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설사 방치하면 치질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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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0-05-03 10:40본문
5월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일교차가 여전히 크고 겨울 같은 봄이 지속되면서 치질을 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찬 기운과 봄기운이 오락가락하는 날씨는 치질의 증상을 악화시킨다. 야외 활동 증가에 따른 잦은 술자리 역시 항문 주변 혈관을 확장시켜 치질을 유발한다. 치질은 거의 모든 사람이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하게 되는 질환이다. 특히 50대 이상은 2명 중 1명꼴로 말 못하는 병인 치질로 고통을 받게 된다.
치질이란 항문과 그 주변에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덩어리가 생기는 치핵 △항문 내벽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 주위 조직에 고름이 차는 치루를 치질의 3대 유형이라고 한다.
전체 치질의 70%를 차지하는 치핵에 걸리면 항문 안쪽 점막과 점막하 조직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부풀어 오르거나 늘어져 빠져나오게 된다.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출혈과 함께 항문 덩어리가 밖으로 밀려 나오며, 정도에 따라 심한 통증이 생긴다.
항문이 찢어지는 질환인 치열은 배변 때 출혈과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이 심하면 배변 후 몇 시간씩 변기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치루는 항문 안에서 밖으로 샛길이 생기고, 그 길을 따라 진물이나 고름이 계속 새거나 때로는 방귀나 변이 새는 유형을 말한다.
치질은 부끄러운 질환이라는 편견과 잘못된 속설 때문에 제때 치료를 못해 병을 키우는 예가 많다. 유비스병원 제1외과 이철희 과장의 도움을 받아 잘못된 편견과 속설을 살펴본다.
-변비가 심하면 치질에 걸린다?
▶ 그렇다. 변비가 심하면 치질에 걸릴 수 있다. 잘못된 배변습관 중 가장 나쁜 것이 바로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피가 항문으로 몰려서 혈관이 늘어난다. 이것이 자주 반복되면 늘어난 혈관이 터지거나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아 항문 밖으로 나오게 된다. 따라서 변기에는 10분 이상 앉아 있지 말아야 한다. 또 너무 힘을 주지 말고 부드럽게 배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변이 안 나오면 다음에 시도하는 것이 좋다.
-치질은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 그렇지 않다. 치질이라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10명 중 7명은 보존요법과 약물요법으로 치료가 된다. 수술이 필요한 사람은 3명 정도다. 대변 후 피가 묻어나오는 1도, 대변시 치핵이 항문 아래로 튀어나왔다 원상 복귀하는 2도일 때는 보존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증상이 이보다 심하면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치질은 재발한다?
▶ 그렇지 않다. 치질은 자주 재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제대로 수술을 하고 나면 같은 자리에 치질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만 나쁜 배변 습관을 고치지 못하면 다른 자리에 치질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재발로 오인하는 것이다. 다만 치루는 다른 항문 질환에 비해 비교적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항문 주위 농양을 절개해 치료하면 65% 정도가 치루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치질 오래 두면 암이 된다?
▶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치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치핵은 아무리 오래 방치해도 암이 되지 않는다. 다만 치루는 오래 방치하면 치루암이 될 가능성이 있다. 치루암은 드물기는 하지만 일단 발병하면 대부분 악성으로 1년 이내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 경우 치루 수술로는 치료할 수 없고 항문을 없앤 후 인공항문을 만드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치질은 유전된다?
▶ 그렇지 않다. 부모에게 치질이 있으면 자녀 역시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치질이 유전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가족들이 공유하는 생활 습관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 가족은 식습관이나 배변 습관, 생활 습관 등이 닮게 마련이다. 치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동물성 위주의 서구화된 식단, 화장실에 오래 머무는 습관,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행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치질이 심해지면 탈장이 된다?
▶ 그렇지 않다. 치질 중 발병률이 가장 높은 것은 치핵인데 치핵의 가장 주된 증상은 별다른 통증 없이 항문에 뭔가 툭 튀어나오거나 배변 후 불룩한 것이 만져지는 것이다. 치핵이 심해져 치핵 조직이 항문의 점막, 하부 조직과 함께 항문 밖으로 밀려내려오는 상태가 되면 이를 탈항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직장 점막이 항문으로 밀려나오는 증상인 '직장탈(탈장의 일종)'과는 다른 질환이다. 치핵이 심해지면 탈항이 될 수는 있어도 탈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치질환자는 여름보다 겨울에 더 많다?
▶ 그렇다. 실제로 치질환자는 여름보다 겨울에 더 많이 발생한다. 겨울에 치질 수술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실내외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찬 공기로 인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또 잦은 술자리도 문제가 된다. 술을 마시면 혈관이 갑자기 확장되면서 약해진다. 과도하게 늘어난 정맥에는 혈전이 생기게 되는데 혈전이 항문 밖으로 밀려나와 치질이 된다. 또 겨울에는 아무래도 채소 섭취가 부족해지고 운동 부족까지 겹칠 수 있어 치질환자가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