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환율전쟁’ 뛰어들 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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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5-02-15 20:35|본문
“지난해 11월 해외여행을 갈 때 1달러는 6.1위안 정도였다. 현재 기준환율은 6.25위안, 당신이 직접 은행에 가서 1달러를 사려면 최소한 6.27위안은 줘야 한다. 불과 3개월 사이에 생긴 일이다.”
중국 경제지 <이재(리차이)주간>은 최근 위안화 약세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달러에 대해 줄곧 강세를 보이던 위안의 가치는 지난해 한번 크게 출렁인 뒤 지난해 11월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올해 2월2일까지 한달여 동안 위안 가치는 3% 하락했다. 1월 말 현물시장에서의 달러 대비 위안 가치는 5거래일 중 4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도 드디어 환율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은 앞다퉈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자산 매입 규모를 연간 80조엔으로 늘렸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달 매월 600억유로의 채권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유로와 엔은 각각 지난해 말 이후 달러 대비 10%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1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8로 2012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졌다. 인민은행은 최근 지급준비율을 19.5%로 5%포인트 인하하면서 통화 완화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11월 전격적인 금리 인하 이후에도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자 이런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수출 감소 등으로 경기부양 필요 커져
지급준비율 5%포인트↓ 통화완화 합류
위안 가치 최근 한달 동안 3% 하락
자율변동환율제 전환 예측까지 나와
금리와 지준율 인하로도 경기부양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경우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위안 가치를 직접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위안 평가절하는 수출경쟁력과 물가를 동시에 띄울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재주간>은 “결국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를 반영한다. 최근 20년 동안 위안의 지속적인 평가절상의 이면엔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4%로 1990년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장률은 갈수록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2015년과 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6.8%와 6.3%로 낮췄다. 다른 나라에 견줘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중국으로서는 유례없이 낮은 성장률이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과잉투자한 기업이 부실해지고 돈을 빌려준 은행도 타격을 받는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풀린 돈으로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늘려놓았는데 수요 부족으로 대부분의 산업 가동률이 70% 안팎으로 떨어졌다. 중국이 일본과 유럽의 환율 전쟁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최근 “중국의 1월 무역수지 발표가 정부로 하여금 위안 약세를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격한 수입 감소로 무역흑자는 늘었지만, 중국의 지난달 수출은 10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제품의 대외 경쟁력 강화를 꾀할 가장 손쉬운 방법이 위안의 평가절하다. 모건스탠리화신증권의 스티븐 장(장쥔)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올해 수출 경쟁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위안 가치를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환율 변동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환율 전쟁에 참전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은 2005년부터 정책당국이 환율을 결정하되 매일 소폭의 변동을 허용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뒤 변동폭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2012년 4월부터 하루 환율 변동폭을 ±1%로 유지하다가 2014년 3월부터 ±2%로 확대했다. 일본 노무라증권과 네덜란드 은행 에이비엔(ABN)암로 등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환율 변동폭을 ±3%로 확대해 환율 전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의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는 “인민은행이 대출 촉진과 디플레이션 방어 차원에서 지난달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며 통화 완화 행렬에 뛰어들었다”며 “환율시장에서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위안 환율 변동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부분 투자기관과 전문가들은 당분간 위안 가치의 급격한 하락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환율 변동성은 커질 수 있어도 시장이 우려하는 대폭락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위안 가치 하락이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지속적인 하락이 오히려 위안 국제화와 ‘일대일로’(신실크로드 경제권)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탓이다.
화타이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준율 인하 전까지 인민은행이 위안 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듯했지만 지준율 인하 뒤에는 기준환율을 내리며 환율 안정 의지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준율 인하 다음날인 지난 6일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105위안 내려 고시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중국 경제지 <이재(리차이)주간>은 최근 위안화 약세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달러에 대해 줄곧 강세를 보이던 위안의 가치는 지난해 한번 크게 출렁인 뒤 지난해 11월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올해 2월2일까지 한달여 동안 위안 가치는 3% 하락했다. 1월 말 현물시장에서의 달러 대비 위안 가치는 5거래일 중 4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도 드디어 환율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은 앞다퉈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자산 매입 규모를 연간 80조엔으로 늘렸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달 매월 600억유로의 채권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유로와 엔은 각각 지난해 말 이후 달러 대비 10%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1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8로 2012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졌다. 인민은행은 최근 지급준비율을 19.5%로 5%포인트 인하하면서 통화 완화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11월 전격적인 금리 인하 이후에도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자 이런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수출 감소 등으로 경기부양 필요 커져
지급준비율 5%포인트↓ 통화완화 합류
위안 가치 최근 한달 동안 3% 하락
자율변동환율제 전환 예측까지 나와
금리와 지준율 인하로도 경기부양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경우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위안 가치를 직접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위안 평가절하는 수출경쟁력과 물가를 동시에 띄울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재주간>은 “결국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를 반영한다. 최근 20년 동안 위안의 지속적인 평가절상의 이면엔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4%로 1990년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장률은 갈수록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2015년과 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6.8%와 6.3%로 낮췄다. 다른 나라에 견줘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중국으로서는 유례없이 낮은 성장률이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과잉투자한 기업이 부실해지고 돈을 빌려준 은행도 타격을 받는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풀린 돈으로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늘려놓았는데 수요 부족으로 대부분의 산업 가동률이 70% 안팎으로 떨어졌다. 중국이 일본과 유럽의 환율 전쟁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최근 “중국의 1월 무역수지 발표가 정부로 하여금 위안 약세를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격한 수입 감소로 무역흑자는 늘었지만, 중국의 지난달 수출은 10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제품의 대외 경쟁력 강화를 꾀할 가장 손쉬운 방법이 위안의 평가절하다. 모건스탠리화신증권의 스티븐 장(장쥔)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올해 수출 경쟁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위안 가치를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환율 변동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환율 전쟁에 참전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은 2005년부터 정책당국이 환율을 결정하되 매일 소폭의 변동을 허용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뒤 변동폭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2012년 4월부터 하루 환율 변동폭을 ±1%로 유지하다가 2014년 3월부터 ±2%로 확대했다. 일본 노무라증권과 네덜란드 은행 에이비엔(ABN)암로 등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환율 변동폭을 ±3%로 확대해 환율 전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의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는 “인민은행이 대출 촉진과 디플레이션 방어 차원에서 지난달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며 통화 완화 행렬에 뛰어들었다”며 “환율시장에서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위안 환율 변동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부분 투자기관과 전문가들은 당분간 위안 가치의 급격한 하락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환율 변동성은 커질 수 있어도 시장이 우려하는 대폭락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위안 가치 하락이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지속적인 하락이 오히려 위안 국제화와 ‘일대일로’(신실크로드 경제권)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탓이다.
화타이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준율 인하 전까지 인민은행이 위안 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듯했지만 지준율 인하 뒤에는 기준환율을 내리며 환율 안정 의지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준율 인하 다음날인 지난 6일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105위안 내려 고시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