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차 유통혁명 '신소매' 가 제시하는 미래형 소비
IT 기술로 온·오프라인과 물류 융합
첨단 기술로 오락 성격 가미된 쇼핑 환경 제공
[ 2017-07-24]
2016년 징둥상청 드론 배송 테스트.
2016년 8월 광둥(廣東)의 무인 편의점 방고박스 등장.
2016년 말 샤오e웨이뎬(小e微店) 무인 전자동 슈퍼마켓 개점.
2017년 2월 무인관리 스마트 마트 테이크고(TakeGO), 무인 편의점 볜리펑(便利蜂) 영업 개시.
2017년 7월 무인 전자동 결제 점포 타오카페 공개, 신선식품 전문 유통 스마트 마트 허마셴셩(盒馬鮮生) 개장.
최근 1년 중국 유통업계에 혁신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상기 상점들은 업체별로 기술력과 시스템에서 다소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물인터넷, 영상분석, 생체인식, 핀테크 등 첨단 IT기술을 이용해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점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점포는 스마트기기를 통해 안면인식 등 방식으로 본인 확인을 거친 후 상점에 입장, 물건을 담아서 별도의 계산대에서 QR코드를 이용해 직접 결제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타오카페의 경우는 미국의 아마존고 처럼 물건을 고른 후 별도의 결제 없이 가방에 담아 매장을 떠나면 자동으로 모바일 결제가 진행된다.
허마셴성 개장당시 매장을 방문한 마윈 (가운데)해산물 등 신선식품 취급하는 허마셴성은 기존 전자상거래의 취약점으로 꼽혔던 신선식품 유통의 난제를 첨단 IT 기술과 미래 신유통에 대한 비전으로 해결해냈다.
매장에 설치된 자동차 시설로 고객이 주문한 신선제품을 3km이내에 30분안(최대 1시간)에 배송할 수 있게 됐다. 신선식품에서 가장 중요한 신선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무인 편의점을 시도한 빙고박스는 운영 10여 개월 동안 성공적으로 점포를 늘리며 안착하는 모습이다.
중국 유통업계는 이 같은 현상을 '신소매(新零售 첨단 기술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소매와 물류의 융합)'라는 용어로 통칭하고 있다. 신소매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지난해 기업 행사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단어다.
◆ 중국 유통업계 3단계 변화, 알리바바 등 IT기업이 주도
'신소매'의 등장은 중국 유통업계의 획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IT 산업이 또 다시 중국 소매 유통 산업의 뉴트렌드를 선도하는 모습이다.
전통 소매 유통 시장에서 오늘날의 미래형 신소매까지 IT산업은 크게 3단계에 걸쳐 중국 유통업계의 변화를 주도해왔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시장,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등 전통 유통업계가 주도했던 소비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전자상거래의 등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변화의 1단계인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약 10년 동안 중국에서는 전자상거래가 소비 시장을 장악했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징둥, 당당왕을 필두로 웨이핀후이, 메이퇀, 다중뎬핑 등이 전자상거래 업체가 유통업계의 신흥 강자로 자리잡았다.
위기에 직면한 전통 유통 업계도 체질 개선에 나섰다. 2단계인 2010년~2015년 사이 전통 소매 업체들의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온라인 상품 판매를 통해 신흥 전자상거래 업체와 경쟁에 돌입한 것.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쑤닝이 2013년 쑤닝윈상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취급 상품을 가전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 상품으로 확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완다그룹, 다룬파 등 전통 소매 유통의 강자들도 이시기 속속 온라인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2016년부터 유통 시장에선 '수상한' 움직임이 발생했다. 온라인 전쟁을 유발하고 유통 시장을 장악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오프라인 공략' 행보가 이어진 것.
