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 한국인, 중국인 접대 문화 알고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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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 :11-11-14 08:14|본문
중국에 와서 살아 가는 지도 햇수로 5년이 넘어 간다. 생각해 보니 처음 1년은 얼떨결에 지난 듯 하고, 그 다음 2년차에는 비로서 중국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3년차에는 제법 중국을 안다는 교만으로 다 아는 척을 하고, 4년차에는 아! 중국을 좀 더 깊이 공부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보고, 5년차 이후부터는 정말로 나는 중국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른다는 자책감이 오는 듯 하다. 중국은 그만큼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이 생기는 나라 같다.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중국 공부는 늘 뒷전이다. 어찌 이 큰 대륙을 5년 정도의 경력으로 알 수 있으랴..
중국인은 먹는 것에 유별나게 관심이 많다. 어쩌면 당연한 거다. 먹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과 민족은 이 지구상에 없다. 생존이고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인의 먹는 사랑과 음식 문화는 땅이 넓은 만큼이나 다채롭고 재미가 있다. 어떤 이는 “중국인은 맨날 먹고 마시는 것이 전부인 듯 하다. 일은 도대체 언제 하는지 모르겠다” 고 말한다. 글쎄, 맞다면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일 수도 있으나 다른 어떤 사람은 이렇게 대답을 한다. “중국에서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렇다. 중국 사업은 먹는 것으로 출발해서 먹는 것으로 진행된다. 먹고 마시는 것이 사업이고 인간 관계이기 때문이다. 밥을 굶어 가며 열심히 일을 하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이해가 안 가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중국인이 사람을 초대할 때 보면 초대받는 사람의 등급을 대충 알 수 있다. 차량을 대기 시켜 고급 음식점으로 안내하고 그야말로 맛있고 고급스런 음식이 나오는 사람은 1등급 손님이다. 보통의 손님 정도라면 말 그대로 보통의 음식점으로 초대된다. 음식도 그 식당의 중, 저가가 등장한다. 그런데 어느 날 밥을 먹자고 하면서 보통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안내를 하면 초대 받은 사람의 효용 가치는 거의 없다는 의미가 된다. “별볼일이 없는 놈”으로 전락 했다는 뜻이다. 필자도 이런 높고 낮음의 부침(?)을 많이 겪어 보았다. 처음과 도중과 나중의 음식 초대 수준을 잘 보고 상대방의 의중과 나에 대한 가치 판단의 정도를 잘 판단해야 하는 것이 중국의 비즈니스다. 농자차이(农家菜)나 간단하게 먹자고 하는 사람에게 무슨 큰 사업상의 도움이나 협력을 바래서는 안 된다. 이미 상대는 나를 우습게 보고 있는 중이다. 더 이상 만나지 않는 편이 좋다.
중국인의 접대는 비단 좋은 음식에 국한 되는 것만이 아니다. 얼마나 상대방 배려를 잘 하고 사람을 감동시키는지 모른다. 확실히 한국의 접대 문화와는 차이가 난다. 한국의 사업적인 만남은 내용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실무자가 먼저 상대 회사를 파악하고 자체 토의 하고 심사하고, 설혹 중간에 점심 한 끼라도 먹자는 제의는 실례가 되고 불법(?)이 된다. 그런 연후에 최종 결정이 나면 비로서 형식적이나마 식사를 대접하고 대접을 받는다. 그런 내용 중심의 사업과 객관적이고 냉정한 상대 평가가 오늘날 한국의 가계와 기업에 엄청난 부채를 왜 초래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어느 조선족 사장은 사람은 좋은데 접대를 잘 못해 인심을 못 얻는 경우다. 점심을 먹자고 청해 놓고는 모처럼 시간을 내서 찾아간 사람에게 쓰레기 골목의 허름한 식당으로 데리고 간다. 아니 누가 먼저 밥을 먹자고 했나? 자기가 밥 먹자고 하고서 이런 곳으로 데리고 가면 일단은 기분이 영 말이 아니게 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이건 예의가 아니다. 다음 부터는 그 사람이 제 아무리 좋은 곳에서 밥을 먹자고 해도 갈 마음이 없어 진다. 밥 사고 욕 먹는 경우가 이런 것이다. 그런데 다른 어떤 사람은 저렴하게 서로 편하게 밥을 먹어도 꼭 내가 좋아 하는 동북 만두 집으로 데리고 간다. 내가 만두를 좋아해서 이곳으로 정했다고 한다. 값은 싸고 음식점은 허름해도 상대방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비싸고 좋은 음식만이 배려와 접대의 전부는 아니다.
