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폐막식은 '가장 한국적인 소리'를 낸다는 평을 받는 장사익이 초등학생들과 함께 애국가를 부르며 시작됐다.
청중을 후려치는 그의 목소리로 '세기말의 위안'(음악평론가 강헌)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던 그의 목소리는 자체만으로 울림을 줬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팀으로 통하는 전통음악 기반의 포스트 록 밴드 '잠비나이' 무대 역시 화제가 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국악을 전공한 이일우, 김보미, 심은용이 주축이 된 이 팀은 이날 강원 화천 출신의 기타리스트 양태환, 80명의 거문고 연주자들과 함께 비발디의 사계와 '소멸의 시간'을 선보였다. '소멸의 시간'은 잠비나이 오리지널 곡으로 원일 음악감독과 재즈 밴드 '프렐류드' 멤버 한웅원이 공동으로 편곡했다.
또한 이날 잠비나이 의상은 마릴린 맨슨, 레이디 가가, 블랙 아이드 피스, 나인 인치 네일스 등 팝스타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주영 디자이너가 담당했다.
잠비나이 소속사 더 텔 테일 하트는 "잠비나이의 음악적 이미지를 시각적으로도 완벽하게 구현하는 의상"이라고 소개했다.
배우 이하늬는 이날 한국의 전통무용인 춘앵무를 선보여 주목 받았다.
순조 때 창작된 궁중정재의 하나인 홀로 추는 독무다. 서울대 국악과 출신인 그녀는 전통복을 입고, 전통을 세련되게 해석했다.
절정은 K팝 스타들의 무대였다. 미국에서도 인지도를 쌓은 그룹 '2NE1' 출신 씨엘은 솔로곡 '나쁜 기집애'와 2NE1의 대표곡 '내가 제일 잘나가'로 카리스마를 뽐냈다.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류그룹인 '엑소'은 글로벌 히트곡 '으르렁'과 '파워'를 선사했다. '파워'는 한국 최초 두바이 분수쇼 음악으로 선정된 곡이기도 하다.
특히 엑소 멤버 카이는 꽹과리 연주와 전자 드럼이 혼합된 리듬에 맞춰 격렬한 독무를 선보였다.
"K팝이 평창의 비밀병기"(미국 CNN), "올림픽을 즐기기 위한 K팝 입문서"(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주목했던 대로 이날 K팝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다.
마지막 순서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에 맞춰 공연자들은 물론 선수단, 감독단이 함께 어우러지는 판이 펼쳐졌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DJ 마틴 개릭스, 한국 DJ 레이든이 음악을 맡아 흥겨운 장이 열렸다.
이와 함께 지난 9일 개회식에서 선보여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드론 쇼'가 폐막식에서도 재연됐다.
인텔 슈팅스타 드론 300대는 이번 동계올릭픽 마스코트 '수호랑'이 메인 스타디움을 뛰어오는 장면 등을 연출하며 라이브로 밤하늘을 수놓았다. 폐막식 내내 경기장을 화려하게 물들인 미디어 아트쇼 역시 큰 관심을 끌었다.
이날 폐회식을 연출한 장유정 평창 동계올림픽 부감독은 "기존의 틀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류의 도전 정신을 되새기며 평창 올림픽을 통해 미래의 물결을 타고 새로운 비상을 시작하려는 이야기"라고 앞서 밝힌 바 있다.
공연 칼럼니스트인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공연예술 MBA 주임교수는 이날 폐막식에 대해 "개회식과 비교하면 훨씬 더 자유롭고 축제 분위기였다.
우리나라 전통을 '한국적'으로 눈에 띄게 강조하게보다 상징적인 메시지로 잘 전달했다"면서 "영상이 매개가 돼 그런 역할을 잘 감당했다"고 봤다.
이어 "편곡적인 부분과 전체적인 공연 흐름에 K팝 무대가 튀는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관객석의 LED 판 등 테크놀로지를 통해 다른 문화권에도 전달될 수 있는 세심한 배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 폐막식 전체적으로 조화와 화합을 강조한 부분은 좋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폐막식 공연에서는 중국 측의 공연이 8분가량 펼쳐졌다.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게 올림픽기를 인수하는 걸 기념하기 위한 자리다.
중국의 질서와 체계의 '끝판왕'을 보여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회식의 연출자인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계와 실제 자연을 배경으로 한 대형 공연의 전무가인 그는 베이징 베이징하계올림픽 개회식 당시 중국의 5000년 역사를 방대한 규모의 공연에 담아냈다.
이날 폐막식에서는 대형 공연을 펼치기에 빠듯한 8분이라는 시간이 장이머우에게 주어졌는데, 그는 롤러블레이드를 탄 공연자, LED 스크린 등을 사용한 최첨단 무대를 선보였다.
지 교수는 "장 감독 역시 LED 판을 사용해 역대 동계올림픽을 치른 24개국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등 영상을 가변적으로 활용하면서 메시지를 잘 담았다"면서 "이번 개폐회식은 이전 올림픽 개폐회식보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잘 녹아났다"고 봤다.
【평창=서울
뉴시스】 이순용 기자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