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귀주성 동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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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 :11-09-13 10:02|본문

설 잔치를 위해 한껏 치장한 동족 소녀들.
설엔 청춘남녀 노래 릴레이
찹쌀 주먹밥으로 사랑 표현
중국은 음력 설인 춘절이 보름 쯤 간다.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 새해를 맞는 잔치가 무르익어 곳곳에서 축제가 끊이질 않는다. 구이저우성 리핑 현의 동족 마을도 그 어느 고장에 뒤지지 않는 춘절 맞이로 유명하다.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별'이라는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리핑이라는 지명이 귀에 익을 것이다.
마오쩌둥의 홍군이 1만5천㎞에 달하는 역사적인 대장정을 시작할 때, 험한 지리적 요건으로 고통을 준 곳이 리핑이다. 동족이 사는 외진 이 산악지대는 그만큼 가난하고 척박한 곳이지만, 춘절기간 동안 벌어지는 '채가당 축제'를 보면 그 어느 지역보다 풍요로운 땅으로 변한다.
채가당에 참가하는 소녀들은 한국의 색동과 비슷한 화려한 윗옷과 검정색 주름치마를 입고 홍.녹의 수술 끈이 달린 각반을 찬 뒤 코가 뾰쪽한 가죽신에 수 놓은 당혜를 신었다. 그뒤를 루셩이라 불리는 생황 대(隊)가 연주를 하며 따른다.
청년들이 노래를 부르면, 소녀들이 "야야야~"하며 후렴을 받아 노래를 이어가는데 이렇게 남녀가 서로 노래를 주고 받는 것이 동족의 전통적인 대가(對歌) 형식으로 가당(歌堂)이라 한다.
청년들이 새해 축제인 '채가당'의 시작을 알리는 루셩을 연주하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루셩은 대나무의 마디와 길이로 그 음을 달리하는데, 긴 것은 대나무의 길이가 5m가 넘는다.
자신들의 글이 없는 동족은 역사를 이렇게 노래에 담아 거대한 서사시를 이뤄왔다. 그런데 이제 세월이 달라졌는지, 젊은이들은 벌써 그들의 노래를 외우지 못하고 있었다. 소녀들의 경우에는 선창자가 없었지만 자꾸 노래가 틀리자 어머니들이 딸의 뒤에서 안타깝게 가사를 불러주었다.
한동안 노래를 주고 받고 나서 남자들의 노래가 끝나갈 때, 소녀들이 와르르 달려와 자신의 마음에 담아둔 청년의 윗옷 안주머니에서 홍.황.녹색으로 물들여 동그랗게 뭉친 작은 찹쌀밥 덩어리를 꺼낸다.
원래는 소녀들이 가슴에 찹쌀밥을 품고 있으면, 그 소녀를 흠모하는 청년들이 찹쌀밥을 핑계로 그녀의 젖가슴을 훔진다는 사랑의 은유적 표현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남자 쪽으로 변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소녀들의 노래가 시작되자, 청년들은 마음에 드는 소녀의 뒤에 서서 어깨를 민다. 흥겨움과 수줍음과 웃음 속에 축제는 끝이 났다.
봄기운이 마음을 감싸안는 이 밤, 리핑에서는 찬 달빛 아래 젊은 남녀들의 노래가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