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비만보다 무서운 '혈관비만'... 이상 증상없이 발생해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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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작성일22-11-26 23:08본문
김동석(가명· 57)씨는 야근이 잦고 담배를 늘 달고 살정도로 많이 피운다. 건강을 위해 간간이 운동을 하려고 마음을 먹지만 현실은 연일 이어지는 야근과 회식, 주말에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 날 모처럼 시간을 내어 친구들과 함께 산행에 나선 김 씨는 산 정상에 이르렀을때 갑자기 팔다리 쪽이 저릿저릿한 느낌을 받았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에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증상이 사라져 다시 산행에 집중하던 김 씨는 30분 후, 팔다리에 마비가 생겨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119 구조대원을 통해 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김 씨는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있는 상태인 ‘동맥경화’라는 진단을 받았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그중 ‘혈관 비만’이라 불리는 동맥경화증은 혈액순환 장애를 초래하면서 심뇌혈관질환부터 말초혈관질환까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최근 3년간 통계 자료에 따르면 동맥경화증(죽상경화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5년 8만4,224명, 2016년 8만 7,954명, 2017년 9만1,065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성별로는 남성이 55%(14만6,333명) 여성이 45%(11만6,910명), 연령별로는 50대에서 70대가 3년간 전체 환자 수의 83%(21만8,630명)를 차지했다.
동맥경화증은 혈관에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섬유화하면서 혈관의 탄성이 줄어드는 노화현상의 일종이다. 오래된 수도관이 녹이 슬고 이물질이 쌓여 직경이 좁아지게 되는 것처럼 혈관의 가장 안쪽 막(내피)에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 성분이 침착이 일어나고, 혈관 내피세포의 증식이 일어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는 질환으로 흔히 ‘혈관 비만’이라 불린다.
◇ 당뇨·고혈압·고지혈증이 위험인자
동맥벽의 손상을 일으키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 중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그리고 담배는 동맥경화증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다. 이 네 가지 위험인자는 혈관에 손상을 가하고 염증을 일으켜 혈관벽이 두꺼워지게 한다. 혈관벽이 두꺼워지면 혈관의 내경이 좁아지게 되고 막히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이 심장혈관에 나타나면 협심증, 심근경색을 유발하고, 뇌혈관에 나타나면 뇌졸중, 말초혈관에 나타나면 말초동맥질환이 발생한다.
이 중 말초동맥질환은 팔보다 다리에 주로 더 잘 생기는데, 다리에 혈압이 더 높고 혈관이 갈라지는 분지가 다리 혈관에 더 많기 때문에 이로 인한 혈류 이상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말초동맥질환환자에서 향후 3년 안에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은 6~7%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동맥경화, 증상 나타나지 않아 더 위험
동맥경화증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발병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혈관이 50% 이상 좁아졌을 때는 혈류 공급의 감소로 증상을 느끼게 되며, 초기 증상으로는 △손발이 차고 저림 △어깨 결림 △기억력 감퇴 △현기증 △만성 피로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을 느낀다면 병원을 찾아 혈압·혈액·요·심전도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송필상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은 “동맥경화증은 각종 질병을 유발할 뿐 아니라 여러 질병과 더해져 심각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라며 “관리가 가능한 요인을 조절함으로써 동맥경화가 악화되는 것을 막고, 40대 이상이라면 정기 검진을 통해 혈관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편역자 최용국 / 서울대명예교수 홍문화 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