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의 「만주에서」 > CEO인생노트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공지사항 2024년 龍의 힘찬 기운…
CEO인생노트

서정주의 「만주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4-06 23:18

본문

 시 「만주에서」

참 이것은 너무 많은 하늘입니다.

내가 달린들 어데를 가겠습니까.

홍포(红布)와 같이 미치기는 쉽습니다.

 몇 천년을, 오 - 천년을 혼자서 놀고 온 사람들이겠습니까.
 
종보다는 차라리 북이 있습니다.

이는 멀리도 안 들리는 어쩔 수도 없는 사치입니까.

 마지막 부를 이름이 사실은 없었습니다. 어찌하여 자네는 나 보고, 나는 자네 보고 웃어야 하는 것입니까.
 
바로 말하면 하르빈(哈尔滨)시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자네도 나도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무슨 처음의 복숭아꽃 냄새도 말소리도, 병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시 「만주에서」(1941년 2월, 『인문평론』)


“참 이것은 너무 많은 하늘입니다.”

만주(중국의 동북삼성지역)를 마주한 서정주의 첫 느낌은 하늘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늘이 많다는 것은 무슨 느낌일까?

 넓은 하늘, 높은 하늘, 무한한 하늘, 아득한 하늘도 아닌 많은 하늘이라고 했다.

일차적으로 “너무 많은 하늘”은 하늘이 넓다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많다는 보통 수량을 말하는 낱말이다.

하나의 하늘, 적은 하늘이 아니라 많은 하늘이다.

뒤에 따라오는 “몇 천년을, 오 - 천년을 혼자서 놀고 온 사람들이겠습니까”라는 시구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하늘이 넓기도 하거니와 나 혼자만의 하늘이 아니라 하늘 아래 살았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하늘이 덧놓였기에 많은 하늘이 되었다는 의미도 된다.

 넓고 많은 하늘 아래 무한히 넓은 벌판, 하지만 그것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무수한 사람들이 가졌었던 하늘인 것이다.

『열하일기』로 유명한 연암 박지원(1737 - 1805)은 압록강을 건너 드넓은 만주의 평원을 마주한 첫 느낌을 “참 한번 울어봄직한 곳이구나!”라고 했다.

비좁은데다 산지가 대부분인 한반도에 비해 만주는 그야말로 너무나 넓은 벌판이 아닐 수 없다.

한눈에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벌판은 시각적 감수성을 넘어 광막한 우주를 홀로 마주한듯한 외로움으로부터 세상에 거칠 것이 없다는 자유, 나아가 세상과 자신이 혼연일체를 이룸으로써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절대적인 고독 및 초월적인 관조와 같은 심층적인 감수성을 자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경물이나 행복한 광경을 대할 때 경탄을 넘어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미적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박지원의 “울고 싶다”는 이러한 내적과 외적, 표층적과 심층적인 감수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큰 하늘 아래 만주의 드넓은 벌판은 한국시인들의 감수성을 많이 자극했고 만주를 다녀 본 시인들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이육사의 유명한 시 「광야」가 대표적이다.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내달릴 때도
차마 이곳은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 이육사 「광야」 일부

경의선(서울 - 신의주)철도를 이용하여 신의주를 거쳐 단동으로 들어오는 것이 근대 이후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드나들 때 가장 중요한 통로 중의 하나였는데 이 시는 이육사가 요하평원(辽河平原)을 마주하고 쓴 시라고 한다.

이육사의 광야는 산맥들도 범접하지 못하는 경외감을 보여주고 있는바 “내가 달린들 어데를 가겠습니까”라는 시구로 표현된 위화감과 좌절감과는 다르다.

그 만큼 만주 나들이는 서정주에게 극단에 가까운 이국적 정서와 절망을 안겨주었다. 


◇ 붉은 천에 휩싸인 절망

“홍포와 같이 같이 미치기는 쉽습니다.”

홍포(紅布), 즉 붉은 천. 붉은 색은 “흰 옷 입은 족속”인 한국인에게는 대단히 이국적인 색채이다.