중국인에게 한국 사람들이 웬만하면(?) 당하는 것이 어쩌면 중국의 접대 문화에 쉽게 감동을 먹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 본 적이 많다. 제대로 된 중국인의 접대를 받아 본 사람은 아마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로 사람의 마음과 입맛을 충족시켜 주는 중국인의 접대를 받고 어찌 그 사람의 제의를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한국 사람처럼 대접받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필자가 지난 2년간 한국인 단체의 실무를 맡아 경험해 본 바로는 진짜로 한국 사람들은 대접 받기를 좋아 하는 것 같다. 단체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된다. 약간이라도 자기 자신이 대접을 받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 바로 다음부터는 모임에 참석 하지 않는다. 대단한(?) 자만심이다.
흔히 한국인들은 예의가 밝고 정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예의와 정은 사업에 있어서 필요 조건은 되지만 충분 조건은 안 된다. 사업 상대를 한 방에 정신 못차리게 하고, 마음에 진정으로 감동을 주게 해야 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필살의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쩌면 실무적인 사업 협상보다 더 치밀한 사업 전략이고 내 쪽이 좀 더 유리해지는 사전 포석일 수도 있다. 중국인이 왜 우리를 그렇게 감동 시키고 접대를 잘 하나. 우리가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우리의 예의가 밝아서가 아니다. 한국이 중국보다 더 잘 사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도 무척 큰 오산이다.
중국인은 먼저 상대를 접대 할 때 약 1주일 전에 사전 약속을 정한다. 그리고 음식점을 선택하고 만찬을 같이 할 멤버를 고른다. 차량의 배치부터 마무리까지 담당을 정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마중하고 다시 귀가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까지 교육을 시킨다. 실무자는 먼저 음식점에 도착 하여 예약된 방을 점검하고 방과 화장실 등의 동선을 파악한다. 지배인을 불러서 오늘 누가 오고, 그래서 가능한 종업원은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배치하고 음식은 신선한 것으로 달라고 주문한다. 술자리에서는 설사 초대하는 사람이 술을 못 하더라도 옆 자리에 선수(?)를 배치하여 거들게 하고 다시 손님 옆 좌석에는 “손님 담당 선수”를 배치하여 손님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며 음식과 술을 권하고 따라준다. 한국 손님이 좋아하는 중국 음식을 연구하여 주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쩌다 손님이 밖으로 나가면 중국 담당(?)은 손님이 혹시 무슨 불편이 있나 하고 반드시 슬며시 일어나 뒤따라 나와서 안내를 한다. 한 치의 빈틈도, 소홀함도 없다.
손님이 무슨 담배를 피는지, 바이주(白酒)는 마시는지 홍주(포도주)를 좋아하는지, 술을 못하는 사람인지, 담배를 피는지를 알아 보고 같은 종류의 최고급 술과 담배를 준비한다. 같이 배석한 사람들이 순번으로 다가와서 최대의 경의적인 표현으로 한 잔 술을 권하고 이따금 좋은 음식에 대한 설명도 하며 마시는 술이 얼마나 고급이든 술을 모자라게 하지 않는다. 돌아오는 차량까지 나와서 문을 열어 주고 차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문으로 되돌아 가지 않는다. 차량을 운전 하는 운전자는 손님의 자택 위치를 미리 파악하여 술에 취해서 잠든 사람에게 주소가 어디냐고 귀찮게 물어보는 실례를 범하지 않는다. 아! 이런 감동의 대접을 우리는 중국인 손님에게 해본 적이 있는가.
감동의 접대는 차지하고 접대받는 자리에서 실수를 한 적은 없을까. 식사가 다 나오기도 전에 밥을 달라고 하고 젓가락을 그릇 위에 올려 놓기도 하고 물고기를 훌렁 뒤집어 먹기도 하고..중국 음식은 기름이 너무 많다는 둥 어쩌다는 등.. 물론 중국 문화를 몰라서 저지른 실수지만 상대에게 중국에 대해서 아직 한참 모른다는 약점을 보여 준 것은 사실이다. 모르는 만큼 당해야 하고 수업료를 내야 하는 곳이 중국이다. 참고로 중국인이 초대한 식사 자리에서 밥부터 먼저 달라고 하는 것은 “당신이 시킨 음식이 별로 마음에 안 드니 밥이나 먼저 달라”고 하는 뜻으로 비추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밥과 음식이 같이 나오는 한국과는 문화가 다르다.
