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속 식이섬유는 양상추 1통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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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10-28 17:09본문
과거에는 사과 껍질을 옷소매로 슥슥 닦아서 덥석 베어 먹는 것이 당연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먹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과일 재배에 농약이 쓰인다는 불안감이 사과를 껍질째 먹을 수 없도록 한 원인인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농작물의 안전 기준 및 농약 사용 기준이 매우 엄격해졌다. 안전을 생각해서 농약 사용을 줄이거나 유기농으로 재배한 사과도 많아졌지만 예전처럼 껍질째 깨물어 먹는 방식은 부활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10여 년 전에 실시한 조사에서 껍질을 깎아서 먹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한 사람들은 약 17.4퍼센트였다. 그렇지만 영양분은 어디에 많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90퍼센트 이상이 '껍질'이라고 대답했다. 껍질에 영양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먹지 않는 것은 부드러운 식감만 좋아하고 씹기 귀찮아 하는 요즘 세대의 경향 탓인지도 모른다.
일본 아오모리현 구 농업연구추진센터에서는 흥미로운 조사를 실시했다. 사과 껍질에 들어 있는 영양소를 다른 채소와 비교해본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과의 껍질을 버리면 양상추 1통에 해당하는 식이섬유를 버리는 셈이 된다. 또한 우엉조림이라면 1인분, 시금치로 환산하면 반 단, 셀러리는 2대 분량에 맞먹는 식이섬유량이었다. 껍질 속에 들어 있는 칼슘은 귤 3분의 1개, 비타민 A는 피망 1개에 들어 있는 양과 엇비슷했다.
껍질째 그냥 먹기가 어렵다면 전자렌지 등으로 가열해서 먹어도 된다. 가열해도 영양가는 크게 파괴되지 않는다. 오히려 식이섬유의 하나인 사과 펙틴은 가열하면 껍질에 많은 불용성 프로토펙틴이 펙틴으로 바뀌어 항산화작용 등이 향상된다. 아니면 통째로 오븐에 넣어서 만드는 구운 사과는 어떨까? 당분이 걱정되는 사람은 설탕을 뿌리지 않고 구워도 좋다.
한편 아첨꾼을 영어로는 애플폴리셔(apple-polisher)라고 한다. 직역하면 사과를 닦아 윤을 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눈에 들고 싶은 사람 옆에서 입안의 혀처럼 굴다가 사과를 재빨리 옷으로 닦아서 건네는 행동이 콩트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묘사되는데, 그것이 바로 애플폴리셔이다. 사과를 깎지 않고 통째로 건네는 것은 사과에 듬뿍 담긴 영양을 전부 바치는 행위이니 상대방에게는 분명히 실속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