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청년실업자, 구직을 단념하는 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에서는 대학생의 창업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중국의 대학교 졸업생 창업자는 61만5000여명으로 전체 졸업생 가운데 8%에 달한다.
창업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 중국 대학생 40%가 창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청년들은 제2의 마윈이 되기 위한 성공의 수단으로, 한편으로는 취업난의 대안으로 창업(취업창업:就業創業)을 선택하고 있다.
중국의 대학생 창업이 활발한 원인은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이면서도 다양한 대학생 창업지원 정책과 맞물려 민간자본의 창업투자가 이어지면서 대학생의 창업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400억 위안(약 6조 8천억원) 규모의 정책펀드인 '정부 창업투자 지도 펀드'를 설립하고 1465억 위안(한화 약 25조원)에 달하는 민간 자금을 참여시키는 등 민간 투자자들의 창업투자를 이끌었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창업 활성화 정책과 민간자본 투자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장래 직업으로 기업가를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도 중국 청년들의 창업율을 높이는데 한 몫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革新)”을 선언하며 ‘창업국가’로 야심찬 시동을 걸었다. 중국에서 창업정책은 실업률 완화와 산업 고도화를 위해 국가적인 정책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뉴노멀 시대에 IBA(IT,BIO,AI) 관련 산업 고도화와 미래산업 육성 차원에서 중국 내 17개 도시지역에 창업 시범단지 건립을 추진, 값싼 노동력 기반의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첨단 산업을 지향하는 ‘스마트형 첨단산업 기지‘로 과감하게 전환하는 경제구조 전환을 창업과 혁신을 통해 이루겠다는 것이다.
기업 설립에 장애가 되는 행정규제도 대폭 축소했다. 모든 창업 서류를 사업자등록증 하나에 통합한 다증합일(多證合一)제도도 지난해부터 전격 시행했다.
또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무인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창업을 한층 더 도약시키고자 필수불가결한 것만 금지하고 나머지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산업별 네거티브 리스트도 도입했다.
중국 학부모들도 자녀를 중국 제2, 제3의 마윈 으로 키우기 위하여 STEAM(Science/Techology/Engineering/Arts/Mathematics)교육 열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지난해 하루 평균 1만6500개꼴로 기업이 새로 생겨났는데, 정보기술(IT) 서비스와 공유경제 분야를 비롯하여 매일 신규 창업 기업 수가 2012년(5000개) 대비 2.6배나 증가했다.
신설기업 증가율은 미국의 1.1배, 이스라엘의 1.3배, 영국1.3배로 중국이 이들 창업 선진국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
2016년 12월 기준, 중국에 설립된 창업 공간도 3449개로 이는 전년대비 2363개가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이는 전년대비 46.0% 증가한 것이다.
영국의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에 따르면 ‘좋은 경력 경로로서의 기업가 선호도 지수’에서 중국은 70.3으로 미국(63.7)과 영국(58.8), 한국(45.3)을 훨씬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래 직업으로 기업가를 선호하는 젊은이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우리가 여기서 눈 여겨 볼 것은 미래성장 산업인 4차 산업혁명 분야 창업에서의 중국의 약진이다. AI와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드론 등 신산업 경쟁에서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간 중국 정부는 선전 산업단지에 창업자와 기술형지주회사를 함께 정착시키고 예산을 집중 투자해 ‘기술과 시장의 연결’ ‘기술과 생산력의 결합’ ‘기술과 정책의 연계’를 통해 선전을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해 왔다.
2002년 선전시는 베이징대, 칭화대, 하얼빈공대와 공동으로 유니버시티타운을 건립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첨단산업 분야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에 나섰으며, 400여 개의 투자회사가 이들과 연계되어 투자지원을 하고 있다.
이 첨단과학 타운에서 운영되는 자산 규모가 10조원(한화 1700조원)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2017년 약 500만개의 기업이 새로 생겨났다. 이러한 창업 정신과 지원이 게임 및 메신저업체 텐센트(1998),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1999), 검색 포털 바이두(2000), 휴대폰 및 전자산업체 샤오미(2010) 등의 세계적인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벤처투자자가 창업 후 초기자본 회수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이 한국은 12년, 미국은 7년, 중국은 4년이라고 한다. 그만큼 중국에서는 정부지원과 창업자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중국의 창업열기는 도시 지역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의 주요 성 정부는 농촌창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농촌지역 발전을 이끌 창업 모멘텀을 만들어내고 있다.
농촌지역이 대부분인 허난성 과 산시성(陝西省)을 비롯한 많은 성에서 농촌창업시범지구 설정, 농촌전자상거래 시범지역 지정, 농민공 농촌회귀 창업투자기금 조성, 각종 금융 대출지원을 통한 농촌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창업생태계는 정부와 기업의 수요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창업생태계에서 창출되는 혁신이 중국의 미래산업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생존의 관건이 혁신이라는 인식 하에 기업들도 앞다퉈 창업생태계를 조성해 혁신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자사의 비즈니스 플랫폼에 탑재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한국의 창업 현실은 열악하다.
한국 대학생의 6%만이 창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창업자 비율도 2015년 기준 0.8%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신규로 설립된 기업 수는 중국이 552만8000여개로 전년 대비 24.5% 증가했지만, 한국은 96만155개로 전년 대비 불과 2.5% 증가한 것과 비슷한 추세다. 한국의 하루 평균 신설법인은 270개 정도로 중국의 60분의 1도 안 된다. 인구 1만 명당 신설 기업으로 따져보아도 중국은 32개로 한국 15개의 두 배 이상이다.
한국은 매년 연구개발비에 20조원씩을 투자하고 있지만 이공계 석·박사 80% 이상이 대학과 연구소에만 앉아 있기를 바라고, 창업전선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바야흐로 ‘도전 정신’ 부족으로 너무 현실에 안주하려는 습성이 고착화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파산 수준으로 완전히 국가 성장 동력이 내려 않아 그때서야 정부 나 개인이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텐가. “날개는 남이 달아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을 뚫고 스스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한편 으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투자, 그리고 창업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 저변의 조건 형성이 절실하다. 위기를 느끼고 인정하는 순간이 너무 늦어지면 파국을 피할 수 없다.
이제 우리 정부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하나인 청년 창업을 위해 중국 선전과 같은 산업단지를 조성해줌으로써, 청년들이 도전적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스스로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들도 청년들의 창업기술을 시장에 연결해 주는 역할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조건이 형성되었을 때, 우리 젊은이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창업전선에 용감하게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합일된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한 조건의 형성 없이, “Boys, be ambitious!”라는 공허한 문구만으로는 청년들의 희망의 불을 지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기 / 한중지역경제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