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입시지옥, ‘가오카오(高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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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3-02-28 07:55|본문
유교문화에 ‘절은’ 한국과 중국은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하다. ‘일류병’, 비인간적인 입시 위주 교육 풍토,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유치원에까지 확대된 ‘영어 열풍’ 등 두 나라는 여러 면에서 너무도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수능', 중국에서는 '가오카오'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수험생은 물론 온 가족이 해마다 몸살을 앓는다. 가오카오는 시기와 규모, 각 성(省) 별 출제 병행 및 지역별 입학정원 할당 면에서 우리의 수능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오카오에 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입신출세의 관문, '가오카오(高考)'
가오카오는 ‘대학생 모집을 위한 전국 통일고시(普通高等學校招生全國統一考試)’의 약칭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등학교’란 우리의 대학에 해당한다. 2012년 중국 교육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응시생 수는 약 915 만 명이다. 2008년 한 때 1050 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으나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 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3년도 우리나라 응시생 수가 66만 여 명 인데 비하면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2012년도 대학 입학 정원수가 대략 685 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75% 정도가 대학생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처럼 ‘먹고 대학생’이 중국 천지를 뒤덮고 있다. 대학의 수는 전문대를 포함하여 2400 곳이 넘는다. 2년제 대학을 포함, 400 곳이 채 안 되는 우리나라 대학 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중국도 바야흐로 ‘대학만능’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시험은 보통 2~3일간 진행되며, 국어? 수학? 외국어는 공통 과목이다. 문과 과목은 정치? 역사? 지리, 이과 과목은 물리? 화학? 생물이다. 문제 유형은 선택형, 괄호 넣기, 지문 읽고 답하기, 작문 등 다양하다. 보통 750 점 만점이나 각 성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입시를 포함한 선발 과정은 대략 두 달 안에 다 이루어진다. 6월 말 이전 성적 발표에 이어 6월 말 원서 접수를 한다. 개인 별 점수에 따라 1~3등급, 전문대 등급으로 나눈다. 1등급(一本)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120 개 가까운 ‘중점대학’에 응시할 자격이 부여된다.
중점대학이란 정부가 ‘21세기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1994년부터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투자하는 대학을 말한다. 이른바 중국의 주요 명문대학들이다. 중점대학은 베이징에 26 곳, 상하이에 9곳, 장쑤성에 11곳을 포함하여 각 성? 직할시? 자치구 별로 고루 분포한다. 2~3등급(二本, 三本)은 점수에 의거, 2~3류 급 대학에 응시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다소 상이하며, 보통 한 학생이 3~4개 학교를 지원할 수 있다. 7월 중에 4년제 대학 합격자를 발표하고, 8월 중순 무렵 전문대학 합격자를 발표한다.
예전에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통일고시(高考) 뿐이었으나, 상하이?베이징?저장성?산둥성?하이난성 등지에서는 독자적으로 출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결국, 각 대학이 지역별로 입학정원을 할당하므로 성?직할시?자치구 별로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응시 자격은 종전에는 25세 이하, 미혼자만 응시하도록 규정하였으나 2001년부터 제한이 폐지되었다.
‘가오카오 이민(高考移民)’
나라 전체로 볼 때 대입 경쟁률은 그다지 센 편은 아니나 명문대에 들어가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베이징대, 칭화대를 비롯한 수도권이나 대도시 명문대학에서는 성?직할시?자치구 별로 입학 정원을 사전에 할당하여 통지한다. 지방의 우수인재와 소수민족에 대한 배려에서다. 그러나 여전히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 많이 할당돼, 지방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따라서 너도나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마 시민권’ 같은 베이징 시민권(호구??口)을 취득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오죽하면 ‘가오카오 이민(高考移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겠는가.
베이징대, 칭화대 등과 같은 주요 명문대들은 각 성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만 좁은 문을 뚫고 들어간다. 중국에서 말하는 성의 인구는 상상을 초월한다. 3년 전 인구 1억을 돌파한 허난성 자체의 칭화대 입학 경쟁률은 6000 대 1이나 된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떠돈다. 한마디로 칭화대, 베이징대 출신들은 ‘입신(入神)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다.
흔히 베이징대, 칭화대, 저장대, 푸단대, 난징대, 상하이 자오퉁대, 시안 자오퉁대, 하얼빈 공대, 톈진 난카이대, 후베이성 우한대, 광둥성 중산대, 지린대, 산둥대 등은 상위권의 명문대학으로 꼽는다. 그리고 각 성이나 대도시의 지명을 딴 사범대, 자오퉁대, 외국어대, 과학기술대, 항공대 등도 명문으로 꼽힌다. 그러나 각 대학마다 영역별, 전공별로 특성화돼 있으므로, 획일적으로 서열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렵사리 입학한 이들의 대학생활은 녹록지 않다. 학자금 대출,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국가공인 영어 자격시험 준비 등에 시달린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학비 대출금 갚으랴, 취직 걱정하랴, 심신이 지친 우리의 '88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연스레 사회전체가 ‘물신(物神)'을 숭배하는 분위기로 빠져든다. ‘가오카오’에서 막 해방된 대학생들에게 망령과도 같은 ‘물신(物神)'이 또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섬서성 위남시 위남(渭南)사범대학 교수 강성현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