물론 중국인 누구나 이런 식의 접대를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중국도 사업을 크게 하는 사람, 고위 공직자, 대기업체가 이런 접대를 할 줄 안다. 접대 실력이 상대의 신분과 규모와 비례한다. 이것도 실력이다. 사업을 잘하고 성공한 중국인들은 거의가 음식 접대의 명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차려 입은 옷은 세련된 양복이 아니고 조금은 누추해 보여도, 하나같이 음식 접대만큼은 참으로 잘 하는 사람들이다. 보통 선수가 아니다. 성공할 만도 하다는 생각을 준다.
중국인들 통 큰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한 끼 대접에 중국 돈 1만 위안(약 180만원) 정도를 지불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아! 내가 이 사람에게 이토록 잘 대접을 받았단 말인가. 그렇다고 상대가 교만하거나 거만하여 얻어 먹고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다. 감동마저 준 접대에 무슨 소린가…우스갯말로 한국 중소기업 주재원들의 스트레스 중의 하나가 접대비 결산이라 한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한 갑에 3만원 내지는 2만원하는 담배 값을 한국 본사의 재무팀에서 이해를 할 수가 있나, 밥 한번 먹었는데 무슨 50만원(중국 돈으로 약 3천위안)이나 하나. 점심에 무슨 술을 이리 많이 먹었나? 이렇게 대낮에 술을 먹고도 이 사람들은 회사에서 안 짤리나.. 이런 식으로 중국을 모르는 본사 직원이 따지고 덤비면(?) 할 말이 없는 거다. 중국에서 한국 돈 10만원 정도면 실컷 먹고 대접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중국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한국보다 접대 비용이 더 들어간다면 틀린 말일까?
필자도 한동안 한국 식당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식당 예약을 하고 사전 방문 하여 준비를 하는 중국인은 보았어도 그런 한국인은 유감스럽게도 본 적이 없다. 물론 한국인이 중국인을 접대하는 모습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대개는 접대를 받는 사람 보다 접대를 많이 하는 사람의 사업이 현재 성황리에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필자를 언젠가 저녁에 초대한 중국인은 같은 시간에 세 개의 방을 오가며 접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이 늘 옆에 있는 듯 했고, 그 사람의 부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너무나 잘 먹고 잘 놀고 그랬다. 접대의 달인을 만난 듯 했다.
반면에 어쩌다 한국 식당에서 중국인을 접대하는 한국인을 본다. 식당에 찾아 온 한국인은 자기의 대단한 위세를 과시하려는 듯 먼저 주인부터 찾고 난리를 친다. 그러면서 메뉴판을 중국인에게 드리 댄다. “당신 뭐 먹을래?” 중국인이 한국 음식을 알리가 없다. 살짝 입 가에 미소가 흐르는 한국인의 머리 속에는 “네 놈이 한국 음식을 먹어나 봤나!” 라는 아주 위험하고 야무진(?) 생각도 스친다. 그런 다음에 한국 사람들끼리 이것 저것 자기들이 좋아 하는 음식을 잔뜩 시키고 “왜 안 먹냐”고 물어 본다. “이게 얼마나 한국 사람들이 좋아 하는 음식인 줄 너 알아!!..” 이미 접대의 정성스런 마음은 사라지고 중국인의 기분도 별로가 된다. 접대를 하러 온 자린지, 한국인 회식 자리에 중국 사람을 끼워 놓은 건지 분간이 안 되는 자리가 된다.
