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학생들의 안정지상주의, 쇠퇴하는 창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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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3-03-28 08:09|본문
시에차오보(24)는 자신이 중국 공기업에 취직할만한 스펙이 된다고 생각했다. 명문 칭화대학에서 인기전공인 환경공학을 공부한 데다가 수질오염원을 파악하기 위한 새로운 기법을 시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기업 30개사에 지원서를 냈지만 4곳에서만 면접연락이 왔으며 입사로 이어진 면접은 없었다.
창업가 부모를 둔 그는 민간 신생기업(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데 관심이 없다. “중국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위험이 아니라 안정성을 중시하라고 배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대학 신규 졸업생 수는 6배 증가해 연 600여만 명에 육박했다. 대졸자 수가 과다해짐에 따라 대졸연봉이 낮아지는 한편, 최근 대졸자 중 실업자비율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크게 걱정하는 상황이다. 대졸자 3분의 2는 경기침체 걱정이 거의 없는 공무원이 되거나 공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주도한 민간기업 취직은 바라지 않는 것이다. 1990년대의 부모세대와는 달리, 오늘날 학생들은 안정된 정부직장을 버리고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경제학자들은 청년층 창업열기가 시들해짐에 따라 경제를 쇄신하고 선진화를 이룩하기 위한 중국의 역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칭화대학의 리홍빈 교수는 “현재 교육체제는 혁신적인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혁신사회 구축이라는 장기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2011년 설문조사에서는 21~25세 연령층에서 대졸자 실업률이 16.4%로 초등학교 졸업자 실업률에 비해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자가 취직을 하더라도 조건이 좋지 않은 직장인 경우가 많다. 2011년 대졸자 중 약 절반은 공장 및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임금보다 낮은 초봉을 받고 입사했다.
대학교 학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최고학점을 받은 학생들의 초봉이 학점이 별로인 학생보다 오히려 10%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다수는 학점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인맥만 있으면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자녀정책도 위험회피경향을 고조시키고 있다. 외동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가 한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실수의 여지가 거의 없기에 민간기업 취직을 말린다고 밝혔다. 결혼상대를 구할 때도 공무원이나 공기업이 유리하다.
중국 명문대학인 칭화대와 베이징대, 베이징사범대학 공대생들과 스탠포드대학 공대생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학생들 대다수가 창업을 꿈꾸지만, 졸업 후 실제로 스타트업에 취직하는 비율은 중국학생의 경우 3%로 스탠포드대의 22%에 크게 못 미쳤다. 정부에 취직하고 싶다는 비율은 중국학생에서 10배 높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매튜 보스웰 스탠포드대 교수는 스탠포드대 학생들과는 달리 중국학생들에게는 벤처자본이나 연구자금지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학생들은 정부의 막대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명한 창업가조차 공무원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기에 창업의 매력이 더 떨어지는 것이다.
Liang Jiahe
산시대학 취업박람회
대학교육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려 했으나 대졸자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해 골치를 앓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도 중국의 딜레마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과 인도, 중남미 국가에서는 고급일자리 부족 때문에 대졸자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빠져나가는 두뇌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과 이들 국가 간 차이점은 지난 30년 간 경제가 연 10%씩 성장하며 빠른 확장세를 보였음에도 중국이 대졸자 취업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연령대 대졸자 실업률은 초등학교 졸업자 실업률보다 훨씬 낮은 3% 가량이지만, 신규 대졸자를 수용할 만한 충분한 고급일자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2000년 전후로 시작된 중국의 대학교육 열풍은 직업학교가 4년대 대학으로 바뀌며 가속화됐다. 가계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중산층에도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주는 대학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는 가구가 많아졌다. 한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기업의 의견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대학 전공과 교육과정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갖춘 대졸자가 충분히 양성되지 않으면서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는 결과가 초래됐다. 기업이 대졸자에 초봉을 적게 지급하는 이유는 대졸자들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학생들은 정부를 생명줄처럼 여기게 됐다. 2012년 공무원시험을 본 중국학생수는 전년에 비해 13% 증가하며 110만 명이라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지난해 가을 하얼빈에서는 환경미화원과 운전사 등 정부직 1,000명 모집에 대졸자 3,000명이 몰리기도 했다. 산시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한 학생은 초봉이 월 250달러 수준인 민간기업에 취직하느니 육군에 입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0년 50개 대학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공무원이나 공기업 취업을 원하는 학생비율은 3분의 2, 창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만한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정부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 학생 중 36%는 민간기업, 10%는 외국기업에 취직했다.
