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도 그림자는 있다…‘마리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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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19-11-06 16:53|본문
아인슈타인도 그림자는 있다…‘마리치’ 이야기
일생을 방정식 속에 파묻혀 살았던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
그가 상대성 이론을 탄생시킨 물리학자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일반상대성 이론이 발표된 지 올해로 100년이 되는 해인 만큼 그의 업적을 기리는 심포지엄이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죠.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아내 마리치와의 불화가 계속되자 첫사랑을 다시 찾는다.
그런데 상대성 이론 탄생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도 응당 얻을 수 있는 명성을 포기한 아인슈타인의 아내, 밀레바 마리치 (1875-1948)에 대해선 얼마나 아실까요.
아인슈타인 못지 않은 재능을 가진 학자였지만, 정신질환을 앓는 아들을 홀로 키우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마리치. 그녀의 삶을 보면 역사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바야흐로 시간은 18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헝가리 변방에 있는 조그만 마을에서 태어난 마리치는 선천성 고관절 탈골로 걸음마부터 한 쪽 다리를 절어야만 했습니다.
대신 신이 그녀에게 준 선물이 있다면 총명한 두뇌입니다. 꿈 많던 이 소녀는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좋아 이웃나라 세르비아로 유학을 떠났고, 특히 수학과 물리학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입니다. 1등은 그녀의 몫이었죠
젊은 시절 밀레바 마리치의 행적은 방사능 분야의 선구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마리 퀴리와 유사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성 과학자의 비극적 삶을 빠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 시작은 어디부터였을까.
이윽고 그녀는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에 입학합니다. 물리학과 동기이자 네 살 아래의 아인슈타인과 사랑에 빠진 것도 이 즈음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또래 사내아이들의 누이 노릇을 하며 학업을 주도한 그녀의 모습에 홀딱 반했고 마리치도 제멋대로 멋진 아인슈타인이 그저 좋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영광을 위해 마리치는 자신의 논문이며 시험 준비도 뒤로 미뤘죠.
어린 나이에 외지에서 외롭게 공부하던 그녀의 눈엔 “너 없인 못산다”며 징징대는 남자친구가 사랑스러웠습니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소립자의 세계에 전율하며 20세기 최초의 새날을 보낸 그 무렵. 이미 교수 눈 밖에 난 말썽꾸러기 아인슈타인은 사랑에 못 이겨 마리치를 임신시킵니다.
다만 아인슈타인과 마리치 사이에서 태어난 딸 리제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남동생 한스의 증언으로 리제의 존재 여부만 간신히 확인될 뿐이죠.
부모님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1903년. 이 둘은 결혼합니다. 학생부부의 신혼집은 옹색했지만 학문적으로 잘 맞았던 두 사람은 공동 논문을 완성하며 호흡을 맞췄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리치에게 설명하면 마리치는 수학적 형식을 덧입혀 체계화시켰습니다.
이윽고 1905년. 부부의 합작품 특수상대성 이론이 탄생했고 아인슈타인은 세계적인 과학자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연구나 취향 면에서 영원히 같은 길을 갈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사이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전 연구 논문은 아인슈타인-마리치라는 공동저자로 발표됐지만, 결혼 뒤엔 아인슈타인 이름만 들어갔습니다.
이 둘이 연구한 논문들이 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아인슈타인은 여러 대학에서 초청을 받으며 유명인사가 된 반면 마리치는 보조자의 자리에만 머물러야 했죠.
세상은 마리치에게 아인슈타인의 안주인으로서의 삶을 강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말입니다.
아내와의 불화가 계속될수록 아인슈타인은 첫사랑 마리를 찾습니다. 마리치가 둘째 아들을 임신했을 때도 마리에게 “매 순간 당신을 생각한다”는 연애편지를 보냈죠. 애증의 강을 건너는 십여 년 동안 정신질환을 앓는 둘째 아들로 인해 부부는 서로를 더 원망했고 그럴수록 마리치는 가족에 대한 헌신 속에 자신의 재능을 파묻어야만 했습니다.
1919년 마리치는 끝내 이혼에 합의합니다.
갈채받는 일이 좋았던 철부지 남편은 마리치와의 이혼 넉 달만에 사촌 엘자와 재혼합니다.
그 뒤에도 비서 베티 노이만과 비밀스런 관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서죠. 생활고에 시달리는 마리치와 두 아들을 깨끗이 잊은 채 말입니다.
일흔 넘도록 정신질환을 앓는 아들을 돌보다 초라한 노파가 된 마리치. 그녀는 1948년 쓸쓸히 세상을 떠납니다.
(*) “제가 창조하고 이룩한 모든 건 그녀 덕분입니다. 그녀는 제게 천재적인 영감을 주는 사람입니다. 그녀가 없었다면 제 작품은 시작도 못했을겁니다.” -아인슈타인이 생애에 아내 마리치를 두고 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