중국에 사는 한국인들의 접대 문화에도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회사의 제품 실력과 우수함을 열심히 홍보하고 내 인격의 고귀함(?)을 드러내는 영업도 좋고, 중국 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훌륭한 시스템도 좋지만, 사업 상대를 제대로 한번 접대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음식 접대가 아닌 사업의 일환으로 말이다. 온 시스템을 다 동원하여 그 사람의 애호를 파악하고 음식점을 선정하고 선물을 준비하고 온갖 정성을 들여서 마무리까지 죽기 살기(?)로 잘 해서 접대를 해 보고, 그런 후에 사업의 부탁을 겸손하고 진지하게 해 보면 안될까? 왜냐하면 중국에서의 음식 접대는 더 이상 그런 저런 한국 음식점에서 삼겹살 한 두 접시와 갈비 몇 대 시켜 놓고 한국 음식 자랑이나 하며 된장 찌개에 밥 한 그릇 같이 먹는 것이 아니라 사업 실전의 현장이고 최대의 승부처이자 마무리 작업 공간이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먹는 것에 유별나게 관심이 많다. 어쩌면 당연한 거다. 먹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과 민족은 이 지구상에 없다. 생존이고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인의 먹는 사랑과 음식 문화는 땅이 넓은 만큼이나 다채롭고 재미가 있다. 어떤 이는 “중국인은 맨날 먹고 마시는 것이 전부인 듯 하다. 일은 도대체 언제 하는지 모르겠다” 고 말한다. 글쎄, 맞다면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일 수도 있으나 다른 어떤 사람은 이렇게 대답을 한다. “중국에서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렇다. 중국 사업은 먹는 것으로 출발해서 먹는 것으로 진행된다. 먹고 마시는 것이 사업이고 인간 관계이기 때문이다. 밥을 굶어 가며 열심히 일을 하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이해가 안 가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중국인이 사람을 초대할 때 보면 초대받는 사람의 등급을 대충 알 수 있다. 차량을 대기 시켜 고급 음식점으로 안내하고 그야말로 맛있고 고급스런 음식이 나오는 사람은 1등급 손님이다. 보통의 손님 정도라면 말 그대로 보통의 음식점으로 초대된다. 음식도 그 식당의 중, 저가가 등장한다. 그런데 어느 날 밥을 먹자고 하면서 보통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안내를 하면 초대 받은 사람의 효용 가치는 거의 없다는 의미가 된다. “별볼일이 없는 놈”으로 전락 했다는 뜻이다. 필자도 이런 높고 낮음의 부침(?)을 많이 겪어 보았다. 처음과 도중과 나중의 음식 초대 수준을 잘 보고 상대방의 의중과 나에 대한 가치 판단의 정도를 잘 판단해야 하는 것이 중국의 비즈니스다. 농자차이(农家菜)나 간단하게 먹자고 하는 사람에게 무슨 큰 사업상의 도움이나 협력을 바래서는 안 된다. 이미 상대는 나를 우습게 보고 있는 중이다. 더 이상 만나지 않는 편이 좋다.
중국인의 접대는 비단 좋은 음식에 국한 되는 것만이 아니다. 얼마나 상대방 배려를 잘 하고 사람을 감동시키는지 모른다. 확실히 한국의 접대 문화와는 차이가 난다. 한국의 사업적인 만남은 내용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실무자가 먼저 상대 회사를 파악하고 자체 토의 하고 심사하고, 설혹 중간에 점심 한 끼라도 먹자는 제의는 실례가 되고 불법(?)이 된다. 그런 연후에 최종 결정이 나면 비로서 형식적이나마 식사를 대접하고 대접을 받는다. 그런 내용 중심의 사업과 객관적이고 냉정한 상대 평가가 오늘날 한국의 가계와 기업에 엄청난 부채를 왜 초래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어느 조선족 사장은 사람은 좋은데 접대를 잘 못해 인심을 못 얻는 경우다. 점심을 먹자고 청해 놓고는 모처럼 시간을 내서 찾아간 사람에게 쓰레기 골목의 허름한 식당으로 데리고 간다. 아니 누가 먼저 밥을 먹자고 했나? 자기가 밥 먹자고 하고서 이런 곳으로 데리고 가면 일단은 기분이 영 말이 아니게 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이건 예의가 아니다. 다음 부터는 그 사람이 제 아무리 좋은 곳에서 밥을 먹자고 해도 갈 마음이 없어 진다. 밥 사고 욕 먹는 경우가 이런 것이다. 그런데 다른 어떤 사람은 저렴하게 서로 편하게 밥을 먹어도 꼭 내가 좋아 하는 동북 만두 집으로 데리고 간다. 내가 만두를 좋아해서 이곳으로 정했다고 한다. 값은 싸고 음식점은 허름해도 상대방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비싸고 좋은 음식만이 배려와 접대의 전부는 아니다.