 하지만 만주 즉 중국에서는 붉은 색을 가진 물건들이 허다하다. 붉은 옷, 붉은 담장 …… 바꿔 말하면 붉은 천은 서정주에게 가장 이국적인 부호인 것이다. 거의 미칠 만큼 강렬한 감수를 자극할 수 있는 부호인 것이다.

전라도의 편벽한 어촌에서 태어나 절간과 불교학교 등을 떠돌며 문학 공부를 해온 서정주에게 있어 만주 나들이는 첫 이국체험이었다.

그에 눈에 비친 만주의 문물은 죄다가 낯설고 이상하고 지어는 괴기하기까지 한 것들이었다.

만주에서 사는 동안(1940년 9월 ~ 1941년 2월) 적은 일기에서 서정주는 중국인들의 장례 모습을 이렇게 쓰고 있다.

“온 하루를 방 속에 칩거, 점심을 결하였더니 정신이 좀 맑아지는 듯 하였다.

 해질 때 무심히 걸어나간 것이 예의 또 공동묘지. 무슨 모형건축 같은 것을 땅 위에 놓고 그 앞에 향불을 사르면서 중년의 여인이 울고 있었다.

이 여자의 울음소리는 좀 멋이 적다. 매번 들어봤지만 청인(清人)들의 울음소리는 모두 그렇다. 전라도와는 아주 정반대다. 격이 전연 맞지 않는다. 조금도 아프지 않은 것 같다. 역시 어려운 일이겠지.”


상해나 북경 아니면 할빈 등 이국적인 도시를 다녀왔던 한국인들의 글을 보면 향수와 함께 적지 않게 이국적인 문물들을 마주하고 얻어진 낭만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정주는 만주, 그것도 위 ‘만주국’의 간도성(间岛省) 수부라고는 하지만 인구 수만에 지나지 않은 편벽한 동네인 ‘국자가’ 즉 연길에서 살았다.

붉은 천처럼 이국적이지만 낭만과 정취를 불러일으킬 만큼의 매력은 없는 곳이었던 것이다.

그 옆에 검은 흙 먼지가
20센치쯤 쌓인 골목길에서는
아마 한 달도 더 안 팔린 것들이겠지,

돌덩이처럼 굳은 호떡 한 무더기를
옆에 놓아두고 앉어서 자고 있는
때범벅의 청의(青衣)의 만주국민(满洲国民) 할아범.


……
저만치의 쑥대밭 언덕에서는
역시나 때절은 청의의 한 만주국 아줌마가
누구의 껏인가 새 관(棺)널 하나를 앞에 놓고
끅! 끅! 끄르륵……
끅! 끅! 끄르륵……
꼭 그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우리 단군할아버님의 아내가 되신
그 잘 참으신 암곰님처럼
씬 쑥과 매운 마늘 많이 자신 소리 같었다.
- 서정주 「만주제국 국자가의 1940년 가을」

이국적인 경물들이 이육사의 「광야」처럼 격정 내지는 오기로 바뀔 수 있다면 시인인 서정주에게 플러스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자극적인 기괴함과 향수를 자극하는 역할만을 하게 된다면 이른바 ‘성공’ 즉 삶의 질적인 향상이 중요한 동기였던 서정주의 경우 절대고독 혹은 절망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종보다는 차라리 북이 있습니다.

이는 멀리도 안 들리는 어쩔 수도 없는 사치입니까. 마지막 부를 이름이 사실은 없었습니다. 어찌하여 자네는 나 보고, 나는 자네 보고 웃어야 하는 것입니까.”

종소리는 날카롭고 멀리 간다.

그에 반해 북은 웅글지고 남성적이지만 멀리는 가지 못한다. 만주라는 시공간에 “던져진” 서정주는 차라리 북이 되고 싶은 것이다.

 무한한 넓이를 가진 만주에서 멀리 가봤자지 라는 회한을 느꼈던 것이다.

아내와 자식을 두고 “성공하겠습니다.

