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중국을 바라보는 7가지 착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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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9-03-18 15:20|본문
한국인이 중국을 바라보는 7가지 착각 (3)
착각3 : “그까짓 중국어 좀 못한다고 성공 못하나!”
중국어, 중국 비즈니스의 기본
한국인이 중국과 각종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지고 있는 착각 중 하나는 언어에 관한 부분이다.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의 사업가들은 대부분 ‘중국어 좀 못한다고 일이 안 되나! 조선족 통역 쓰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사업 아이템은 최고이고, 또 자신은 한국에서 그 일을 오랫동안 해온 전문가라고 생각하며 언어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혹은 ‘사업은 전략이지 언어가 무슨 상관인가’라며 자신만만해 한다. 하지만 중국어를 하지 못해서 통역을 통해 사업을 할 경우 겪어야만 하는 문제들과 그 결과들을 살펴보면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굴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어를 할 수 없어 생기는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진심을 전할 수 없다. 사업은 실제로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만남을 통한 의사소통, 그를 통한 감정교류로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사소통은 상대방의 의중을 그때그때 잘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통역을 통하면 그 의중을 정확히 꿰뚫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감정교류도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중국인 파트너에게 진심을 담아 “만나서 반갑고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혹은 “당신을 신뢰하고 진심으로 좋아합니다”라고 말했을 경우, 통역을 통해 전달하면 상대방을 향한 진심이 채 50퍼센트도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통역자가 확실히 자신의 감정을 전달했는지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무엇이라고 반응을 보이는지는 통역자의 감정지수에 따라 결정된다.
둘째, 한마디로 수준에 못 미치는 통역자와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는 특히 조선족이 통역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조선족을 변방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여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통역자의 지적 수준이나 언어적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한국인은 대학생 수준으로 이야기해도 통역을 통하면 초등학생 수준으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조선족 통역으로 인해 곤란을 겪은 일이 있다. 북경대학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처음 진행했을 때였다. 북경대 교수들 강의의 통역을 그래도 최고라고 평가받는 조선족 통역과 중국어를 전공한 박사과정의 한국 학생들에게 맡겼다.
최고경영자 과정답게 청강하는 학생들은 모두 한국의 최고 CEO들이었고, 강사들 역시 북경대 최고의 교수진이었다. 그런데 강의를 들은 CEO들은 통역 때문에 고역을 느끼며 강의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최고 강사와 최고의 기업인들이 함께한 강의였지만 통역전달은 아마추어 수준이어서 결국 강의는 아마추어 수준으로 끝난 적이 있었다.
전문지식과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후에는 내가 직접 북경대 교수들의 강의안을 미리 입수해 연구하고 교수들과의 충분한 토론을 통해 마치 내가 강의한 것처럼 동시통역을 했더니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만족도는 200퍼센트 이상이었고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셋째,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꼴이다. 통역자는 계약서 번역에서 협상의 전 과정에 관여하며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사인하게 될 때까지 함께하기 때문에 중국 진출 회사나 관련 업무에 대해 한국 기업가 이상으로 전문가가 된다. 이 말은 결국 회사의 기밀이나 노하우가 모두 노출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통역자가 양심적이고 정직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고 사기를 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어로 작성된 의향서나 합동서조차 해석할 수 없다거나 사인한 합동서조차 꼼꼼히 확인해 보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솔직히 계약서나 합동서 조항 안에 회사의 생명과 운명이 걸려 있는데 전부 통역에게 일임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중국어 한마디 못하면서 중국에서의 사업 성공을 꿈꾼다는 것은 그야말로 중국 사업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다.
예로부터 견물생심이라고 했다. 군자가 아닌 이상 굴러들어온 황금알을 두고 마음이 생기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혹시라도 통역자가 중국 파트너와 내통하여 작당하고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의심하라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사활이 걸린 일을 남에게 맞기지 않고 직접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비슷한 맥락에서 중요한 협상을 하기 어렵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상호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합동서를 작성하고 사인할 때까지 가격, 합동기간, 인도, 사용 조건 등 민감한 사항들에 대해 그야말로 밀고 당기는 거래를 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어를 하지 못한다면 이런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당사자 간의 합의서를 작성해야 하거나 통역이 알아서는 안 될 사업상 비밀이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중국의 상거래 관습상 큰 계약 건이나 사업에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다음 상황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낚시밥을 문 대어를 그냥 놓치고 말 것인가? 그래서 결국 피라미들만 낚고 말 것인가?
이 외에도 언어의 중요성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사실 본격적인 비즈니스는 관계를 형성한 후에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파트너십을 체결할 당사자들이 자주 만나 교류하고 우정을 쌓으면서 한 가족처럼 관계를 맺고 나서야 어떤 일이든 성사가 될 수 있다. 통역이 자신의 생명체가 아닌 이상 어떻게 자기 분신처럼 가족처럼, 친구처럼 영원한 동지를 만들어 줄 수 있겠는가.
중국에 성공하려는 한국인이여!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인들 중에 중국인들과 만나서 통역 없이 자기 의사와 감정을 전하고 비즈니스 협상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 것 같은가? 정확한 통계치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는 약 10퍼센트 정도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중국에 진출하여 성공한 기업들의 비율이 전체 진출 기업의 10퍼센트 정도이다. 조금 억측이긴 하지만 ‘중국어 정복 = 중국 비즈니스 성공’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만큼 중국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이제 중국어는 기본이다. 적어도 1년 이상 중국어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도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인들은 중국어 언어과정이나 중국 문화 이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용감무쌍하게 중국 사업의 바다에 몸을 던진다. 그 결과, 물만 먹고 허우적거리다 산전수전 다 겪고서 비싼 수업료만 잔뜩 치르고 빈 몸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잊지 말라.
중국어의 벽을 넘지 못한다면 절반의 실패를 안고 사업에 뛰어드는 셈이다. 사막에서 한낮에 구름기둥이 없는데 작열하는 사막을 이동할 수 있겠는가? 밤에 불기둥이 없는데 홀로 사막을 여행할 수 있겠는가?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중국어를 전혀 못하면서 중국에서 사업하고 일을 벌인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모한 짓임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