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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의 「만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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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4-0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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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만주에서」

참 이것은 너무 많은 하늘입니다.

내가 달린들 어데를 가겠습니까.

홍포(红布)와 같이 미치기는 쉽습니다.

 몇 천년을, 오 - 천년을 혼자서 놀고 온 사람들이겠습니까.
 
종보다는 차라리 북이 있습니다.

이는 멀리도 안 들리는 어쩔 수도 없는 사치입니까.

 마지막 부를 이름이 사실은 없었습니다. 어찌하여 자네는 나 보고, 나는 자네 보고 웃어야 하는 것입니까.
 
바로 말하면 하르빈(哈尔滨)시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자네도 나도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무슨 처음의 복숭아꽃 냄새도 말소리도, 병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시 「만주에서」(1941년 2월, 『인문평론』)


“참 이것은 너무 많은 하늘입니다.”

만주(중국의 동북삼성지역)를 마주한 서정주의 첫 느낌은 하늘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늘이 많다는 것은 무슨 느낌일까?

 넓은 하늘, 높은 하늘, 무한한 하늘, 아득한 하늘도 아닌 많은 하늘이라고 했다.

일차적으로 “너무 많은 하늘”은 하늘이 넓다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많다는 보통 수량을 말하는 낱말이다.

하나의 하늘, 적은 하늘이 아니라 많은 하늘이다.

뒤에 따라오는 “몇 천년을, 오 - 천년을 혼자서 놀고 온 사람들이겠습니까”라는 시구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하늘이 넓기도 하거니와 나 혼자만의 하늘이 아니라 하늘 아래 살았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하늘이 덧놓였기에 많은 하늘이 되었다는 의미도 된다.

 넓고 많은 하늘 아래 무한히 넓은 벌판, 하지만 그것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무수한 사람들이 가졌었던 하늘인 것이다.

『열하일기』로 유명한 연암 박지원(1737 - 1805)은 압록강을 건너 드넓은 만주의 평원을 마주한 첫 느낌을 “참 한번 울어봄직한 곳이구나!”라고 했다.

비좁은데다 산지가 대부분인 한반도에 비해 만주는 그야말로 너무나 넓은 벌판이 아닐 수 없다.

한눈에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벌판은 시각적 감수성을 넘어 광막한 우주를 홀로 마주한듯한 외로움으로부터 세상에 거칠 것이 없다는 자유, 나아가 세상과 자신이 혼연일체를 이룸으로써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절대적인 고독 및 초월적인 관조와 같은 심층적인 감수성을 자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경물이나 행복한 광경을 대할 때 경탄을 넘어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미적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박지원의 “울고 싶다”는 이러한 내적과 외적, 표층적과 심층적인 감수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큰 하늘 아래 만주의 드넓은 벌판은 한국시인들의 감수성을 많이 자극했고 만주를 다녀 본 시인들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이육사의 유명한 시 「광야」가 대표적이다.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내달릴 때도
차마 이곳은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 이육사 「광야」 일부

경의선(서울 - 신의주)철도를 이용하여 신의주를 거쳐 단동으로 들어오는 것이 근대 이후 한반도에서 중국으로 드나들 때 가장 중요한 통로 중의 하나였는데 이 시는 이육사가 요하평원(辽河平原)을 마주하고 쓴 시라고 한다.

이육사의 광야는 산맥들도 범접하지 못하는 경외감을 보여주고 있는바 “내가 달린들 어데를 가겠습니까”라는 시구로 표현된 위화감과 좌절감과는 다르다.

그 만큼 만주 나들이는 서정주에게 극단에 가까운 이국적 정서와 절망을 안겨주었다. 


◇ 붉은 천에 휩싸인 절망

“홍포와 같이 같이 미치기는 쉽습니다.”

홍포(紅布), 즉 붉은 천. 붉은 색은 “흰 옷 입은 족속”인 한국인에게는 대단히 이국적인 색채이다.

 하지만 만주 즉 중국에서는 붉은 색을 가진 물건들이 허다하다. 붉은 옷, 붉은 담장 …… 바꿔 말하면 붉은 천은 서정주에게 가장 이국적인 부호인 것이다. 거의 미칠 만큼 강렬한 감수를 자극할 수 있는 부호인 것이다.

전라도의 편벽한 어촌에서 태어나 절간과 불교학교 등을 떠돌며 문학 공부를 해온 서정주에게 있어 만주 나들이는 첫 이국체험이었다.

그에 눈에 비친 만주의 문물은 죄다가 낯설고 이상하고 지어는 괴기하기까지 한 것들이었다.

만주에서 사는 동안(1940년 9월 ~ 1941년 2월) 적은 일기에서 서정주는 중국인들의 장례 모습을 이렇게 쓰고 있다.

“온 하루를 방 속에 칩거, 점심을 결하였더니 정신이 좀 맑아지는 듯 하였다.

 해질 때 무심히 걸어나간 것이 예의 또 공동묘지. 무슨 모형건축 같은 것을 땅 위에 놓고 그 앞에 향불을 사르면서 중년의 여인이 울고 있었다.

이 여자의 울음소리는 좀 멋이 적다. 매번 들어봤지만 청인(清人)들의 울음소리는 모두 그렇다. 전라도와는 아주 정반대다. 격이 전연 맞지 않는다. 조금도 아프지 않은 것 같다. 역시 어려운 일이겠지.”


