)한류’라고 할까. 각각의 사회가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은 다 다를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 한류문화가 세계와 소통하는 데 중요한 기제로 작동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본격적으로 한류에 관한 논문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케이팝 스타를 키우는 SM엔터테인먼트(SM)의 창의성에 주목하면서부터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국내외 많은 사람이 호응하는 창의성을 만들어내는지 궁금했다. 작년에 ‘창의성 생산(Manufacturing Creativity)’을 연구과제로 삼아 영문 책을 냈고, 이후 한류 관련 연구자들과 폭넓게 교류하면서 학회 창립을 구상했다.”
▼ 창립 멤버 면면이 궁금하다.
“현재 학회 해외지부가 10곳이다. 창립 멤버 70명 가운데 우리나라 학자는 주천기(가톨릭대 의과대학), 최창용(KDI 국제정책대학원), 이해영(이화여대), 김은기(고려대), 김경묵(덕성여대), 김중효(계명대), 정홍익(가톨릭대 한류대학원), 오인규(한신대) 교수 등이다. 송향근 누리-세종학당 이사장도 포함됐다. 해외 학자로는 니심 오트마진(이스라엘 히브루대), 밀리 크레이튼(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가 참여하며, 미국 영화감독 크리스틴 유,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 등 관련 분야 전문가도 우리 멤버다. 김영민 SM 대표는 ‘학회’라는 명칭 때문에 정식 멤버로 가입하기는 부담스럽지만 한류 관련 연구나 포럼 등에 필요한 부분은 지원하고 전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광의의 학회원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노희찬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 양일선 재단법인 한식재단 이사장 등과도 연계해 학회를 개방적으로 꾸려가려고 한다. 이들과 협력해 한류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도 있을 것이다.”
1월 28일 열린 세계한류학회 창립 총회 및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한 국내외 한류 연구자들.
▼ 해외지부가 10곳이나 된다는 게 놀랍다.
“이스라엘에는 우리 학회가 출범하기 전 이미 ‘중동한류학회’가 결성돼 있었다. 나도 놀랐다. 중동한류학회는 5월 1박2일 일정으로 학술대회도 연다고 한다. 현재 해외지부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은 중동과 인도지부고, 스웨덴 학회도 활성화된 편이다.”
▼ 학회 창립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나.
“사람 모으고 재원 마련하는 데 8개월 정도 걸렸다. 뭐든 새로 시작하면 힘든 부분이 있게 마련이니 특별히 어려웠다고 내세울 만한 건 없다. 다만 학자로서 한류 연구 학회를 만드는 데 대한 약간의 부담은 있었다.”
‘흥’과 ‘한’ 그 이상의 것 진단
▼ 무슨 뜻인가.
“그동안 사회갈등 같은 구조적이고 딱딱한 주제를 연구해왔다. 그래서 학계에선 ‘한류? 박길성 이미지하고 안 맞네’ 하는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시대 한국의 세계화에 있어 ‘한류’는 매우 중요한 주제고, 학자로서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 학회 창립을 추진했다.”
▼ 앞으로 세계한류학회에서는 무엇을 연구하나.
“먼저 한류 현상을 학술적, 이론적으로 정리할 생각이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이 왜 한류에 열광하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흔히 한국적 정서의 바탕으로 ‘흥’이나 ‘한’을 꼽는데 그것만으로는 한류가 세계인의 정서를 사로잡은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이 연구의 연장선에서 특정 지역의 혐(嫌)한류나 반(反)한류에 대한 학술적 진단도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로 할 일은 한류가 우리 산업과 경제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영토를 넓히는 데 한류가 기여할 부분이 있다. 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류를 통해 세계인이 소통하고 연결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한류는 한국과 세계, 장기적으로는 남한과 북한이 교류하는 좋은 도구 구실을 할 수 있다.”
▼ 초대회장으로서 목표가 있나.
“한류를 학문 분야로 정립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기간행물, 이른바 저널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 열심히 준비해 내년쯤 영문 저널을 만들 생각이다. 국제학술세미나도 개최할 것이다. 나아가 세계 많은 사람이 한류를 즐기고, 그걸 통해 편안함과 위로를 얻는 데 우리 학회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겠다. 내가 청년 시절 엘비스 프레슬리나 비틀스 노래를 듣고 행복해했던 것처럼, 한류가 세계인에게 그런 여유와 추억을 만들어주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
박 회장은 “현재 한류 다큐멘터리 제작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학회 정회원인 크리스틴 유 감독이 제작과 배급을 맡을 계획이다.
“BBC 다큐멘터리 수준으로 만들기로 했다. 우리 학회는 한류에 관한 콘텐츠를 채워야 한다. 일회성 기획으로 그치지 않고 분야별 시리즈를 만들 수도 있다. 아직 기획 단계인데, 밑그림이 그려지면 내가 어디든 찾아가 지원을 모색할 생각이다.”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