중국인에게 한국 사람들이 웬만하면(?) 당하는 것이 어쩌면 중국의 접대 문화에 쉽게 감동을 먹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 본 적이 많다. 제대로 된 중국인의 접대를 받아 본 사람은 아마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로 사람의 마음과 입맛을 충족시켜 주는 중국인의 접대를 받고 어찌 그 사람의 제의를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한국 사람처럼 대접받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필자가 지난 2년간 한국인 단체의 실무를 맡아 경험해 본 바로는 진짜로 한국 사람들은 대접 받기를 좋아 하는 것 같다. 단체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된다. 약간이라도 자기 자신이 대접을 받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 바로 다음부터는 모임에 참석 하지 않는다. 대단한(?) 자만심이다.
흔히 한국인들은 예의가 밝고 정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예의와 정은 사업에 있어서 필요 조건은 되지만 충분 조건은 안 된다. 사업 상대를 한 방에 정신 못차리게 하고, 마음에 진정으로 감동을 주게 해야 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필살의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쩌면 실무적인 사업 협상보다 더 치밀한 사업 전략이고 내 쪽이 좀 더 유리해지는 사전 포석일 수도 있다. 중국인이 왜 우리를 그렇게 감동 시키고 접대를 잘 하나. 우리가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우리의 예의가 밝아서가 아니다. 한국이 중국보다 더 잘 사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도 무척 큰 오산이다.
중국인은 먼저 상대를 접대 할 때 약 1주일 전에 사전 약속을 정한다. 그리고 음식점을 선택하고 만찬을 같이 할 멤버를 고른다. 차량의 배치부터 마무리까지 담당을 정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마중하고 다시 귀가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까지 교육을 시킨다. 실무자는 먼저 음식점에 도착 하여 예약된 방을 점검하고 방과 화장실 등의 동선을 파악한다. 지배인을 불러서 오늘 누가 오고, 그래서 가능한 종업원은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배치하고 음식은 신선한 것으로 달라고 주문한다. 술자리에서는 설사 초대하는 사람이 술을 못 하더라도 옆 자리에 선수(?)를 배치하여 거들게 하고 다시 손님 옆 좌석에는 “손님 담당 선수”를 배치하여 손님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며 음식과 술을 권하고 따라준다. 한국 손님이 좋아하는 중국 음식을 연구하여 주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쩌다 손님이 밖으로 나가면 중국 담당(?)은 손님이 혹시 무슨 불편이 있나 하고 반드시 슬며시 일어나 뒤따라 나와서 안내를 한다. 한 치의 빈틈도, 소홀함도 없다.
손님이 무슨 담배를 피는지, 바이주(白酒)는 마시는지 홍주(포도주)를 좋아하는지, 술을 못하는 사람인지, 담배를 피는지를 알아 보고 같은 종류의 최고급 술과 담배를 준비한다. 같이 배석한 사람들이 순번으로 다가와서 최대의 경의적인 표현으로 한 잔 술을 권하고 이따금 좋은 음식에 대한 설명도 하며 마시는 술이 얼마나 고급이든 술을 모자라게 하지 않는다. 돌아오는 차량까지 나와서 문을 열어 주고 차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문으로 되돌아 가지 않는다. 차량을 운전 하는 운전자는 손님의 자택 위치를 미리 파악하여 술에 취해서 잠든 사람에게 주소가 어디냐고 귀찮게 물어보는 실례를 범하지 않는다. 아! 이런 감동의 대접을 우리는 중국인 손님에게 해본 적이 있는가.
감동의 접대는 차지하고 접대받는 자리에서 실수를 한 적은 없을까. 식사가 다 나오기도 전에 밥을 달라고 하고 젓가락을 그릇 위에 올려 놓기도 하고 물고기를 훌렁 뒤집어 먹기도 하고..중국 음식은 기름이 너무 많다는 둥 어쩌다는 등.. 물론 중국 문화를 몰라서 저지른 실수지만 상대에게 중국에 대해서 아직 한참 모른다는 약점을 보여 준 것은 사실이다. 모르는 만큼 당해야 하고 수업료를 내야 하는 곳이 중국이다. 참고로 중국인이 초대한 식사 자리에서 밥부터 먼저 달라고 하는 것은 “당신이 시킨 음식이 별로 마음에 안 드니 밥이나 먼저 달라”고 하는 뜻으로 비추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밥과 음식이 같이 나오는 한국과는 문화가 다르다.