중국정부는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월세보조금과 연구자금, 최대 16만 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하며 해외에서 학위를 마친 재외국민의 귀국을 유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이래 전문직 종사자 중 정부제안을 받아들인 수는 3,300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칭화대와 베이징대, 푸단대 등 명문대학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행한 연구를 상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두뇌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1996년부터 2011년까지 해외유학을 떠난 220만 명 중 귀국한 비율은 3분의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스탠포드 공대를 졸업하고 귀국한 다이위센(27)은 온라인 화장품 판매업체 주메이를 창업했다. 오늘날 주메이 직원수는 1,700명에 달한다.
다이위센은 스탠포드대에서 팀구축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얻었을뿐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저명창업가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젊은 중국창업가의 성공사례가 전해짐에 따라 학생들의 안정지상주의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 졸업생 징밍은 2009년 친구들과 함께 요구르트사를 창업했다. 그러나 전화요금까지 대신 내달라고 요구하는 공무원부패와 관료주의의 폐단에 부딪친 그는 결국 회사를 접고 환경공기업에 취직했다.
저장성 남부에 위치한 원저우는 1990년대 창업열풍에 힘입어 분주한 대도시로 떠올랐다. 당시 원저우에서는 창업 외에 별다른 수가 없었다. 정부가 중국 전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공기업 수만 개를 폐쇄하면서 수백만 명이 실업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민간기업들이 파산한 후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도주했던 경험을 기억하는 주민들은 스타트업을 환영하는 대신, 의심의 시선을 보냈다. 한편 지난 10년 동안 살아남은 공기업들은 확장을 거듭하면서 금융과 운송, 에너지 등 수익성이 높은 분야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들 공기업에 취직하고자 하는 대졸자도 크게 늘어났다.
2000년 외국계기업 연봉은 공기업에 비해 평균 40% 높았으나 2011년 연봉차이는 11%까지 줄어들었다. 공기업은 연봉을 인상했을뿐 아니라, 외국계기업이 제공할 수 없는 가족이주 허가 등의 혜택까지 제시하고 있다.
인력컨설팅업체 타워스 왓슨의 짐 레이닝어 컨설턴트는 “공기업은 규모가 크고 유명한 데다 공기업에서 일하면 유용한 인맥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도 정리해고 걱정이 거의 없는 안전한 직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기업보다 연봉이 적기는 하지만 좋은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고위 공무원의 경우 기업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양심이 없는 공무원이라면 기업으로부터의 추가 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
기사 앞부분에서 언급된 칭화대 졸업생 시에차오보는 “기업이 공무원에게 부탁을 해야 할 때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사업을 하는 부모님으로부터 공무원이 되라는 권고를 받았다는 그는 공무원에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민간기업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영국 노팅엄대학교의 닝보 분교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둥린샨(25)은 중국학생들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비판적 사고를 배우고 싶어 노팅엄대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졸업 후 들어온 채용제의는 원어민강사 보조교사 등 저임금직뿐이었다.
“유명하지 않은 중국 민간기업에 취직하면 가족체면이 깎인다”고 말한 그녀는 결국 노팅엄대학에서 국제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기로 했다. 이번 11월에 졸업한 후 국영 은행에 취직하겠다는 목표로 은행 50개에 지원서를 보내고 대여섯 차례 면접도 봤지만 아직 합격하지는 못했다.
