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갈등 장기전 간다…"美 압박 역효과 낼 것" (종합)
中 "'중국 제조 2025' 절대 양보 못해"
"美 압박 오히려 中 기술 강화 촉진"
2018.05.06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고위급 경제·통상 대표단이 무역 갈등을 해소키 위해 지난 3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간도 짧고 분쟁을 바라보는 양국의 관점이 워낙 달라 이번 방중에서 큰 틀의 협상은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몇 주간 중국의 관리들은 금융 서비스와 자동차 부문의 추가 개방을 언급하면서 미중 관계 정상화를 시도해왔지만 중국은 미국과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포함된 미 대표단은 3일 오후(중국 시각) 류허 국무원 부총리 등 중국 대표단과 회담을 가졌다. 아직 양측 모두 회담에 대해 구체적인 논평은 내놓지 않았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각에서는 팽팽한 갈등 구도가 협상장에서도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양국 무역 분쟁의 최대 현안은 중국의 산업 정책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중국 사업을 원하는 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제한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미국 기업이 중국의 산업 육성 정책 과정에서 부당하게 희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10개 핵심 산업 분야를 세계 선두권으로 끌어올리는 정부 주도 계획 '중국 제조 2025'로 인해 미국 경제의 미래와 고용 전망이 위협받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는 상태다. 오히려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기꺼이 계약을 맺으려 하고, 또 계약 과정에서는 부당 대우는 없었다는 게 중국 측 해명이다.
나아가 중국의 기술 발전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중국 제조 2025' 때리기는 한 국가의 내치까지 간섭하는 일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국영 기업은 보조금 수령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미 중국 정부 대변인은 미국 측 대표단의 도착에 앞서 무역 분쟁의 장기화를 대비하고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대중 관세에 대비해 대체 공급 물량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관세 시행을 앞두고 중국 정부는 미국 대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산 대두를 수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뿐만 아니라 북부 농장 지대에 위치한 지방 정부들에 '대두 심기'를 확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대두 수입국이다.
미국이 압박할 수록 중국의 반발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자동차와 금융 부문 등은 더 개방할 수 있어도 트럼프 행정부가 겨냥하고 있는 '중국 제조 2025'만큼은 양보 못 하겠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주요 통신 회사의 미국 부품 구입 금지 등을 포함해 미국이 기술 분야를 겨냥한 압박에 나서자 오히려 더 많은 자원을 연구 분야에 투입하고 국내에서 혁신을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무역 적자 축소뿐 아니라 금융 기업에 대한 외국인 소유 한도와 국경 간 데이터 이동 제한 폐지 등의 압박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미국의 대중 압박이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경고한다.
나티시스의 쉬 지엔웨이 대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중국 압박이 커질수록, 중국은 대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더 긴급하게 자체 하이테크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따라서 이 딜레마는 악순환으로 변한다. 양국의 목표가 변하지 않는 한, 해결책을 찾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방중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므누신 장관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을 방문한 미국 경제 대표단이 중국과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