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류거리 꽁꽁 얼었다배극인특파원 , 장원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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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5-10-29 08:46|본문
도쿄 한류거리 꽁꽁 얼었다배극인특파원 , 장원재특파원
한류 거점이 차이나타운으로 24일 일본 도쿄의 한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오쿠보에서 관광객들이 중국어 간판 앞에서 방향을 살피고 있다.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한류의 발상지인 이곳에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상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한류 거리가 차이나타운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다음 달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일본 내 한국 기업과 교민 사이에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3년 동안 양국 관계 악화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기 때문. 이번 정상회담이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모습이다.
24일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역. 일본 내 한류의 거점이라 불리는 신오쿠보(新大久保)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 안에는 주말 오후임에도 기자를 제외하고 3명뿐이었다. 이 무료 버스는 한일 관계가 냉각되며 손님이 줄자 한인들이 ‘거리를 활성화시키자’며 도입한 것이다. 중심가에 내리자 면세점으로 몰려 들어가는 일단의 중국인 관광객이 보였다. 이곳은 한때 한류 최대 복합시설이었던 K-플러스가 있던 장소다. 대형슈퍼와 화장품 매장, 케이팝 공연장 등이 합쳐진 이 시설은 2012년 개점 직후 한일 관계가 악화돼 경영난에 시달리다 1, 2층이 중국인 대상 면세점으로 변신했다.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면세점을 시작으로 이 일대에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은 벌써 8개나 들어섰다. ‘대사관’ ‘오작교’ 같은 대표적 한국 음식점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오영석 신주쿠한인상인연합회장(63)은 “거의 대부분 한인 상점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신오쿠보 역 건너편만 해도 한국 식당이 20개가 있었는데 3개만 남고 17개가 중국 식당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한류 거리가 차이나타운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는커녕 신오쿠보 거리는 주말마다 반한(反韓) 시위가 열리는 곳으로 변했다.
반한 감정이 확산되면서 가장 피해를 본 기업들은 여행업계다. 올 들어 9월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 수는 133만 명으로 3년 전 같은 기간(277만 명)의 절반도 안 된다. 국내에서 역사가 가장 긴 대한여행사는 그동안 일본 관광객 비중이 높았는데 결국 지난달 문을 닫고 말았다. 강중석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일본 공기업 같은 곳에서 단체여행을 먼저 없앴고 학부모들 입김이 미치는 수학여행은 예전의 3분의 1로 줄었다”며 “일본 내 한국 여행사들은 월급을 못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직원을 줄이거나 문을 닫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한때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 기대되던 식품 수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9월 막걸리 수출은 477만 달러였는데 2011년 같은 기간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라면 수출은 3분의 1로 줄었고, 김치 수출은 반 토막 났다. 엔화 약세 영향도 있지만 반한 감정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식당에 영업을 하러 가면 ‘왜 한국 술을 내놓느냐는 손님들이 많아서 들여놓기 어렵다’고 말하는 주인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도쿄에 진출해 있는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대형마트 영업을 가면 지배인들이 ‘한국 상품을 진열하면 일본 경쟁업체들이 반일업체를 키워 주는 곳이라는 식으로 매도한다’며 손사래를 쳐 매대 유지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 한글을 지워라
삼성 스마트폰은 2012년만 해도 일본 시장 점유율이 15%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4.7%까지 떨어졌다. 결국 삼성은 4월 갤럭시를 출시하면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일본 시판제품인 S6와 S6엣지의 삼성 로고를 지우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그 덕분인지 올해 2분기(4∼6월)에는 점유율이 12%까지 회복됐다. 일본 내 삼성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 일본 진출 50주년을 기념해 2003년 도쿄 도심 한복판에 지었던 27층짜리 빌딩도 올해 매각했다. 건물에 모여 있던 삼성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전 세계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계도 일본에서는 찬바람이다. 기초 화장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일본 고객들이 포장지에 한글이 적혀 있으면 구입을 꺼린다”며 “궁리 끝에 한글을 모두 지웠다”고 했다.
○ 한류(韓流)가 한류(寒流)로
일본 교민들은 반한 감정이 점차 고착화되면서 한국이 더 이상 일본에 필요하지도 않고, 한국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다는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가 한일 직장인 6000명을 조사한 결과 일본인 중 무려 77.3%가 “한국이 사업상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 68.8%는 “사업상 일본은 필요한 나라”라고 답했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2003년 ‘겨울연가’가 히트하자 ‘올인’, ‘대장금’ 등을 연이어 틀면서 한국 드라마(한드)의 메카로 불렸던 NHK도 올 8월 12년 만에 한드 방영을 중단했다. 현재 지상파 채널 중에는 TV도쿄만 오전에 한드를 틀고 있다. 케이팝의 인기도 주춤하다. 일본 콘서트프로모터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당 관객 수는 전년 대비 32%나 줄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의미가 깊은 한 해였는데 한일 관계에 이렇다 할 반전이 없었다”며 “곧 있을 한일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고 했다.