유쾌하게 성공하겠습니다”라는 결심을 하면서 만주로 온 서정주에게는 막막한 벌판과 이국적인 문물 외에는 마지막으로 부를 이름이 없었다.

  ◇ 젊은 시인의 ‘만주드림’

힘과 땀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이국타향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일제시대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다만 중국에서 한국으로 향한 ‘코리안드림’과 정반대로 일제시대에는 ‘만주드림’이 있었다.

1931년 ‘9.18사변’으로 만주 즉 중국의 동북지역을 반(半) 식민지화한 일제는 만주의 허허벌판을 옥답으로 개간하여 폭리를 취하기 위하여 한국의 농민들을 얼리고 닥치고, 강제-반 강제로 만주로 내모는 한편 동아시아의 공동번영이라는 미명을 내걸고 한국인들의 만주 이주를 권장했다.

 소설 「탈출기」에서 최서해가 쓴 것처럼 “만주는 일확천금이 가능한 땅”이라는 헛된 꿈을 심어주기에 애썼던 것이다.

일제가 신경(장춘)에 세운 건국대학의 교수로 초빙되어 온 최남선이나 「만선일보」의 편집장으로 왔다가 일제의 대동항건설사무소의 고위간부로 옮긴 염상섭처럼 한국에서 상당한 명성을 쌓은 문인들이야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었겠지만 서정주처럼 한낱 젊은 시인에게 ‘만주드림’은 말 그대로 그냥 꿈에 지나지 않았다.

만주에서 쓴 일기에 보면 서울을 떠돌며 딱히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었던 서정주는 “성공하겠습니다.

 


 유쾌하게 유쾌하게 성공하겠습니다”라는 결의를 가지고 만주에 왔지만 오랫동안 취직이 되지 못해 지극한 가난에 시달렸다. 이곳저곳에서 돈을 꿔서 생계를 유지했고, 돈이 없어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지 못해 이가 그득한 옷을 갈아입지도 못했다.

 


고향의 아버지에게 돈을 보내달라는 편지를 쓰다 못해 나중에는 혈서까지 써서 보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게다가 서정주가 만주로 온 것은 피곤한 삶에 찌들려 부득이하게 선택한 길이었다.

 


일기에서 서정주는 “시는? 시는 언제나 나의 뒷방에서 살고 이겠지. 비밀히 이건 나의 영원의 처(妻)이니까”라고 하면서 시에 대한 아쉬움을 적고 있다.

 


시를 쓰겠다는 혹은 시인의 꿈은 잠시 접어두고 펼친 ‘성공’의 꿈 또한 요원했다.

“바로 말하면 하르빈(哈尔滨)시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서정주가 꿈꿨던 만주는 ‘동양의 파리’로 불렸던 할빈 같은 번화와 사치 혹은 기회로 가득한 곳이었던 것이다.

 


 일기를 보면 서정주는 일제가 세운 회사의 월급 80원을 받는 좋은 자리를 바라고 있었다.

서정주는 결국 몇 달만에 용정의 미곡회사에 월급 80원짜리 자리를 얻게 되어 3년에 5,000원을 모아 당당하게 부모, 친지들에게 돌아가겠다는 야무진 꿈을 시작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시에 대한 미련 혹은 꿈이 ‘만주드림’보다 더 확고했던 것이다.

서정주는 결국 시인이었다.