3단계 변화의 주역은 알리바바와 징둥상청이었다. 이들은 경쟁적으로 오프라인 유통 업체에 투자하거나 협력관계를 맺었다. 알리바바가 인타이·바이롄·쑤닝·싼장 등과 오프라인 유통 업체와 손을 잡았고, 징둥은 월마트·융후이슈퍼마켓 등과 연합 전선을 형성했다.
'신소매'라는 뉴트렌드는 이렇게 시작됐다. 알리바바, 징둥상청이 오프라인 업체들과 협력 강화에 나선 것은 중국 소비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한계에 직면한 것. 전자상거래 업체나 온라인을 공략한 전통 소매업체 모두 전자상거래 시장으로만 성장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온라인 쇼핑이든 대형 쇼핑몰의 오프라인 쇼핑이든 소비자들은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트렌드 변화에 놀라운 '촉'을 발휘하는 마윈은 이 같은 변화의 조짐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온라인 쇼핑이 편리성을 강점으로 급성장했지만, '물건을 고르고, 매장을 둘러보며 여유 시간을 보내는' 소비의 또 다른 즐거움이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기존의 오프라인 대형 쇼핑몰은 비슷한 환경과 서비스로 신선함을 잃은지 오래다.
인터넷의 편리함, 혁신성과 오프라인의 장소가 제공하는 쇼핑의 즐거움을 함께 제공하는 '신소매'는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하게 됐다. 마윈이 신소매의 핵심으로 '사람, 사물, 장소'의 3대 요소를 꼽는 것도 이때문이다.
마윈은 신소매에서는 결제 등 소비를 위한 신기술 외에 쇼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알리바바가 8일 항저우에서 열린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필름고 영화관'도 이 같은 발상에서 나온 결과다.
필름고 영화관에서 관객은 편하게 침대에 누워 공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PPL 상품이 등장하는 데 침대 옆 구매 버튼을 누르면 해당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알리바바의 경쟁 상대인 징둥도 '신소매'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며 유통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류창둥 징둥상청 대표는 경쟁자인 알리바바를 의식한 듯 '신소매'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 '무경계 소매'라는 용어로 유통업계의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새로운 소비 시장에서는 온·오프라인, 판매와 물류 등의 경계가 없이 IT 기술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매 시스템이 형성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알리바바와 징둥상청은 중국을 대표하는 2대 전자상거래 업체지만 두 업체의 경영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알리바바는 C2C 중심의 플랫폼으로 유통 기업이라기 보다는 중개 플랫폼의 성격에 가깝다. 고정 자산 투자가 적고 광고와 중개 수수료가 주요 매출원이다.
반면 징둥은 B2C와 C2C 두 가지 시스템을 병행하고 있는데, 직영방식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자체 대형 물류 센터 등 고정자산 투자에 적극적이고, 상품도 자체 조달하며 품질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덕분에 '짝퉁' 물건으로 골치를 썪는 알리바바와 달리 징둥상청의 상품은 '정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같은 '체질'에 차이에 따라 신소매를 주도하는 두 기업이 전략도 다소 차이를 보인다.
징둥상청은 드론·로봇 등을 통한 배송 물류 혁신에 먼저 나섰다. 알리바바가 허마셴성을 통해 신선식품 유통 혁신에 나서자, 징둥은 자체 첨단 냉장 물류시스템을 활용해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캐나다산 랍스터를 직접 공수, 캐나다 산지에서 중국 소비자의 식탁까지 최대 48시간 안에 배송 할 수 있도록 했다.
징둥상청은 징둥편의점의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도 나섰다. 류창둥 대표는 앞으로 중국 전역에 징둥편의점을 100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중 절반 이상이 중소형 도시에 입점하게 된다.
방법과 전략에는 차이가 있지만 알리바바와 징둥상청이 중국 소비 방식과 유통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알리바바가 먼 미래를 향한 이상적인 비전으로 신소매 혁명의 '비행'에 나섰다면, 징둥은 지상에서 현실적인 전략으로 신소매 혁명의 질주를 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