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겪은 남성, 뇌 폭삭 늙는다(연구)
장년 남성이 인생의 역경을 겪을 때 뇌가 급격히 노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샌디에이고) 연구진은 가족의 죽음, 금전적 문제, 질병 등 인생의 치명적 사건을 겪은 장년 남성의 뇌에서 급격한 노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심혈관 질환, 음주,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 등 뇌의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를 분리하고 오로지 ‘인생의 역경’이 두뇌 노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폈다.
연구 대상은 57~66세의 장년 남성 359명.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지난 2년간 삶을 변화시켰던 사건을 조사한 뒤, 자기공명장치(MRI)로 뇌를 스캔하고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평가했다.
그 결과, 역경을 한 건 겪을 때, 두뇌는 0.37년(4.4개월) 더 늙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특히 이혼과 사별을 겪은 남성들에게 두드러졌다.
MRI는 뇌의 부피와 피질의 두께 등 생리학적 측면을 평가했다. 즉, 의식, 기억, 주의력, 생각 등 인지적 요소에 관계하는 대뇌 피질을 살폈다. 이렇게 수집한 신경해부학적 자료들은 두뇌의 나이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로 분석했다.
션 해튼 교수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생물학적 노화와 관계가 있다’며 ‘예를 들면 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면 면역 반응과 유전학적 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이 커다란 인생의 역경에 부닥쳤을 때 분자생물학적 노화가 발생, 뇌 구조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사용된 뇌 나이 예측 방법은 병원 현장에서 환자들이 자신의 뇌 상태를 가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장년의 백인 남성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여성이나 다른 인종으로 연구 대상을 확장해 결과의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