한류 거점이 차이나타운으로 24일 일본 도쿄의 한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오쿠보에서 관광객들이 중국어 간판 앞에서 방향을 살피고 있다.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한류의 발상지인 이곳에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상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한류 거리가 차이나타운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다음 달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일본 내 한국 기업과 교민 사이에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3년 동안 양국 관계 악화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기 때문. 이번 정상회담이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모습이다.
24일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역. 일본 내 한류의 거점이라 불리는 신오쿠보(新大久保)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 안에는 주말 오후임에도 기자를 제외하고 3명뿐이었다. 이 무료 버스는 한일 관계가 냉각되며 손님이 줄자 한인들이 ‘거리를 활성화시키자’며 도입한 것이다. 중심가에 내리자 면세점으로 몰려 들어가는 일단의 중국인 관광객이 보였다. 이곳은 한때 한류 최대 복합시설이었던 K-플러스가 있던 장소다. 대형슈퍼와 화장품 매장, 케이팝 공연장 등이 합쳐진 이 시설은 2012년 개점 직후 한일 관계가 악화돼 경영난에 시달리다 1, 2층이 중국인 대상 면세점으로 변신했다.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면세점을 시작으로 이 일대에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은 벌써 8개나 들어섰다. ‘대사관’ ‘오작교’ 같은 대표적 한국 음식점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오영석 신주쿠한인상인연합회장(63)은 “거의 대부분 한인 상점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신오쿠보 역 건너편만 해도 한국 식당이 20개가 있었는데 3개만 남고 17개가 중국 식당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한류 거리가 차이나타운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는커녕 신오쿠보 거리는 주말마다 반한(反韓) 시위가 열리는 곳으로 변했다.
반한 감정이 확산되면서 가장 피해를 본 기업들은 여행업계다. 올 들어 9월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 수는 133만 명으로 3년 전 같은 기간(277만 명)의 절반도 안 된다. 국내에서 역사가 가장 긴 대한여행사는 그동안 일본 관광객 비중이 높았는데 결국 지난달 문을 닫고 말았다. 강중석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일본 공기업 같은 곳에서 단체여행을 먼저 없앴고 학부모들 입김이 미치는 수학여행은 예전의 3분의 1로 줄었다”며 “일본 내 한국 여행사들은 월급을 못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직원을 줄이거나 문을 닫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한때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 기대되던 식품 수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9월 막걸리 수출은 477만 달러였는데 2011년 같은 기간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라면 수출은 3분의 1로 줄었고, 김치 수출은 반 토막 났다. 엔화 약세 영향도 있지만 반한 감정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식당에 영업을 하러 가면 ‘왜 한국 술을 내놓느냐는 손님들이 많아서 들여놓기 어렵다’고 말하는 주인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도쿄에 진출해 있는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대형마트 영업을 가면 지배인들이 ‘한국 상품을 진열하면 일본 경쟁업체들이 반일업체를 키워 주는 곳이라는 식으로 매도한다’며 손사래를 쳐 매대 유지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 한글을 지워라
삼성 스마트폰은 2012년만 해도 일본 시장 점유율이 15%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4.7%까지 떨어졌다. 결국 삼성은 4월 갤럭시를 출시하면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일본 시판제품인 S6와 S6엣지의 삼성 로고를 지우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그 덕분인지 올해 2분기(4∼6월)에는 점유율이 12%까지 회복됐다. 일본 내 삼성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 일본 진출 50주년을 기념해 2003년 도쿄 도심 한복판에 지었던 27층짜리 빌딩도 올해 매각했다. 건물에 모여 있던 삼성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전 세계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계도 일본에서는 찬바람이다. 기초 화장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일본 고객들이 포장지에 한글이 적혀 있으면 구입을 꺼린다”며 “궁리 끝에 한글을 모두 지웠다”고 했다.
○ 한류(韓流)가 한류(寒流)로
일본 교민들은 반한 감정이 점차 고착화되면서 한국이 더 이상 일본에 필요하지도 않고, 한국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다는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가 한일 직장인 6000명을 조사한 결과 일본인 중 무려 77.3%가 “한국이 사업상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 68.8%는 “사업상 일본은 필요한 나라”라고 답했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2003년 ‘겨울연가’가 히트하자 ‘올인’, ‘대장금’ 등을 연이어 틀면서 한국 드라마(한드)의 메카로 불렸던 NHK도 올 8월 12년 만에 한드 방영을 중단했다. 현재 지상파 채널 중에는 TV도쿄만 오전에 한드를 틀고 있다. 케이팝의 인기도 주춤하다. 일본 콘서트프로모터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당 관객 수는 전년 대비 32%나 줄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의미가 깊은 한 해였는데 한일 관계에 이렇다 할 반전이 없었다”며 “곧 있을 한일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고 했다.