최근 둥린샨은 지루하고 부패하기 쉬운 공무원직을 원치 않기 때문에 공기업 일자리를 계속 찾겠다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글로벌경제환경에서 스타트업은 너무 위험이 크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모든 계획이 실패했을 경우에만 신발수출기업을 운영하는 삼촌에게 취직부탁을 할 것이라 한다. “창업은 원치 않는다. 뭔가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뿐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그러나 이제까지 기업 30개사에 지원서를 냈지만 4곳에서만 면접연락이 왔으며 입사로 이어진 면접은 없었다.
창업가 부모를 둔 그는 민간 신생기업(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데 관심이 없다. “중국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위험이 아니라 안정성을 중시하라고 배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대학 신규 졸업생 수는 6배 증가해 연 600여만 명에 육박했다. 대졸자 수가 과다해짐에 따라 대졸연봉이 낮아지는 한편, 최근 대졸자 중 실업자비율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크게 걱정하는 상황이다. 대졸자 3분의 2는 경기침체 걱정이 거의 없는 공무원이 되거나 공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주도한 민간기업 취직은 바라지 않는 것이다. 1990년대의 부모세대와는 달리, 오늘날 학생들은 안정된 정부직장을 버리고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경제학자들은 청년층 창업열기가 시들해짐에 따라 경제를 쇄신하고 선진화를 이룩하기 위한 중국의 역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칭화대학의 리홍빈 교수는 “현재 교육체제는 혁신적인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혁신사회 구축이라는 장기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2011년 설문조사에서는 21~25세 연령층에서 대졸자 실업률이 16.4%로 초등학교 졸업자 실업률에 비해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자가 취직을 하더라도 조건이 좋지 않은 직장인 경우가 많다. 2011년 대졸자 중 약 절반은 공장 및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임금보다 낮은 초봉을 받고 입사했다.
대학교 학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최고학점을 받은 학생들의 초봉이 학점이 별로인 학생보다 오히려 10%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다수는 학점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인맥만 있으면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자녀정책도 위험회피경향을 고조시키고 있다. 외동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가 한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실수의 여지가 거의 없기에 민간기업 취직을 말린다고 밝혔다. 결혼상대를 구할 때도 공무원이나 공기업이 유리하다.
중국 명문대학인 칭화대와 베이징대, 베이징사범대학 공대생들과 스탠포드대학 공대생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학생들 대다수가 창업을 꿈꾸지만, 졸업 후 실제로 스타트업에 취직하는 비율은 중국학생의 경우 3%로 스탠포드대의 22%에 크게 못 미쳤다. 정부에 취직하고 싶다는 비율은 중국학생에서 10배 높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매튜 보스웰 스탠포드대 교수는 스탠포드대 학생들과는 달리 중국학생들에게는 벤처자본이나 연구자금지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학생들은 정부의 막대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명한 창업가조차 공무원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기에 창업의 매력이 더 떨어지는 것이다.
Liang Jiahe
산시대학 취업박람회
대학교육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려 했으나 대졸자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해 골치를 앓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도 중국의 딜레마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과 인도, 중남미 국가에서는 고급일자리 부족 때문에 대졸자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빠져나가는 두뇌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과 이들 국가 간 차이점은 지난 30년 간 경제가 연 10%씩 성장하며 빠른 확장세를 보였음에도 중국이 대졸자 취업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연령대 대졸자 실업률은 초등학교 졸업자 실업률보다 훨씬 낮은 3% 가량이지만, 신규 대졸자를 수용할 만한 충분한 고급일자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2000년 전후로 시작된 중국의 대학교육 열풍은 직업학교가 4년대 대학으로 바뀌며 가속화됐다. 가계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중산층에도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주는 대학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는 가구가 많아졌다. 한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기업의 의견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대학 전공과 교육과정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갖춘 대졸자가 충분히 양성되지 않으면서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는 결과가 초래됐다. 기업이 대졸자에 초봉을 적게 지급하는 이유는 대졸자들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학생들은 정부를 생명줄처럼 여기게 됐다. 2012년 공무원시험을 본 중국학생수는 전년에 비해 13% 증가하며 110만 명이라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지난해 가을 하얼빈에서는 환경미화원과 운전사 등 정부직 1,000명 모집에 대졸자 3,000명이 몰리기도 했다. 산시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한 학생은 초봉이 월 250달러 수준인 민간기업에 취직하느니 육군에 입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0년 50개 대학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공무원이나 공기업 취업을 원하는 학생비율은 3분의 2, 창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만한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정부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 학생 중 36%는 민간기업, 10%는 외국기업에 취직했다.
