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보 3억 명의 수다 … 비리 고위관료 80명 옷 벗겼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3-05-27 08:14|본문
충쯔(蟲子)와 딩당(丁當·여). 20대 후반인 이들은 부부다. 그의 친구들은 이들을 ‘웨이푸치(微夫妻)’라 부른다. 웨이보(微博) 부부라는 뜻이다.
퇴근 시간. 같은 직장에 다니는 이들은 택시를 탄다. 남편인 충쯔가 앞자리에, 부인인 딩당은 뒷자리에 앉는다. 곧바로 둘은 휴대전화를 꺼내 웨이보에 접속한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의 20여 분 동안 부부의 대화는 없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저녁식사 자리에서야 비롯됐다.
“당신 웨이보 팔로어 중 ‘V’(사회 영향력 있는 인사)에 대해 좀 알아야겠어.”(딩당)
“왜?”(충쯔)
“그래야 당신의 하루 일과, 관심사 등 모든 것을 알 수 있거든.”(딩당)
“날 감시하려는 거지?”(충쯔)
저녁식사 후 둘은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이불 속에서 각자 휴대전화를 이용해 웨이보 단신을 받고 날리다 잠이 들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웨이보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베이징(北京)의 한 신혼부부 일상이다. 이를 본 중국 사회학자들의 분석은 네 가지. 사람들 대화 화제의 70%가 웨이보에서 나오고, 웨이보가 말을 대신하며 팔로어 숫자로 상대를 평가하고 부부 사랑의 공간까지 웨이보가 점령했다는 것이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은 웨이보를 떠나 생활하기 어려운 ‘중국 웨이쿵(微博控·웨이보 콤플렉스)’ 현상까지 보인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춘절 때 초당 발송 3만여 건 … 트위터 제쳐
이런 웨이보 영향력은 어디서 올까. ‘정보의 양과 속도’다. 중국에서 웨이보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2009년 8월. 불과 4개월 만인 그해 연말 800만 명이 웨이보에 계정을 텄으며 1년 후 이용자는 7500만 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말 현재 그 수는 3억9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정보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중국 인터넷정보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3일 춘절(春節·한국의 설) 때 초당 메시지 발송건수는 3만2312건에 달했다.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트위터의 역대 초당 최고 기록인 2만5088건을 훨씬 앞지르는 수치다.
지난해 말 베이징요우뎬(北京郵電)대학은 자체 개발한 ‘웨이보 출근부’ 시스템을 활용해 학생과 교직원들의 등교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가기 전 웨이보 출근부에 지문을 대면 기록은 대학의 인터넷 학사관리시스템에 자동 입력된다. 수업시간에 늦을 경우 학생의 웨이보로 경고 메시지가 발송되고 이 같은 기록은 성적증명서에도 그대로 올라간다. 이 대학 3학년인 리링(李嶺)은 “학교 입장에서 학생들을 관리하는 것은 좋지만 개인의 모든 학교생활이 노출돼 대학생활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불평했다.
기업에 웨이보는 새로운 경영수단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100대 기업의 90% 이상이 웨이보를 통해 ▶판촉과 광고 ▶고객 의견 수렴 등 소통 ▶신상품 정보 제공 ▶기업 간 전략적 협력 ▶실시간 제품 문제 검색 등을 하고 있다.
문화계도 웨이보 영향력을 비켜가진 못한다. 지난해 중국 최대 포털인 신랑(新浪) 웨이보는 12편짜리 웨이보 기록영화를 만들었다. 웨이보가 중국 모든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했는데 이를 본 네티즌이 1억 명이 넘는다. 웨이보 연속극, 영화 출현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막강 팔로어를 가진 연예인들의 웨이보 권력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여배우 야오천(姚晨)의 팔로어는 4600만 명, 탤런트 겸 가수 천쿤(陳坤)은 4300만 명 등 팔로어 4000만 명이 넘는 웨이보 6개 중 5개가 연예인 웨이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연예인 웨이보의 영향력이 중국 언론 전체의 영향력을 앞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에 웨이보는 긍정과 부정이라는 양날의 칼이다.
공산당, 전담 인력 두고 의견 접수·분석
지난 3월 열린 전인대(全人大·국회 격)에서 중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예칭(葉靑) 후베이(湖北)성 통계국 부국장. 그는 2009년 중국 고위 공직자로는 처음으로 개인 웨이보 계정을 개설하고 주민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현재 그를 따르는 웨이보 팔로어는 205만 명. 이들과 주고받은 단신은 2만 건이 넘는다. 전인대를 앞두고 그는 팔로어들의 건의 1000여 건을 받아 이 중 통계분석의 효율성 등과 관련된 5개 건의안을 전인대에 올려 통과시켰다. 그는 “민주화는 소통이다. 웨이보는 앞으로 중국 민주화를 이루는 거대하고도 핵심적인 ‘툴(tool)’”이라고 말했다. 이후 중국 31개 성과 시 정부는 물론 고위 공직자 700여 명이 웨이보를 개설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부패척결에도 웨이보는 일등공신이다.
