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중, 비만보다 사망위험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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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11-08 09:19본문
아내와 사별한 뒤 7년동안 혼자 살던 김모씨(78)는 우울증이 심해져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7년 새 체중이 10㎏ 가량 줄었다. 키 178㎝, 체중 58㎏으로 '저체중' 상태였다. 어느 날 열이 심하게 나고 근육통이 심해 동네 병원을 찾았다. 동네 병원에서는 폐렴으로 진단했다. 고령인데다 초록색 가래가 나오고, 호흡곤란 증세까지 나타나 김씨는 대학병원에 가야 했다. 그곳에서 항생제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기침할 힘도 없었고, 폐 근육이 위축돼 가래를 제대로 뱉지도 못했다. 결국 폐렴이 악화돼 김씨는 지난해 숨졌다.
김씨 사망의 직접 원인은 폐렴이었지만 저체중으로 인한 영양부족 상태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다. 이처럼 저체중은 사망과 직결된다. 하지만 그 위험성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만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이 강조되다보니 '마른 사람'이 건강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실정이다. 사실은 저체중이 비만보다 사망 위험이 높다.
저체중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체질량지수(BMI)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18.5 미만이면 저체중이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 교수팀이 지난해 세계적인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발표한 논문을 분석한 결과, 저체중 그룹(BMI 17.5 이하)의 사망위험도는 비만그룹(BMI 25.1 이상)의 1.9배였다. 한국인 1만6000여 명을 포함한 아시아인 114만명을 평균 9.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심장병, 암, 뇌졸중 등 사망과 직접 연관이 있는 변수는 모두 감안한 것이다. BMI에 따라 나뉜 10개그룹 중 가장 깡마른 BMI 15 이하 그룹은 정상에 속하는 그룹(BMI 22.5∼25.0)에 비해 사망위험도가 2.76배로 가장 높았다.
저체중은 질병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젊은 사람의 경우 과도한 다이어트로 저체중이 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지나친 편식이나 우울증 탓에, 그리고 나이가 들어 후각·미각 기능이 떨어지거나 치아 부실 등으로 음식 섭취를 제대로 못해 생긴 저체중 그룹도 위험하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음식섭취를 제대로 못해 저체중이 된 사람은 근육, 뼈, 장기 등이 장기간 '영양실조' 상태가 지속되면서 질병과 사망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