물론 중국인 누구나 이런 식의 접대를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중국도 사업을 크게 하는 사람, 고위 공직자, 대기업체가 이런 접대를 할 줄 안다. 접대 실력이 상대의 신분과 규모와 비례한다. 이것도 실력이다. 사업을 잘하고 성공한 중국인들은 거의가 음식 접대의 명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차려 입은 옷은 세련된 양복이 아니고 조금은 누추해 보여도, 하나같이 음식 접대만큼은 참으로 잘 하는 사람들이다. 보통 선수가 아니다. 성공할 만도 하다는 생각을 준다.
중국인들 통 큰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한 끼 대접에 중국 돈 1만 위안(약 180만원) 정도를 지불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아! 내가 이 사람에게 이토록 잘 대접을 받았단 말인가. 그렇다고 상대가 교만하거나 거만하여 얻어 먹고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다. 감동마저 준 접대에 무슨 소린가…우스갯말로 한국 중소기업 주재원들의 스트레스 중의 하나가 접대비 결산이라 한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한 갑에 3만원 내지는 2만원하는 담배 값을 한국 본사의 재무팀에서 이해를 할 수가 있나, 밥 한번 먹었는데 무슨 50만원(중국 돈으로 약 3천위안)이나 하나. 점심에 무슨 술을 이리 많이 먹었나? 이렇게 대낮에 술을 먹고도 이 사람들은 회사에서 안 짤리나.. 이런 식으로 중국을 모르는 본사 직원이 따지고 덤비면(?) 할 말이 없는 거다. 중국에서 한국 돈 10만원 정도면 실컷 먹고 대접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중국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한국보다 접대 비용이 더 들어간다면 틀린 말일까?
필자도 한동안 한국 식당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식당 예약을 하고 사전 방문 하여 준비를 하는 중국인은 보았어도 그런 한국인은 유감스럽게도 본 적이 없다. 물론 한국인이 중국인을 접대하는 모습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대개는 접대를 받는 사람 보다 접대를 많이 하는 사람의 사업이 현재 성황리에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필자를 언젠가 저녁에 초대한 중국인은 같은 시간에 세 개의 방을 오가며 접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이 늘 옆에 있는 듯 했고, 그 사람의 부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너무나 잘 먹고 잘 놀고 그랬다. 접대의 달인을 만난 듯 했다.
반면에 어쩌다 한국 식당에서 중국인을 접대하는 한국인을 본다. 식당에 찾아 온 한국인은 자기의 대단한 위세를 과시하려는 듯 먼저 주인부터 찾고 난리를 친다. 그러면서 메뉴판을 중국인에게 드리 댄다. “당신 뭐 먹을래?” 중국인이 한국 음식을 알리가 없다. 살짝 입 가에 미소가 흐르는 한국인의 머리 속에는 “네 놈이 한국 음식을 먹어나 봤나!” 라는 아주 위험하고 야무진(?) 생각도 스친다. 그런 다음에 한국 사람들끼리 이것 저것 자기들이 좋아 하는 음식을 잔뜩 시키고 “왜 안 먹냐”고 물어 본다. “이게 얼마나 한국 사람들이 좋아 하는 음식인 줄 너 알아!!..” 이미 접대의 정성스런 마음은 사라지고 중국인의 기분도 별로가 된다. 접대를 하러 온 자린지, 한국인 회식 자리에 중국 사람을 끼워 놓은 건지 분간이 안 되는 자리가 된다.
중국에 사는 한국인들의 접대 문화에도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회사의 제품 실력과 우수함을 열심히 홍보하고 내 인격의 고귀함(?)을 드러내는 영업도 좋고, 중국 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훌륭한 시스템도 좋지만, 사업 상대를 제대로 한번 접대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음식 접대가 아닌 사업의 일환으로 말이다. 온 시스템을 다 동원하여 그 사람의 애호를 파악하고 음식점을 선정하고 선물을 준비하고 온갖 정성을 들여서 마무리까지 죽기 살기(?)로 잘 해서 접대를 해 보고, 그런 후에 사업의 부탁을 겸손하고 진지하게 해 보면 안될까? 왜냐하면 중국에서의 음식 접대는 더 이상 그런 저런 한국 음식점에서 삼겹살 한 두 접시와 갈비 몇 대 시켜 놓고 한국 음식 자랑이나 하며 된장 찌개에 밥 한 그릇 같이 먹는 것이 아니라 사업 실전의 현장이고 최대의 승부처이자 마무리 작업 공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