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북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지 않은 이유는?
[2017-09-23]
일본이 북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지 않은 이유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70여 년 만에 일본에서 공습 경보가 울렸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 미사일 2개가 홋카이도 상공을 비행한 뒤 바다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홋카이도에는 최근 15일 동안 위험을 알리는 공습 경보가 두 차례 울렸다. 군사 훈련이 아니었다. 자국의 영공을 지나가는 미사일은 일본에게 실제적 위협이었다.
일본 국민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위협을 실질적으로 느끼고 있다. 도쿄 마에바시(前桥)에 거주하는 후지모토 이치로(藤本一郎)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70여 년 동안 전쟁을 치르지 않았으며 매우 안전한 곳이다.
하지만 미사일이 얼마나 강력하고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일본 국방부는 북한의 미사일이 오전 6시 57분 발사됐다고 발표했다. 미사일은 오전 7시 4분부터 7시 6분까지 홋카이도 상공을 날아갔으며 7시 16분 일본 동부의 태평양 해역에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 발사 후 3~4분만에 국민에게 알리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 일본 국민들은 오전 7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으니 실내와 지하 방공호로 대피하라”는 정부의 긴급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미사일이 일본을 목표로 했다면 일본 국민들이 긴급 메시지를 확인하고 안전한 장소로 피하기까지 4분이라는 시간은 짧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긴급 메시지를 확인했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지난 8월 2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일본인들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짧았다. 국민들이 긴급 메시지를 확인한 시간은 오전 6시 2분이었지만 3분 후인 6시 5분 미사일은 이미 홋카이도 상공에 도달한 상태였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최근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부터 바다에 떨어지는 과정을 줄곧 추적 감시했으며 미사일의 목표가 일본이 아니라고 신속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본에게 방어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 이번에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을 일본이 왜 요격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미군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의 패트리어트 Pac-3 방공 미사일
현재 일본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두 개의 플랫폼으로 나뉜다.
일본 해상 자위대가 보유한 이지스 탄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현재 한국과 미국 및 일본 군함에 배치돼있다.
이지스 시스템은 미사일 발사 초기와 비행 중, 즉 상승하는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다.
또한 일본 항공 자위대의 패트리어트 Pac-3 방공 미사일은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낙하할 때 요격한다. 이들 시스템을 한데 모으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이지스는 해상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군함이 정확한 시간과 지점에 위치해야 한다. 또 확실한 정보와 조기 경보 체계가 필요하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정확한 지점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그러나 넓은 지역에 대한 보호 효과는 떨어진다.
일본은 지상 이지스 시스템 등을 도입해 방어 능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사드를 배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드는 아직 실전 검증을 거치지 않았고 배치 후 한국의 사례처럼 일-중 관계가 경색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으며 배치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문제는 빠른 정보와 조기 경보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는 어떤 방어 시스템도 대량으로 날아오는 미사일로부터 일본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군대 내에서도 발사 순간 요격하거나 북한 미사일을 사전에 파괴할 수 있는 더욱 선진적인 장비를 보유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동북아시아 전문가이자 일본 국제관계 연구소 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J B Miller는 "일본이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구매하거나 이미 구매를 약속한 F-35A 전투기로 북한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일본은 전쟁을 포기하는 조항을 ‘평화헌법’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지역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아베 일본 총리는 헌법 개정을 통해 군사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