중국 경제부처의 핵심 인물이자 왕치산(王岐山) 당 기율위 서기의 오른팔이었던 류톄난(劉鐵男·59)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부주임(장관급)도 최근 경제잡지인 차이징(財經)의 뤄창핑(羅昌平) 부편집장의 웨이보 비리 폭로로 낙마했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주석 당서기 취임 이후 지금까지 낙마한 100여 명의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 80%가 모두 웨이보 비리 제보를 통해 감옥으로 갔을 정도다. 전국 공안기관에서 부패 척결 목적으로 개설한 웨이보가 자그마치 1228개다.
중국 정치의 최대 난제인 정치개혁을 위해 공산당은 지난해부터 웨이보로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 중국 푸단(復旦)대의 ‘여론과 매스컴 연구실험실’이 4월 발표한 ‘중국정치웨이보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 현재 정치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웨이보만 2400개에 달한다. 공산당은 이들 웨이보 내용과 분석을 위한 별도의 인력을 두고 있다.
에이즈 음식 유통설 등 괴담 부작용도
그러나 웨이보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3월 말 베이징 시민들은 권력 교체를 앞두고 당 지도부가 양분돼 쿠데타설로 동요했다.
조사 결과 웨이보 유언비어였고 관련자 6명이 구속됐지만 중국인들의 불안은 시진핑의 당 총서기 취임(11월 15일)까지 계속됐다. 이 밖에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사망설(2011년 7월), 에이즈 혈액 음식 유통(2011년 11월) 등 지난 2년여 동안 중국 사회를 뒤흔든 100여 개 유언비어 모두가 웨이보를 통해 확산됐다. 청소년들이 논리적 사고보다는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즉흥적이고 자극적 정보에 익숙해지면서 미래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 웨이보(微博)= 마이크로 블로그(Microblog)를 뜻하는 중국어. 중국 정부가 서방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트위터 사용을 금지하자 중국 최대 포털인 신랑(新浪)이 2009년 8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텅쉰(騰訊)을 포함해 4개 포털의 서비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트위터와 같이 140자 이내 단문을 주고받기 때문에 중국판 트위터로 불린다.
◆ 웨이보쿵(微博控)= 웨이보 콤플렉스(complex)라는 의미로 현재는 웨이보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을 말한다. 웨이보에 올려진 게시물을 무조건 좋아해 믿고 모방하는 광적인 팬 증세를 보인다. 바로 옆에 있어도 얼굴을 맞대지 않고 웨이보 단신을 통해 소통할 정도로 웨이보에 예속된 부부를 웨이푸치(微夫妻)라고 부른다.
[중앙일보]
퇴근 시간. 같은 직장에 다니는 이들은 택시를 탄다. 남편인 충쯔가 앞자리에, 부인인 딩당은 뒷자리에 앉는다. 곧바로 둘은 휴대전화를 꺼내 웨이보에 접속한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의 20여 분 동안 부부의 대화는 없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저녁식사 자리에서야 비롯됐다.
“당신 웨이보 팔로어 중 ‘V’(사회 영향력 있는 인사)에 대해 좀 알아야겠어.”(딩당)
“왜?”(충쯔)
“그래야 당신의 하루 일과, 관심사 등 모든 것을 알 수 있거든.”(딩당)
“날 감시하려는 거지?”(충쯔)
저녁식사 후 둘은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이불 속에서 각자 휴대전화를 이용해 웨이보 단신을 받고 날리다 잠이 들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웨이보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베이징(北京)의 한 신혼부부 일상이다. 이를 본 중국 사회학자들의 분석은 네 가지. 사람들 대화 화제의 70%가 웨이보에서 나오고, 웨이보가 말을 대신하며 팔로어 숫자로 상대를 평가하고 부부 사랑의 공간까지 웨이보가 점령했다는 것이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은 웨이보를 떠나 생활하기 어려운 ‘중국 웨이쿵(微博控·웨이보 콤플렉스)’ 현상까지 보인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춘절 때 초당 발송 3만여 건 … 트위터 제쳐
이런 웨이보 영향력은 어디서 올까. ‘정보의 양과 속도’다. 중국에서 웨이보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2009년 8월. 불과 4개월 만인 그해 연말 800만 명이 웨이보에 계정을 텄으며 1년 후 이용자는 7500만 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말 현재 그 수는 3억9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정보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중국 인터넷정보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3일 춘절(春節·한국의 설) 때 초당 메시지 발송건수는 3만2312건에 달했다.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트위터의 역대 초당 최고 기록인 2만5088건을 훨씬 앞지르는 수치다.
지난해 말 베이징요우뎬(北京郵電)대학은 자체 개발한 ‘웨이보 출근부’ 시스템을 활용해 학생과 교직원들의 등교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가기 전 웨이보 출근부에 지문을 대면 기록은 대학의 인터넷 학사관리시스템에 자동 입력된다. 수업시간에 늦을 경우 학생의 웨이보로 경고 메시지가 발송되고 이 같은 기록은 성적증명서에도 그대로 올라간다. 이 대학 3학년인 리링(李嶺)은 “학교 입장에서 학생들을 관리하는 것은 좋지만 개인의 모든 학교생활이 노출돼 대학생활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불평했다.