CEO인생노트 목록

이미지 제목
我喜欢的 格言~1 인기글 ​인생은 선택과 집중의 싸움이다.누구의 선택이 옳았고, 누가 더 집중했는…(2019-04-07 22:43:50)
최고의 명품 옷은 <자신감&… 인기글 ​​ 최고의 명품 옷은 &lt;자신감&gt;이다 머리에…(2019-03-21 19:26:02)
훌륭한 CEO가 되는 길 인기글 CEO 본직은 훌륭한 비전과 매일마다 창의적 생각을 실천하며 큰 꿈을 …(2011-08-20 19:33:51)
독수리 환골탈태 (換骨奪胎) 인기글 독수리 환골탈태 (換骨奪胎)독수리는 보통 70년을 산다고 한다. 그런데…(2018-06-20 23:53:59)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라는 말은 … 인기글 세계적인 사업가 스티브 잡스가 남긴 어록에 ‘Stay hungry, st…(2011-12-15 01:32:32)
‘일론 머스크 전기’서 베일 벗겨… 인기글 12일(현지시간) 공식 출간된 일론 머스크 전기. 사진=사이먼앤드슈스터…(2023-10-27 13:12:21)
[초점] ‘잡스‧머스크 전기’ 둘… 인기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2023-10-27 12:56:20)
유대인은 왜 부자가 많을까? 인기글 이스라엘의 국토는 한 반도의 1/10, 이스라엘 국민은 890만 명, 전 세계의 유대인은 약 1500만 명의 작은 나라와 민족인데 스티브잡스(애플창업자)등 세계 억만 장자의 30%, 미국 100대 기업의 40%가 유…(2023-02-01 16:34:41)
好励志的一段话 인기글 好励志的一段话生活,你给我压力,我还你奇迹!大海不缺一滴水,森林不缺一棵树,单位不缺一个人!但是你的家族:缺少一个扬眉吐气的人!缺少一个让家人过上好日子的人!缺少一个为了梦想而努力持续奋斗的人!十年前你是谁,一年前你是谁,甚至昨天你是谁,都…(2022-02-13 11:58:30)
건강하고 멋진 노후를 위해 인기글 인생은 끝나는 날까지 영업이다.은퇴란 없다 유태인은 은퇴라는 단어도 없다건강하고 가장 멋진 노후를 위해 평생 건강관리하며 죽을 때까지 할일을 찿고 만드는 것이며 평생 얻은 것을 나눔과 버림으로 즐기는 것이다 …(2021-12-19 07:52:54)
不知感恩的人,不能帮! 인기글 不知感恩的人,不能帮! 《道德经》中讲:“天道无亲,常与善人”人生在世,要懂与人为善,要懂得知恩图报。而面对不知感恩的人,绝不能帮!不知感恩的人,把你的好当成理所当然;不知感恩的人,甚至会做出恩将仇报的行为。善良有尺 ,忍让有度,别把善良给…(2021-12-15 20:43:08)
反省自己 인기글 反省自己​看清别人,是睿智;明白自己,是沉淀。人这一生,如若你明白了自己,就不会因为他人的态度委屈;如若你明白了自己,就不会因为人生的烦恼痛苦。人啊,充分的认识了自己,才会懂得改变自己。不会让人拿捏到缺点,做伤害你的事情。时常审视自己,学会…(2021-12-15 20:34:18)
反省自己的名言   인기글 反省自己的名言  ​1、只有自己深深痛过,才能体会别人的痛,于是难得自我反省。—— 席绢  2、反省是一面镜子,它能将我们的错误清清楚楚地照出来,使我们有改正的机会。——海涅  3、吾日三省吾身,为人谋而不忠乎?与朋友交而不信乎?传不习乎。…(2021-12-15 14:02:49)
스타트업 성공에 관한 3가지 커다… 인기글 스타트업 성공에 관한 3가지 커다란 오해 스타트업 창업이 한창 유행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스타트업이 창업되고 있지만 성공의 고지에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6일(현지시간) 미국의 창업 전문매체 안트…(2021-07-12 07:52:18)
‘기업인’과 ‘경영인’ 역할 생각… 인기글 기업은 기업인이 경영한다고 할 수도 있고 경영진이 이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10일(현지시간) 기업경영 전문매체 안트러프러너에 따르면 ‘기업인’과 ‘경영인’의 개념과 역할을 제대로 구분하는 조직일수록 그 조직…(2021-07-12 07:48:21)
게시물 검색

PC 버전으로 보기

延邊聖山本草商貿有限公司

연변성산본초상무유한회사

Copyright © 2006 吉ICP备2020005010号

住所 :延吉市北大新城2号楼3010

企业法人注册号(법인사업자 등록번호):222400000012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