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를 바라보는 중국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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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6-07-04 08:48|본문
브렉시트를 바라보는 중국의 눈
세계 중심축 진입의 기회로 삼으려 할 것… 민주제보다 당우위 체제 공고화 가능성도
입력 2016-07-03 17:21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파장이 일주일 만에 안정 궤도로 접어들었다. 영국이 세계 금융시장과 유럽연합(EU)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위상을 볼 때 세계 경제 질서에 일련의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국가별로는 여파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단순히 경제만 보면 손익계산이 비교적 쉽지만 영국에 대한 전략적 접근에 심혈을 기울여온 중국은 복잡한 시선으로 브렉시트를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작년 10월 시진핑 주석의 영국 방문을 계기로 영국을 EU 진출의 교두보로 구축하려 했다. 미국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유럽 국가로는 제일 먼저 가입한 영국 역시 이러한 중국을 마다하지 않았다. 중국도 원전·고속철 건설과 우주연구 등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대적인 경제협력 투자계획을 밝혔고, 런던에는 유럽 최초의 위안화 역외펀드 시장이 개설돼 중국 인민폐 국제화의 유럽 거점이 됐다. EU에서의 시장경제지위(MES) 획득에도 중국은 영국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렇게 보면 브렉시트 때문에 영국을 통해 중국이 추진하고자 했던 여러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유럽에서의 중국 세력 확대에 또 다른 계기와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일단 영국은 멀어진 EU와의 거리를 보충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며,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국제 금융지위 허브로서의 손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영국이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조치에 협조할 개연성이 크다. 이러한 영국과 중국 관계를 보는 영국 이외 유럽 국가 역시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유럽 내에서 중국의 입지가 강화될 소지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과 다양한 분석에서 브렉시트의 최종 승자가 중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는 중국이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서 이 문제를 보는 측면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중국은 최근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지역 패권주의, 극단적 민족주의·종교주의, 국수주의, 공포주의 등 혼란 상황 출현과 이번 브렉시트 역시 근세 이후 세계 질서를 구축하고 지배해 온 서방 세력의 상대적 몰락의 시작으로 판단하는 면이 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출현 등도 약화된 미국의 힘이 나타나는 명확한 증거로 보는 면이 있다. 당연히 그 이면에는 이를 계기로 동양의 중심 국가인 중국이 세계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중국학자들은 브렉시트를 서구 정치에서 나타나는 비민주 포퓰리즘의 대표적 현상으로 파악한다. 진실은 EU 탈퇴가 아니었는데 감정에 치우쳐 불만을 표출하다 보니 예기치 못한 결과가 초래됐고, ‘서방 전통 민주’라는 이름이 이성적 판단을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서방식 직접 민주는 중국에 맞지 않으며 여전히 당과 지도자가 결정하는 방식이 아직은 더 유효하다는 입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브렉시트가 중국 공산당 통치의 합법성이나 정통성을 강조하는 도구로 변질되는 측면도 보인다.
물론 걱정도 많다. 브렉시트의 경제 충격과 더불어 보다 심층적인 우려도 나온다. 일단 영국인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스코틀랜드 분리나 프랑스 등의 EU 탈퇴 움직임 등은 중국이 가장 신경을 쓰는 티베트·신장(新疆)위구르의 분리 성향, 대만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가 중국의 일방적인 ‘직접 민주 불가’론의 근거가 된다면 이는 또 다른 반발을 잉태하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입력 2016-07-03 17:21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파장이 일주일 만에 안정 궤도로 접어들었다. 영국이 세계 금융시장과 유럽연합(EU)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위상을 볼 때 세계 경제 질서에 일련의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국가별로는 여파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단순히 경제만 보면 손익계산이 비교적 쉽지만 영국에 대한 전략적 접근에 심혈을 기울여온 중국은 복잡한 시선으로 브렉시트를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작년 10월 시진핑 주석의 영국 방문을 계기로 영국을 EU 진출의 교두보로 구축하려 했다. 미국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유럽 국가로는 제일 먼저 가입한 영국 역시 이러한 중국을 마다하지 않았다. 중국도 원전·고속철 건설과 우주연구 등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대적인 경제협력 투자계획을 밝혔고, 런던에는 유럽 최초의 위안화 역외펀드 시장이 개설돼 중국 인민폐 국제화의 유럽 거점이 됐다. EU에서의 시장경제지위(MES) 획득에도 중국은 영국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렇게 보면 브렉시트 때문에 영국을 통해 중국이 추진하고자 했던 여러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유럽에서의 중국 세력 확대에 또 다른 계기와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일단 영국은 멀어진 EU와의 거리를 보충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며,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국제 금융지위 허브로서의 손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영국이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조치에 협조할 개연성이 크다. 이러한 영국과 중국 관계를 보는 영국 이외 유럽 국가 역시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유럽 내에서 중국의 입지가 강화될 소지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과 다양한 분석에서 브렉시트의 최종 승자가 중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는 중국이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서 이 문제를 보는 측면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중국은 최근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지역 패권주의, 극단적 민족주의·종교주의, 국수주의, 공포주의 등 혼란 상황 출현과 이번 브렉시트 역시 근세 이후 세계 질서를 구축하고 지배해 온 서방 세력의 상대적 몰락의 시작으로 판단하는 면이 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출현 등도 약화된 미국의 힘이 나타나는 명확한 증거로 보는 면이 있다. 당연히 그 이면에는 이를 계기로 동양의 중심 국가인 중국이 세계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중국학자들은 브렉시트를 서구 정치에서 나타나는 비민주 포퓰리즘의 대표적 현상으로 파악한다. 진실은 EU 탈퇴가 아니었는데 감정에 치우쳐 불만을 표출하다 보니 예기치 못한 결과가 초래됐고, ‘서방 전통 민주’라는 이름이 이성적 판단을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서방식 직접 민주는 중국에 맞지 않으며 여전히 당과 지도자가 결정하는 방식이 아직은 더 유효하다는 입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브렉시트가 중국 공산당 통치의 합법성이나 정통성을 강조하는 도구로 변질되는 측면도 보인다.
물론 걱정도 많다. 브렉시트의 경제 충격과 더불어 보다 심층적인 우려도 나온다. 일단 영국인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스코틀랜드 분리나 프랑스 등의 EU 탈퇴 움직임 등은 중국이 가장 신경을 쓰는 티베트·신장(新疆)위구르의 분리 성향, 대만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가 중국의 일방적인 ‘직접 민주 불가’론의 근거가 된다면 이는 또 다른 반발을 잉태하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