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의사 800위안, 간호사 400위안, 마취사 300위안 식이다. 니씨는 자기 아내도 얼마 전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담당 의사가 "아는 사람한테서 잘 대해주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돈을 받지 않으려고 하길래 1500위안에 해당하는 식사대접을 했다고 말했다. '흰 이리'는 이처럼 환자나 환자 가족으로부터 사례비나 접대를 받는 병원 관계자들을 '흰 가운을 입은 이리'로 비유한 말이다.


병원 관계자들이 당당히 사례비를 챙기는 관행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사건이 지난 2010년 7월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의 한 병원에서 일어났다. 당시 이 병원의 조산사는 갓 출산한 산모의 치질을 치료한다며 산모의 항문을 꿰매버리는 엽기적인 만행을 저질렀다. 산모가 출산에 따른 사례급을 제때 지급하지 않자 보복을 한 것이다. 선전에서는 조산사에게 1000위안 정도 사례비를 줘야 하는데 산모는 돈이 부족해 일단 100위안만 준 뒤 추가 지급을 미뤘다가 봉변을 당했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지만 그때뿐이었다.

'흰 이리, 검은 개, 안경 뱀'에서 '검은 개'는 경찰, '안경 뱀'은 교사를 가리킨다. 검은색은 짙은 남색의 경찰 제복을 뜻하고, 안경은 학식 있는 지식인을 뜻한다. 다들 뇌물·촌지·사례금 등의 의미로 쓰이는 '훙바오(紅包)'를 많이 챙길 수 있는 사람들이다.

상하이에서 교사들에게 주는 촌지는 한 번에 500위안 정도인데, 이는 공인 액수일 뿐 학부모들 사이에 경쟁이 붙으면 800위안이나 1000위안을 쉽게 넘어간다. 외국인들은 중국 직장인들의 호방한(?) 씀씀이를 보면서 돈의 출처를 궁금해하는데 이 훙바오에 해답이 있다. 여기다 공무원들이 수시로 공금으로 먹고 마신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월급 액수로는 설명이 안 되는 그들의 소비력을 이해할 수 있다.

직장인들의 막강한 소비력에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주택 구입을 직장(국유기업)이나 부모가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상하이에서 집을 장만하려면 우리 돈으로 5억~10억원은 족히 드는데,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면 주택 마련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소비 여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집 장만을 지원하는 경우는 이제 많이 사라졌지만 신랑 측 부모가 신혼부부에게 집 장만을 해주는 전통은 여전하다. 물론 집안이 괜찮은 중산층 이상의 얘기다.

요즘 중국 대도시의 1990년 이후 출생 여성들 사이에선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170'이라는 숫자가 화제다. 신랑 키 170㎝ 이상, 주택 면적 170㎡ 이상, 신랑 월급 1만7000위안(약 300만원) 이상이 그것이다.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