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수 보이는 스타트업 선전으로...개방 1번지, 창업의 메카로 탈바꿈
작은 어촌의 새 별명 '창업의 파라다이스'
'포스트 개혁개방 40년' 신성장 견인차
1호 경제특구 중국판 실리콘밸리 도전장
[2018-01-25]
2018년은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1978년 12월 18일 중국공산당 11기3중전회를 통해 역사적인 개혁개방 정책의 포문을 연 이래 중국 경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며 오늘날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필자가 근무하는 광동성 선전을 비롯해 지난 1980년 산터우, 샤먼, 주하이 등 4개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했으며 경제개혁의 성공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글로벌 경제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가장 성공한 경제특구인 선전은 다시 주목을 받으며 중국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1980년 인구 2만여 명에 불과했던 작은 어촌마을 선전은 이제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 짝퉁의 도시에서 중국판 실리콘밸리 변신
개혁개방 정책 이후 선전의 경제적 성과는 우리가 이룬 한강의 기적에 비견할 만하다. 선전은 1980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22%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선전속도'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선전의 경제 규모는 2016년 이미 광둥(廣東)성의 성도인 광저우(廣州)를 넘어서며 광둥성을 대표하는 경제도시로 우뚝 올라섰다.
1980년 홍콩 국내총생산(GDP)의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선전은 2019년에 이르러 홍콩 경제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전의 1인당 GDP는 2만5000달러를 넘어서 이미 대만을 앞질렀으며 우리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선전의 대표적 혁신지역인 난산(南山)구의 1인당 GDP는 5만달러 수준으로 한국과 홍콩을 제치고 싱가포르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선전은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선전시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4.1%로 연구개발비 투입 규모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달하고 있다.
과거 선전은 소위 산짜이(山寨 짝퉁) 제품의 생산 및 유통으로 명성이 높아 지적재산권 단속 '0순위' 지역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혁신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지적재산권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말 누계 기준 선전의 PCT국제특허출원 건수는 6만9347건으로 전 세계 도시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이는 1위인 일본 도쿄의 26만1308건과는 큰 격차가 있지만 3위를 차지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5만9762건을 넘어서 세계적인 지적재산권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전, 중국의 PCT 출원의 절반 차지
선전의 PCT국제특허 출원량은 13년 연속 중국 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선전의 주요 PCT국제특허 출원 분야는 무선통신 네트워크 기술, 디지털정보 전송기술, 정보기술, 전자통신 전송기술, 영상통신기술 등으로 이들 5대 분야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화웨이와 중싱통신 두 회사는 선전의 대표적인 특허기업으로 PCT국제특허 출원건수가 3000건을 넘어섰다. 또한 상위 10대 PCT국제특허 출원 기업의 비중이 51%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선전의 특허를 주도하고 있다.
선전 기업의 중국 내 특허 출원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화웨이를 비롯한 글로벌급 IT기업들의 주도하에 중국의 특허 출원건수는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선전의 지적재산권 분야 성과는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인구 1만명당 발명특허 보유량은 80.09건으로 명실상부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전체의 7.98건과 비교하면 10배 이상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주요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대중창업 만중창신, 창업의 메카 선전
개혁개방 1번지 선전은 중국 전역에서 혁신 마인드가 가장 뛰어난 곳이며, 스타트업 활동이 가장 가장 왕성한 도시다.
선전시 기업 수(개인사업자 포함)는 인구 1000명당 73.9개사로 베이징의 71.7개사를 넘어 중국 전체 1위이며, 창업 주체는 인구 8.5명당 1명으로 중국 대도시 중 창업자 배출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이다.
'대중창업, 만중혁신(大众创业, 万众创新)'. 최근 선전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구호다. 이 구호가 시내 곳곳에 나부끼고, 사람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선전의 활발한 창업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창업을 통해 일자리 문제에 대처하고 산업구조 고도화를 도모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양회 업무보고를 통해 “국가의 번영은 인민의 창조력 발휘에 달려 있다.
창조력이 발휘될 때 경제 활력과 취업, 창업 및 소비의 다양성 등으로 선순환된다”며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선전은 경제특구라는 정책적 기반으로 홍콩의 금융과 개방성 그리고 중국의 생산과 내수시장이 결합된 최적의 하드웨어 창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광둥성의 중심 도시로 인근에 많은 제조공장이 밀집해 있고, 중국 최대 IT 유통시장인 ‘화창베이’와 세계 3대 컨테이너항을 보유하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이 제품 개발부터 제조·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선전의 우수한 하드웨어 창업 환경을 활용하고자 모여들고 있다.
또한 창업을 지원하는 다수의 액셀러레이터들이 앞다퉈 자리 잡으며 선전을 창업의 메카로 변모시키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15만개, 판매종사자 40만명의 중국 최대 IT유통단지 화창베이 전자상가에서는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부품을 발굴하고 시제품을 유통할 수 있다.
또한 선전 주변의 1000여 개 소규모 다품종 생산 기업들이 창업가의 시제품 제작을 지원한다.
선전에는 중국 벤처캐피탈의 1/3이 자리 잡고 있으며 우수한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
선전은 글로벌 인재의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고급 인재에 대한 우대 정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80만~150만위안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자녀 입학, 배우자 취업 등 다양한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변화 대응 신진출전략 짜야
중국 경제 성장의 축이 양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성장동력이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뀌면서 선전의 진가가 재조명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1990년대 베이징의 국영기업에서 2000년대 상하이의 외자기업을 거쳐 금융위기 이후 민영기업 중심의 선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선전은 향후 3차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서비스업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통해 세계적인 상업 중심지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전은 홍콩 등 주변 지역과의 서비스, 물류, 금융 분야 교류 확대와 서비스 현대화를 통해 대외개방을 적극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들어 서비스와 기술 기업 유치를 위해 여러 정책적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변화 추세에 맞추 우리 기업들도 탄력적인 중국 진출전략 모색에 나서야 할 때다.
2018년에는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연결하는 총 연장 55㎞의 ‘강주아오대교(港珠澳大橋)’가 개통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주강삼각주 1차 경제통합 추진을 목표로 ‘9+2(9개 광둥성 도시+홍콩, 마카오)’ 정책을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주강삼각주의 경제가 통합되면 상하이 중심의 장강삼각주보다 큰 경제규모를 갖추게 되며 뉴욕, 샌프란시스코, 도쿄 등에 버금가는 4대 만(灣)경제권 지역(Bay area)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KOTRA 선전무역관 정준규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