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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소희 작가 "책, 읽지 말고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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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작성일23-08-2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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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소희 작가 "책, 읽지 말고 만나세요"[2023-08-29, 17:18:32]  상하이저널 상하이 거주 전직 아나운서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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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소희 작가]

 

“구매한 책 3,318권, 건물 24.4층 높이!”“구매금액 총 4264만 6805원. 상위 0.02%!”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집계한 한 개인의 독서 기록이다. '간헐적 독서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독서량, 이 정도면 ‘독서가’, ‘다독가’가 직업이어야 할 것 같다. 이 기록의 주인공, 상위 0.02%의 독서가, 윤소희 작가의 책읽기는 이렇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읽는다. 조용한 카페, 북적이는 서점, 비행기, 지하철, 병원 가리지 않고 읽는다. 서점의 모든 책을 읽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신중하게 책을 고르고, 고른 책을 세심하게 읽는다. 읽은 책들 중 고르고 골라 오픈채팅방에서 무료로 책을 나누고, 책을 떠나 보내기 전 이별의식으로 한번 더 읽는다. 

그렇게 나눈 책이 650권이 넘는다. 책으로 연결된 독서공동체 ‘독서모임’과 ‘SNS라이브방송’에서 책을 나눠 읽고, 나눠 읽기 위해 또 다시 읽는다. 그리고 읽은 책들이 휘발 되지 않도록 글쓰기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나누는 것, 책으로 24층 높이 건물을 쌓은 그녀의 독서법이다.  

윤 작가의 독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읽었던 수많은 책들 중 자신에게 맞는 책과 인연을 맺어간다. 책들도 그녀를 통과하며 서로 인연이 맺어진다. 그래서 윤 작가는 책을 “읽는다”가 아니라 "만난다”라고 말한다. 최근 펴낸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을 통해 윤 작가는 책과의 인연을 맺어 나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은 책들 간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상위 0.02%의 독서, 윤소희 작가의 책 이야기를 들어보자. 

윤 작가님에게 ‘독서’는 어떤 의미인가? 

삶의 바다 한가운데서 멍들고 상처 입었을 때,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어 외로울 때, 도피처처럼 찾은 게 책이었다. 아나운서를 그만 두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거지가 되었을 때, 부모의 이혼으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식구들이 모두 인연을 끊었을 때, 좋은 직장을 임신이 안 되어 그만두고 경단녀가 되어야 했을 때 등 인생의 바닥을 칠 때마다 책을 집어 들고 책으로 달아났다.

사람은 내게 상처를 줄 때가 많았지만, 책은 내게 잔소리를 하거나 나를 조롱하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내 결핍과 고통만 보이던 좁은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면서 다른 세계를 맛보고 조금씩 삶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력이 생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온통 막혀 있다고만 생각했던 내 위치에서 새로운 길이 보이곤 했다. 

상위 0.02% 독서가의 책을 고르는 기준이 궁금하다. 

요즘 사람들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 ‘책, 읽지 말고 만나세요’다. 사람 사이에 인연이 있듯 책과도 인연이 없으면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책 추천하는 걸 피하고 소개 수준에서 머무는 것이나, 누군가가 필독서라고 건네는 리스트를 실어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같은 독서 에세이도 많이 보는데, 특히 목차에 내가 안 읽은 책들이 많으면 그 책은 보고 싶다. 남의 서재를 조금 훔쳐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내가 만나고 싶은 책들을 내 맘대로 만난다. 

그리고 책은 무조건 사는 것이 읽는 것보다 먼저다. 대가를 지불해야 진짜 내 것이 된다. 공짜로 책을 나눔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책과 아직 친하지 않은 독서 초보들을 위한 배려다. 

소설가의 꿈을 꾸게 된 이유, 그리고 어떤 소설가가 되고 싶은가?

소설이든 에세이든 100% 허구의 글도 없고 100% 사실의 글도 없다. 그 사이 어딘가쯤 존재한다. 에세이처럼 읽는 사람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을 거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쓰고 싶다. 무엇보다 10년이 넘도록 이렇게 오랫동안 도전했는데도 성취하지 못한 게 등단의 꿈이 유일하기 때문에 갈망이 더 커진 걸지도 모른다. 

본래 한 우물을 절대 파지 못하고 끈기가 없어 금세 싫증 내고 포기하는 사람이었는데, 10년쯤 소설 쓰기에 매달리고 나니, 지금은 내 가장 큰 장점으로 끈기를 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왔던 아름다움, 존엄, 사랑, 이 세 가지를 잘 담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작가로서의 꿈 외에 인간 윤소희의 꿈은 무엇인가?

책을 읽으라고 독려하다 보면, 요즘 누가 책을 읽어? 하는 싸늘한 반응도 만나게 된다. 요즘은 책을 읽지 않고도 읽은 척 하며 지내기 좋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요즘처럼 읽지 않는 사람들이 다수고 점점 늘어나는 시대라, 읽는 사람들이 누리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

그래서 “읽고 쓰는 일이 당신의 삶을 바꿉니다”를 열심히 외치고 있다. 지금은 책 소개나 책 나눔을 통해 책 책읽기를 장려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그 다음은 글쓰기 수업 등을 통해 자기만의 언어를 갖고 표현할 수 있는 무기를 장착하도록 돕고 싶다. ‘책과 함께’ 커뮤니티와 카톡에도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나처럼 읽고 쓰기를 통해 놀랍게 변신하는 사례를 최소한 매년 10명 씩 만들어 내는 게 꿈이다.

'북 매칭'으로 연결하는 독서의 재미 

윤소희  행복우물  2023년 7월

윤 작가는 두 권 이상의 책을 하나의 콘셉트로 연결한 '북 매칭'을 테마로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에서 진행해 왔다. 이 중 인기를 끌었던 이야기들을 엮어 <세상에 하나 뿐인 북 매칭>을 펴냈다. 윤 작가가 연결해 놓은 사람과 사랑, 삶과 죽음, 여행과 삶, 그리고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샤니 보얀주, 장석주, 리처드 파워스, 장강명, 애거사 크리스티 등 다채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윤 작가는 중국에 거주하는 독자들에게 “외롭고 힘든 이방인 생활 중에도 주어진 레몬으로 멋진 레모네이드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마지막 챕터에 소개한 ‘루스 아시와, 무엇이든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과 ‘그림, 눈물을 닦다’를 건넨다. ‘이방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북 매칭으로 책과의 인연을 경험해보자.  

윤소희 작가는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전직 KBS 아나운서다. 입사 2년 10개월 만에 인기직업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갑자기 미국으로 건너가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하고 컨설턴트로 변신해 열심히 일하다 사랑을 좇아 터전을 중국으로 옮겼다.

 현재 상하이에 거주하며 상하이한인여성경제인회 독서모임 ‘여경야독’, 위챗 채팅방 ‘책과 함께’에서 책 소개와 책 나눔을 하고 있다. 또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에서 북 매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 등 4권의 에세이집을 냈으며, 상하이저널에 <상하이 사랑법>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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