중국정부는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월세보조금과 연구자금, 최대 16만 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하며 해외에서 학위를 마친 재외국민의 귀국을 유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이래 전문직 종사자 중 정부제안을 받아들인 수는 3,300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칭화대와 베이징대, 푸단대 등 명문대학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행한 연구를 상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두뇌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1996년부터 2011년까지 해외유학을 떠난 220만 명 중 귀국한 비율은 3분의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스탠포드 공대를 졸업하고 귀국한 다이위센(27)은 온라인 화장품 판매업체 주메이를 창업했다. 오늘날 주메이 직원수는 1,700명에 달한다.
다이위센은 스탠포드대에서 팀구축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얻었을뿐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저명창업가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젊은 중국창업가의 성공사례가 전해짐에 따라 학생들의 안정지상주의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 졸업생 징밍은 2009년 친구들과 함께 요구르트사를 창업했다. 그러나 전화요금까지 대신 내달라고 요구하는 공무원부패와 관료주의의 폐단에 부딪친 그는 결국 회사를 접고 환경공기업에 취직했다.
저장성 남부에 위치한 원저우는 1990년대 창업열풍에 힘입어 분주한 대도시로 떠올랐다. 당시 원저우에서는 창업 외에 별다른 수가 없었다. 정부가 중국 전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공기업 수만 개를 폐쇄하면서 수백만 명이 실업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민간기업들이 파산한 후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도주했던 경험을 기억하는 주민들은 스타트업을 환영하는 대신, 의심의 시선을 보냈다. 한편 지난 10년 동안 살아남은 공기업들은 확장을 거듭하면서 금융과 운송, 에너지 등 수익성이 높은 분야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들 공기업에 취직하고자 하는 대졸자도 크게 늘어났다.
2000년 외국계기업 연봉은 공기업에 비해 평균 40% 높았으나 2011년 연봉차이는 11%까지 줄어들었다. 공기업은 연봉을 인상했을뿐 아니라, 외국계기업이 제공할 수 없는 가족이주 허가 등의 혜택까지 제시하고 있다.
인력컨설팅업체 타워스 왓슨의 짐 레이닝어 컨설턴트는 “공기업은 규모가 크고 유명한 데다 공기업에서 일하면 유용한 인맥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도 정리해고 걱정이 거의 없는 안전한 직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기업보다 연봉이 적기는 하지만 좋은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고위 공무원의 경우 기업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양심이 없는 공무원이라면 기업으로부터의 추가 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
기사 앞부분에서 언급된 칭화대 졸업생 시에차오보는 “기업이 공무원에게 부탁을 해야 할 때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사업을 하는 부모님으로부터 공무원이 되라는 권고를 받았다는 그는 공무원에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민간기업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영국 노팅엄대학교의 닝보 분교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둥린샨(25)은 중국학생들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비판적 사고를 배우고 싶어 노팅엄대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졸업 후 들어온 채용제의는 원어민강사 보조교사 등 저임금직뿐이었다.
“유명하지 않은 중국 민간기업에 취직하면 가족체면이 깎인다”고 말한 그녀는 결국 노팅엄대학에서 국제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기로 했다. 이번 11월에 졸업한 후 국영 은행에 취직하겠다는 목표로 은행 50개에 지원서를 보내고 대여섯 차례 면접도 봤지만 아직 합격하지는 못했다.
최근 둥린샨은 지루하고 부패하기 쉬운 공무원직을 원치 않기 때문에 공기업 일자리를 계속 찾겠다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글로벌경제환경에서 스타트업은 너무 위험이 크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모든 계획이 실패했을 경우에만 신발수출기업을 운영하는 삼촌에게 취직부탁을 할 것이라 한다. “창업은 원치 않는다. 뭔가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뿐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