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이름의 '마윈' 알리바바 부회장 차이충신
골드만삭스 명함 던지고 빈손 마윈에 배팅
알리바바 2인자 창업초기 마윈의 1등공신
[2017-09-06]
‘중국 최고 부호 등극’ ‘알리바바 시총 4000억달러 클럽 진입’으로 매일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알리바바 마윈 회장, 그의 뒤에는 숨은 조력자 차이충신(蔡崇信) 부회장이 있다.
과거 10억원대 연봉을 뒤로하고 마윈을 택한 차이충신은 현재 몸값 500억위안(8조원)의 알리바바 2인자로 변신했다.
마윈을 도와 알리바바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낸 차이충신 부회장의 경영 인생을 들여다본다. 차이충신(蔡崇信) 부회장과 마윈 회장 <사진=바이두>알리바바 차이충신 부회장은 텐센트 류츠핑(劉熾平) 총재와 함께 골드만삭스 출신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류 총재는 텐센트가 어느정도 성장한 이후 합류한 멤버고, 차이 부회장은 알리바바 설립 초기에 ‘인간 마윈’을 믿고 선택했다는 사실.
당시 차이충신은 백만달러(한화 11억원)에 달하는 고액연봉의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마윈의 알리바바로 향했다.
초창기 알리바바에 자리잡은 차이충신은 최고 재무 책임자(CFO) 직책을 맡았다. 말이 ‘최고 재무 책임자’였지 실은 소규모 재무담당자에 불과했다.
고액연봉자에서 하루아침에 사업자 등록을 위해 발로 뛰는 ‘소박한’ 업무를 하게 된 차이충신, 그는 마윈을 도와 이 첫번째 미션을 성공리에 마친다.
1999년 8월의 어느 날, 알리바바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하루가 펼쳐졌다.
차이충신이 오랜 지인을 통해 골드만삭스가 최근 글로벌 인터넷경제에 주목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얼마 후 골드만삭스에서 알리바바로 현지 시찰인원을 파견한 것이다.
같은 해 10월, 골드만삭스는 피델러티 캐피털(Fidelity Capital), 인베스터 등 회사와 함께 알리바바에 500만달러(한화 57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알리바바가 처음으로 따낸 엔젤투자였고, 500만달러는 창업자금 50만위안(한화 8500만원)으로 시작한 알리바바에게 더없이 소중한 자금이었다. 덕분에 알리바바는 창업 초기 보릿고개를 견뎌낼 수 있었다.
2004년 알리바바는 또 한번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 이 때에도 재무책임자 차이충신은 동분서주하며 자금줄을 끌어 모았다.
위기의 순간,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곳은 자신이 나고 자란 대만이었다. 차이충신은 온갖 인맥을 동원해 푸방(富邦) 등 대만 유명 재벌가로부터 개인투자를 이끌어냈다.
차이충신은 마윈을 도와 소프트뱅크 손정의(孫正義 손 마사요시) 회장의 투자를 유치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일은 최근까지도 수없이 회자되는 사례로 ‘6분만에 끝난 협상’이라는 매체의 보도가 있었지만, 실제 협상은 그리 간단치가 않았다고 한다.
당시 협상은 도쿄 소프트뱅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투자은행 출신 차이충신은 특유의 협상 실력을 발휘했고, 여기에 마윈의 카리스마가 더해지며 손정의 사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차이충신은 협상 테이블에 들이밀 비장의 카드가 특별히 없었음에도 손 사장이 두차례 제안한 금액에 ‘노(NO)’라고 답하는 대담함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결국 마윈과 차이충신은 손정의 사장으로부터 2000만달러(한화 227억원) 투자 수락을 받아냈고, 알리바바 최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한편, 차이 부회장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대만 법조계 유명인사인 소위 ‘금수저’ 출신 경영인이다.
그 역시 시작은 법조인으로 출발했다. 예일대 로스쿨 박사학위를 받은 뒤 뉴욕에서 2년간 변호사로 경력을 쌓았고, 한때 인베스터사(Investor AB) 벤처투자부 아시아지역 총재로 일했다.
마윈과 같은 해(1964년)에 태어난 차이충신. 하지만 나이를 제외하고는 가정환경부터 학력, 성격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공통점이란 찾아보기 힘들다.
마윈이 외향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연설의 대가라면, 차이충신은 말수가 적고 대외적으로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다.
현지업계에서는 정반대 성향의 두 사람이 최적의 궁합을 보이며 ‘알리바바 제국’을 완성해냈다고 평가한다.
특히 기업 설립 초기 최대 난제인 자금 문제 해결에 차이충신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마윈이 아무리 뛰어난 기업가라도 차이충신의 숨은 노력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알리바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홍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