기업에 웨이보는 새로운 경영수단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100대 기업의 90% 이상이 웨이보를 통해 ▶판촉과 광고 ▶고객 의견 수렴 등 소통 ▶신상품 정보 제공 ▶기업 간 전략적 협력 ▶실시간 제품 문제 검색 등을 하고 있다.
문화계도 웨이보 영향력을 비켜가진 못한다. 지난해 중국 최대 포털인 신랑(新浪) 웨이보는 12편짜리 웨이보 기록영화를 만들었다. 웨이보가 중국 모든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했는데 이를 본 네티즌이 1억 명이 넘는다. 웨이보 연속극, 영화 출현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막강 팔로어를 가진 연예인들의 웨이보 권력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여배우 야오천(姚晨)의 팔로어는 4600만 명, 탤런트 겸 가수 천쿤(陳坤)은 4300만 명 등 팔로어 4000만 명이 넘는 웨이보 6개 중 5개가 연예인 웨이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연예인 웨이보의 영향력이 중국 언론 전체의 영향력을 앞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에 웨이보는 긍정과 부정이라는 양날의 칼이다.
공산당, 전담 인력 두고 의견 접수·분석
지난 3월 열린 전인대(全人大·국회 격)에서 중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예칭(葉靑) 후베이(湖北)성 통계국 부국장. 그는 2009년 중국 고위 공직자로는 처음으로 개인 웨이보 계정을 개설하고 주민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현재 그를 따르는 웨이보 팔로어는 205만 명. 이들과 주고받은 단신은 2만 건이 넘는다. 전인대를 앞두고 그는 팔로어들의 건의 1000여 건을 받아 이 중 통계분석의 효율성 등과 관련된 5개 건의안을 전인대에 올려 통과시켰다. 그는 “민주화는 소통이다. 웨이보는 앞으로 중국 민주화를 이루는 거대하고도 핵심적인 ‘툴(tool)’”이라고 말했다. 이후 중국 31개 성과 시 정부는 물론 고위 공직자 700여 명이 웨이보를 개설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부패척결에도 웨이보는 일등공신이다.
중국 경제부처의 핵심 인물이자 왕치산(王岐山) 당 기율위 서기의 오른팔이었던 류톄난(劉鐵男·59)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부주임(장관급)도 최근 경제잡지인 차이징(財經)의 뤄창핑(羅昌平) 부편집장의 웨이보 비리 폭로로 낙마했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주석 당서기 취임 이후 지금까지 낙마한 100여 명의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 80%가 모두 웨이보 비리 제보를 통해 감옥으로 갔을 정도다. 전국 공안기관에서 부패 척결 목적으로 개설한 웨이보가 자그마치 1228개다.
중국 정치의 최대 난제인 정치개혁을 위해 공산당은 지난해부터 웨이보로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 중국 푸단(復旦)대의 ‘여론과 매스컴 연구실험실’이 4월 발표한 ‘중국정치웨이보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 현재 정치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웨이보만 2400개에 달한다. 공산당은 이들 웨이보 내용과 분석을 위한 별도의 인력을 두고 있다.
에이즈 음식 유통설 등 괴담 부작용도
그러나 웨이보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3월 말 베이징 시민들은 권력 교체를 앞두고 당 지도부가 양분돼 쿠데타설로 동요했다.
조사 결과 웨이보 유언비어였고 관련자 6명이 구속됐지만 중국인들의 불안은 시진핑의 당 총서기 취임(11월 15일)까지 계속됐다. 이 밖에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사망설(2011년 7월), 에이즈 혈액 음식 유통(2011년 11월) 등 지난 2년여 동안 중국 사회를 뒤흔든 100여 개 유언비어 모두가 웨이보를 통해 확산됐다. 청소년들이 논리적 사고보다는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즉흥적이고 자극적 정보에 익숙해지면서 미래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 웨이보(微博)= 마이크로 블로그(Microblog)를 뜻하는 중국어. 중국 정부가 서방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트위터 사용을 금지하자 중국 최대 포털인 신랑(新浪)이 2009년 8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텅쉰(騰訊)을 포함해 4개 포털의 서비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트위터와 같이 140자 이내 단문을 주고받기 때문에 중국판 트위터로 불린다.
◆ 웨이보쿵(微博控)= 웨이보 콤플렉스(complex)라는 의미로 현재는 웨이보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을 말한다. 웨이보에 올려진 게시물을 무조건 좋아해 믿고 모방하는 광적인 팬 증세를 보인다. 바로 옆에 있어도 얼굴을 맞대지 않고 웨이보 단신을 통해 소통할 정도로 웨이보에 예속된 부부를 웨이푸치(微夫妻)라고 부른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