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또 "사드 반대"…박근혜 정부 '고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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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5-03-16 23:42|본문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한반도 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달라고 밝혔다. 사드를 도입하려는 미국과 이를 막으려는 중국의 외교전이 가열되면서 한국 외교가 난국을 맞이하고 있다.
류 부장조리는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협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면서 사실상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드의 어떤 부분이 중국의 국가 이익을 해치고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과 한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타당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면서 "사드 문제에 관해 아주 솔직하고 자유로운 대화를 나눴고 중국 측의 생각을 알려줬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최근 고위급 인사들의 방한 때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지난 2월 4일 중국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가진 한중 국방회담 자리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중국은 한반도 내 배치되는 사드가 자국을 타깃으로 한 무기체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또 중국은 한미일 3국이 사드와 같은 미사일방어체계(MD)를 구축하게 되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게 되고, 이렇게 되면 자국의 안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 미국 측 요청이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는 "종합적 국익 관점에서 판단할 문제"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답을 내야 하는데…여전히 고민만 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
한편 류 부장조리는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국이 창설 멤버가 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는 "한국 측은 'AIIB 가입에 따른 경제적 실익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답변을 줬다"고 밝혔다.
AIIB는 지난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제안으로 공식화됐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은행이다. 현재 중국과 인도, 영국을 포함한 28개 국가가 참여를 공식화했으며 투자 규모는 2020년경 연간 1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AIIB 가입은 건설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국익을 신장시키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AIIB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금융 질서에 중국이 도전장을 내민 셈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에 AIIB에 가입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2일(현지시각)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AIIB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미국은 "영국이 중국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고 있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맹방이라는 미국과 영국 사이에 AIIB 문제를 놓고 파열음이 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박근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제적 실리를 따지자면 AIIB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실제 가입을 하게 되면 미국과 외교적 마찰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고민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 주도의 AIIB에 한국이 가입하느냐의 문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사안이었다. 그런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1년이라는 시간을 끌어온 박근혜 정부는 AIIB 설립 협정문의 협상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현시점에서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AIIB 가입 문제와 관련 "중국 측이 우리가 창립멤버로 들어오길 바란다는 언급이 있었다"며 "경제적 실익의 문제나 지배구조, 은행으로서의 요건 문제 등을 검토하면서 결정할 것이란 입장을 전달했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물론 AIIB 가입 결정이 경제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외교적인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문제를 풀고 답을 내야 할 시간에 여전히 문제를 어떻게 풀지 고민만 하고 있다. 한국 외교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그늘 아래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