상해나 북경 아니면 할빈 등 이국적인 도시를 다녀왔던 한국인들의 글을 보면 향수와 함께 적지 않게 이국적인 문물들을 마주하고 얻어진 낭만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정주는 만주, 그것도 위 ‘만주국’의 간도성(间岛省) 수부라고는 하지만 인구 수만에 지나지 않은 편벽한 동네인 ‘국자가’ 즉 연길에서 살았다.

붉은 천처럼 이국적이지만 낭만과 정취를 불러일으킬 만큼의 매력은 없는 곳이었던 것이다.

그 옆에 검은 흙 먼지가
20센치쯤 쌓인 골목길에서는
아마 한 달도 더 안 팔린 것들이겠지,

돌덩이처럼 굳은 호떡 한 무더기를
옆에 놓아두고 앉어서 자고 있는
때범벅의 청의(青衣)의 만주국민(满洲国民) 할아범.


……
저만치의 쑥대밭 언덕에서는
역시나 때절은 청의의 한 만주국 아줌마가
누구의 껏인가 새 관(棺)널 하나를 앞에 놓고
끅! 끅! 끄르륵……
끅! 끅! 끄르륵……
꼭 그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우리 단군할아버님의 아내가 되신
그 잘 참으신 암곰님처럼
씬 쑥과 매운 마늘 많이 자신 소리 같었다.
- 서정주 「만주제국 국자가의 1940년 가을」

이국적인 경물들이 이육사의 「광야」처럼 격정 내지는 오기로 바뀔 수 있다면 시인인 서정주에게 플러스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자극적인 기괴함과 향수를 자극하는 역할만을 하게 된다면 이른바 ‘성공’ 즉 삶의 질적인 향상이 중요한 동기였던 서정주의 경우 절대고독 혹은 절망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종보다는 차라리 북이 있습니다.

이는 멀리도 안 들리는 어쩔 수도 없는 사치입니까. 마지막 부를 이름이 사실은 없었습니다. 어찌하여 자네는 나 보고, 나는 자네 보고 웃어야 하는 것입니까.”

종소리는 날카롭고 멀리 간다.

그에 반해 북은 웅글지고 남성적이지만 멀리는 가지 못한다. 만주라는 시공간에 “던져진” 서정주는 차라리 북이 되고 싶은 것이다.

 무한한 넓이를 가진 만주에서 멀리 가봤자지 라는 회한을 느꼈던 것이다.

아내와 자식을 두고 “성공하겠습니다.

유쾌하게 성공하겠습니다”라는 결심을 하면서 만주로 온 서정주에게는 막막한 벌판과 이국적인 문물 외에는 마지막으로 부를 이름이 없었다.

  ◇ 젊은 시인의 ‘만주드림’

힘과 땀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이국타향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일제시대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다만 중국에서 한국으로 향한 ‘코리안드림’과 정반대로 일제시대에는 ‘만주드림’이 있었다.

1931년 ‘9.18사변’으로 만주 즉 중국의 동북지역을 반(半) 식민지화한 일제는 만주의 허허벌판을 옥답으로 개간하여 폭리를 취하기 위하여 한국의 농민들을 얼리고 닥치고, 강제-반 강제로 만주로 내모는 한편 동아시아의 공동번영이라는 미명을 내걸고 한국인들의 만주 이주를 권장했다.

 소설 「탈출기」에서 최서해가 쓴 것처럼 “만주는 일확천금이 가능한 땅”이라는 헛된 꿈을 심어주기에 애썼던 것이다.

일제가 신경(장춘)에 세운 건국대학의 교수로 초빙되어 온 최남선이나 「만선일보」의 편집장으로 왔다가 일제의 대동항건설사무소의 고위간부로 옮긴 염상섭처럼 한국에서 상당한 명성을 쌓은 문인들이야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었겠지만 서정주처럼 한낱 젊은 시인에게 ‘만주드림’은 말 그대로 그냥 꿈에 지나지 않았다.

만주에서 쓴 일기에 보면 서울을 떠돌며 딱히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었던 서정주는 “성공하겠습니다.

 


 유쾌하게 유쾌하게 성공하겠습니다”라는 결의를 가지고 만주에 왔지만 오랫동안 취직이 되지 못해 지극한 가난에 시달렸다. 이곳저곳에서 돈을 꿔서 생계를 유지했고, 돈이 없어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지 못해 이가 그득한 옷을 갈아입지도 못했다.

 


고향의 아버지에게 돈을 보내달라는 편지를 쓰다 못해 나중에는 혈서까지 써서 보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게다가 서정주가 만주로 온 것은 피곤한 삶에 찌들려 부득이하게 선택한 길이었다.

 


일기에서 서정주는 “시는? 시는 언제나 나의 뒷방에서 살고 이겠지. 비밀히 이건 나의 영원의 처(妻)이니까”라고 하면서 시에 대한 아쉬움을 적고 있다.

 


시를 쓰겠다는 혹은 시인의 꿈은 잠시 접어두고 펼친 ‘성공’의 꿈 또한 요원했다.

“바로 말하면 하르빈(哈尔滨)시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서정주가 꿈꿨던 만주는 ‘동양의 파리’로 불렸던 할빈 같은 번화와 사치 혹은 기회로 가득한 곳이었던 것이다.

 


 일기를 보면 서정주는 일제가 세운 회사의 월급 80원을 받는 좋은 자리를 바라고 있었다.

서정주는 결국 몇 달만에 용정의 미곡회사에 월급 80원짜리 자리를 얻게 되어 3년에 5,000원을 모아 당당하게 부모, 친지들에게 돌아가겠다는 야무진 꿈을 시작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시에 대한 미련 혹은 꿈이 ‘만주드림’보다 더 확고했던 것이다.

서정주는 결국 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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