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고발 ‘3.15 완후이’ 韓 제품은 칫솔만 거론
- 가짜 음료, 공유자전거 보증금 미환급 등 민생 문제 초점
2018-03-17
15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중국 CCTV에서 방영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晚会)에서 자동차 제조업체, 음료 제조업체, 공유자전거업체, 전동자전거업체 등이 지목됐다.
이중에서도 올해는 식품∙위생 등 민생 문제가 집중 조명됐다. 해외업체에 대한 지적은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한국산 제품 중에서는 규격에 어긋난 칫솔만 거론됐다.
가장 먼저 거론된 기업은 폴크스바겐이다. 지난해 8월 26일 산시(陕西)성 시안(西安)에서 폴크스바겐 투아렉 모델의 엔진 누수가 발생했다. 이어 상하이 등 각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빗발쳤다.
3.15 완후이 방송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고발하면서 현재 회사측이 국가질검총국에 리콜을 약속한 상태임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14년 12월 21일부터 2017년 11월 12일 생산된 폴크스바겐 투아렉 시리즈 일부가 오는 4월 30일부터 리콜된다. 회사측에 따르면 중국 대륙에서만 3만3142대가 회수될 예정이다.
가짜 음료도 심판대에 올랐다. 방송은 산둥(山东)성 자오좡(枣庄)시에 위치한 다수의 음료 제조업체가 진품을 모방한 위조 호두∙땅콩∙살구맛 우유를 대량 생산, 유통한 사실을 고발했다.
맛뿐만 아니라 외관 디자인, 포장, 상표 등 또한 오리지널 제품을 모방해 소비자들이 구별할 수 없게끔 했다고 지적했다. 한 위조업체 종사자는 방송을 통해 제품의 대다수가 3~4선 도시와 농촌에 주로 유통된다고 폭로했다.
타오바오∙징둥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이날 거론된 브랜드 중 청더(承德) 제품을 판매 금지시켰다.
지난해부터 보증금 미환급 문제로 중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공유자전거도 이날 고발됐다. 중국소비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수십 곳의 업체가 보증금을 환불해주지 않았으며 34곳은 이미 도산한 상태다.
방송이 주목한 업체는 최근 도산한 쿠치(酷骑)다. 쿠치는 21만 차례 고소당했고 관련 금액만 10억 위안(약 1690억5000만원)에 달했다.
한국산 제품 중에서는 칫솔이 지목됐다. 방송은 랴오닝(辽宁)성 출입국 검험검역국이 지난해 1월 한국산 칫솔 사용 후 출혈이 발생했다는 이용자의 불만을 접수해 한국산 칫솔 20가지를 조사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제품 규격에 부합하지 않는 칫솔이 60%에 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제조업체 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이외에도 전동자전거 배터리 화재, 수도관 자재 불량, 시가보다 10배 비싼 보건식품 등이 폭로됐다.
3∙15 완후이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중국 CCTV와 정부 부처가 공동 주관으로 1991년부터 매년 3월 15일에 방영하는 생방송 TV 프로그램이다. 지난 1년간 소비자 권익을 침해한 산업 및 기업을 폭로한다.
단순히 불법 행위를 고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업 조정, 해당 공공기관의 문책, 제품 리콜 등까지 이어질 정도로 파급력이 큰 방송이다.
2013년 애플이 1년 보증수리 기간에도 중국에서만 교환 대신 부품비를 요구한 사실이 폭로됐으며 폴크스바겐은 기어변속기 결함 등이 드러났다.
방송 이후 중국 소비자들의 강력한 항의가 빗발치자 팀 쿡 애플 CEO는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고 폴크스바겐도 38만대를 리콜하면서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섰다.
국내업체 중에서는 금호타이어가 2011년 방송에서 불량 고무 사용 등 문제점이 폭로된 뒤 30만개 제품 리콜 등을 통해 즉각 사태 수습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